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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청원권자 축소 논란(2020.8.14.)

음성노동인권센터 2020. 12. 2. 12:06

2020.8.14. 공정사회 인터뷰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청원권자 축소 논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청원권자 범위가 축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당사자 외에 직계존속, 동거인 그리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사업장 노동법 위반사항에 대해 근로감독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올해 1월부터 동거인과 시민단체는 청원권자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인데요.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근로감독 청원제도를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청원제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근로감독 청원제는 어떤 제도인가요?

근로감독 청원제는 고용노동부에 특정 사업장의 노동법 위반사항에 대해 감독하고 시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민원제도 중 하나입니다. 개별 진정서를 내는 것과 다른 점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장 내 여러 노동자들이 권리 침해를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보통 근로감독 청원이 이루어집니다. 고용노동부는 청원을 받으면 감독을 나갈 사안인지 아닌지 심사한 다음에, 감독을 나갈 문제라고 결정하면 사업장에 직접 나가서 청원 내용과 그밖에 노동법 위반사실을 전반적으로 점검 받게 됩니다. 적발된 위반 건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끝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형사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개별 진정이 아닌 근로감독을 통하면 권리침해를 받은 모든 노동자들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일괄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으므로 매우 효과적인 구제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근로감독 청원제는 모든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근로감독 청원제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근로감독의 현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082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청원법> 10조를 근거로 시행한 제도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헌법 제26조 모든 국민은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수 있고, 국가기관은 청원을 심사할 의무를 갖는다는 헌법상 기본권에서 파생된 제도입니다. 근로감독청원제가 시행되면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서 스스로 청원을 하거나, 노동자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청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래는 청원권자, 처리 절차, 감독 대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해놓지 않고 있다가 점점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논란이 되는 청원권자 축소 변경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근로감독 청원제 운영지침이 바뀌면서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구제 수단이 협소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크게 세 가지가 더 안 좋게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로 청원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더 축소시켰습니다. 기존에는 재직자, 퇴직자, 해당 근로자의 배우자와 직계존속, 형제자매, 동거인 그리고 해당 사업장에 조직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에서 청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운영지침에서는 재직자, 퇴직자, 해당 근로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까지 한정하고 동거인을 제외시켰습니다. 동거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논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동거인을 제외시키고 법적인 배우자나 혈연관계만 청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도 제외시켰습니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노년층, 비정규직 노동자, 작은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종종 근로감독을 청원해 구제받아 왔는데 더 이상 시민단체가 직접 청원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두 번째는 처리기간이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접수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어떻게 처리할지 통지하고, 통지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감독에 착수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바뀐 운영지침에는 처리방향 통지 기한은 14일로 동일하나 감독 착수기간이 1개월 이내로 늘어나 청원일로부터 최장 한달 반까지 기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는 청원 감독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한 바가 없어서 노동법 위반 사안을 포함해서 기타 노동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법적 제재는 하지 못하더라도 포괄적으로 다루며 개선을 유도해왔으나, 앞으로는 감독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꼴이 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저희가 비판하는 점이 바로 그 점인데요. 근로감독 청원제는 특별히 노동조합 없는 사업장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이주노동자, 청소년 노동자, 여성, 노년층 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여러 계층들의 노동자가 주변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근로감독 청원을 진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근로감독 청원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회사에 다니면서 회사의 비위행위를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신고하는게 매우 어렵다는 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효과적으로 취약계층 노동자를 구제하고 사업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청원권자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특정 사업장의 노동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청원할 수 있도록 전면 확대해야할 문제입니다.

 

실제로 근로감독 청원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은 사례들이 있을까요?

2017년 신세계푸드 음성공장에서 있었던 주휴수당, 퇴직금 미지급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약 185백여만 원의 체불금품이 일괄 지급된 적이 있습니다. 같은 해 음성군체육회 사무국장의 폭언, 갑질에 대해 청원하여 시정하고, 다른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동시에 시정했습니다. 2018년에는 깨끗한나라 자회사가 불법적인 포괄임금제를 통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주 68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을 시킨 것에 대한 근로감독 청원과 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해 LG하우시스 옥산공장에서 있어왔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역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상당부분 개선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사건들이 근로감독 청원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난 12일에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감독청원제 운영지침을 다시 변경하라고 요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요구하셨는지, 그리고 운영지침을 꼭 변경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마지막으로 설명해주시죠.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근로감독 청원권자를 축소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동거인을 제외시킨 것은 오늘날 시대정신과 사회상과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고, 시민단체를 제외시킨 것 또한 도입 취지를 거스르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사업장 내 조직된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어떤 노동조합이라도 해당 사업장에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 없다고 하더라고 청원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근로감독 청원 문제는 헌법상 기본권인 청원할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하는데 이번 운영지침 변경은 거꾸로 갔습니다. 따지고 보면 단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청원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든 어떤 내용으로든 자유롭게 국가기관에 청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시민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누구든 근로감독을 청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가 구제 받을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에 계속해서 요청할 생각입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위헌소송을 해서라도 바꿔나갈 계획이니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