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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 발표(2021.12.28)

음성노동인권센터 2021. 12. 30. 14:13

20211228일 화요일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안 발표

 

지난 23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안전, 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월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을 비롯하여 현장실습생의 불안정한 노동실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직업계 고등학생 30%가 참여하고 있는 현장실습 실태를, 정부가 발표한 개선방안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가 생소한 분들이 계실텐데요. 현장실습에 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장실습은 직업계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취업하기 전에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노동현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직업계고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교, 일반고 직업계열로 구분되는데요. 충북에는 총 26개 직업계고가 있고 학생 수는 1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북부권에는 충주공고, 충주상고, 한림디자인고, 제천산업고, 제천디지털전자고, 단양에 있는 한국호텔관광고, 음성에 있는 충북반도체고가 있습니다. 현장실습은 학생 선택에 따라 3학년 수업일수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개월 이내에 실시됩니다. 현장실사와 교내에서 운영하는 현장실습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참여 기업을 선정하고, 실습프로그램을 만들어 직무를 배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2. 현장실습에 참여했다가 부당한 경험을 겪는 사례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심하게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건도 있고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현장실습생은 학생 신분이지만 교육 특성상 필요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정체성도 일부 지니게 됩니다. 이런 이중적인 정체성 때문에 현장에서 혼란을 겪게 되었던 것인데요. 현장실습에 참여한 몇몇 기업에서 실습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빈번히 있었습니다. 현장실습의 역사는 유신체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장실습생들이 겪는 사고와 인권침해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안전벨트 없이 엘리베이터 점검 작업을 하던 고교실습생이 추락사한 사고가 2005년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사, 괴롭힘과 부당업무 지시에 의해 자살했던 현장실습생들, 최근 요트업체에서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잠수를 하다 사망한 홍 군까지 사고는 계속 일어났습니다. 그밖에도 성희롱, 야간/휴일 근무 강요 등 피해 사례가 있어왔습니다.

 

3. 지난달 정부가 이번 개선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직업계고 재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열어서 의견을 들었다고 하는데, 어떤 얘기들이 나왔을까요?

현장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재직자와 실습생의 업무강도가 동일한 경우가 많다는 점과, 회사나 학교에 고충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을 얘기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실습생의 임금을 기업이 70%, 정부가 30%씩 분담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보다는 임금만큼의 노동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실습 전에 노동인권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면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올 경우, 취업할 때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거나 추천서를 받을 때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도 필요하지만 실습에 참여하는 사업주와 어른들이 교육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4.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국내 대부분의 기업은 노동친화적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임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는지, 회사가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안전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여성,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하는 문제입니다.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없는 사업장은 현장실습생들에게도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실습은 회사가 학교 역할까지 맡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회사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에 비춰볼 때 회사를 넘어 학교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참 기업을 매우 엄격하게 선별하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현행 현장실습에서는 또 다른 피해 학생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 중 30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절반이 넘습니다. 정부가 현장실습 참여율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5. 특별한 안전조치가 없다면 오히려 재직 중인 성인 노동자들보다 현장실습생들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다면 이번 정부의 개선방안은 어떤 내용입니까?

첫째, 사전실사가 강화되었습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을 선정하기 전에 실사를 나가는데요. 선도기업의 경우 교사와 노무사가 사전실사에 나가고 그밖에 참여기업의 경우 교사만이 사전실사를 나갔습니다. 앞으로는 선도기업과 참여기업 모두 교사, 노무사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세 주체 이상이 참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둘째로, 현장실습운영위원회 구성에 반드시 학생을 포함하도록 하였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 따르면 전국 직업계고 현장실습운영위원회 위원 74백여명 중 학생은 단 9명에 불과했습니다. 셋째로, 기업의 현장실습 비용 부담을 70%에서 40%로 줄이고 줄어든 30%분을 교육청이, 나머지 30%는 정부가 분담하도록 바꿨습니다. 줄어든 비용부담 분을 기업이 현장실습생을 지원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실습 기간 중 현장실습생에게 보다 밀착하여 권익 보호를 지원하기 위해 실습일지 모니터링 기능을 개선하고 상담 챗봇을 도입한다는 내용입니다.

 

6. 정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망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제도를 정비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완화하고, 또 중대재해가 터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현장실습 제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땜질 하듯이 고쳐진 내용 때문에 매우 복잡합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는 현장실습 폐지와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내 노동현실에 비춰볼 때 현장실습은 학습의 수단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3학년 2학기 11월까지는 취업 활동 없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12월부터 전국 동시에 고졸 취업준비기간을 정하여 1~2월에는 채용과 사전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요구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상태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일이 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