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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중대재해처벌법, 검찰의 엇갈린 판단(2022.6.28.)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7. 7. 19:11

중대재해처벌법, 검찰의 엇갈린 판단

 

지난 2월 동일한 유독 세척제를 납품 받아 사용한 제조업체 두 곳에서 노동자 집단 급성중독이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검찰은 한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반면, 다른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법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검찰의 판단인 만큼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첫 번째 기소 사건을 중심으로 관련 쟁점들 살펴보겠습니다.

 

1. 먼저 어떤 사건들이었는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경남 김해시 소재 세척제 제조 판매업체. 해당 업체에서 제조한 세척제에는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되는 트리클로로메탄을 사용. 지난 2월 세척제를 사용한 두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측정을 해보니 법적 허용 기준치보다 6배 넘는 농도의 트리클로로메탄이 검출되었음.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 A사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B사 두 곳. 유해 화학물질이 든 세척제를 사용할 경우 최소한의 보건 조치로서 국소 배기장치를 작업장에 설치해야 하나, 두 곳 모두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채로 작업하여 각각 16명과 13명의 노동자가 독성간염이 발생. 검찰은 세척제 제조업체 대표에 대해서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 A사 대표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 B사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국소 배기장치를 방치한 혐의가 인정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음.

2.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두 사건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는데, 검찰에서는 판단을 달리한 이유는 뭘까요?

A사와 B사는 모두 종사자 수는 50명 이상의 기업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보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었음. 사건을 조사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두 사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종사자 안전·확보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였음. 그러나 검찰은 A사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한 반면에 B사에 대해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아 무혐의 처분하였습니다. 이번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 창원지검은 "법률이 정한 절차와 내용대로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의무를 준수한 사실이 확인된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해 불기소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형사법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3.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놓고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건가요?

검찰은 사내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어 있으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 의견 청취,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재해 예방 예산 편성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준수할 뿐만 아니라, 구축한 체계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법 취지와 다르게 사내에 관리체계만 만들어 놓고 굳이 집행하지 않아도 법망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B사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사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었지만 위원장도 선임되지 않은 상태로 수개월 간 형식적으로만 존재했고, 사업주는 노동자 위원이 산재 예방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유해위험 요인을 이야기를 해도 사측이 일축해 왔으며, 위험성 평가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결과 등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관리체계가 존재하더라도 또 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안전보건 관리체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관리 시스템이 작동되었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법 취지에 맞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국 사망자 수는 소폭 줄었지만 대전충청 지역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고용노동부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127일부터 지난 622일까지 사망사고 건수 247건이고 25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이 중에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81건인데요. 사망사고 건수와 수사 건수가 차이나는 이유는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는 사망자 수가 소폭 줄어들었지만 우리 지역인 대전, 충청권의 산재 사망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5월을 기준으로 작년에는 29명에서 올해 51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건설업과 제조업 등 모든 직종에서 산재사망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충북 음성, 진천, 제천에서는 이주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규모가 작고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업장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도 제외되고 있으니 대부분의 고 위험사업장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따라서 각 지자체와 노동지청에서 개별적인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5.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고요.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이 최근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형량을 감량시키거나 면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경영책임자들에게 권고하고, 고시된 기준에 적합한 사업장 등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지정한 인증기관이 인증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인증을 받은 기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죠. 기존 법 체계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고용노동부와 검찰, 재판부가 법 위반 소지를 파악하고 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행정기관인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고시하고, 인증기관을 통해 인증을 해서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무부의 행정 기능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사법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높습니다.

6.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부족하게나마 제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만 만들어지고 실제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중대재해 사업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매우 아쉽습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2년 유예시켰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시켰습니다. 충북에 사망사고가 많았지만 대부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 아니어서 입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위험한 노동을 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미흡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도록 보완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