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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사건 기록집 출간(21.3.12.)

음성노동인권센터 2021. 4. 23. 15:12

2021년 3월 12일 금요일 KBS충주라디오 <공정사회>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기록집 출간

 

지난 3월 8일은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세계여성의날 충북기획단은 가정과 학교,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한편 작년 시민단체 내 성희롱 문제에 경종을 울렸던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서, 경실련성희롱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이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사건 기록집을 출간했습니다. 오늘은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기록집 출간에 대해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경실련성희롱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이 <우리가 배후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는데요. 어떤 책인가요?

작년 충북청주경실련에 있었던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지지모임 구성원들이 직접 글쓰기와 편집 작업을 해서 만든 책입니다.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충북청주경실련은 피해자들이 성희롱을 문제 삼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응하지 않고 조직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피해자들을 통제하고 단체로부터 분리시켰습니다. 결국에는 피해자들과 인턴 활동가를 모두 해고하고 단체를 사고지부로 지정하고 직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성희롱 사건과 그 이후의 진행 과정을 경험한 피해자들과 지지모임 구성원들이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글로 모으고,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엮어낸 책입니다.

 

2. 사건을 대응하기에도 힘드셨을 것 같은데,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을 조직에 알리고 해결을 요청하였을 뿐인데 그 이후 SNS를 중심으로 2차 가해와 단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지모임은 지역 시민단체에 강력하게 작동하는 일종의 카르텔 같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지지모임 구성원들은 경실련 사건을 대응하면서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경험했던 단체의 위계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 일상에서 경험한 성희롱, 활동가를 도구처럼 취급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부당한 일과의 유사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충북청주경실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점점 커졌던 것이죠. 성희롱과 같은 성폭력을 용인하는 남성 중심의 위계적인 조직 구조가 지역 시민단체 내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는 자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공론화시키고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에 이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지지모임 구성원들이 글을 쓰고 직접 편집과 디자인을 하고 출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책 출간의 거의 모든 과정을 직접 하신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록집 출간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던 게 작년 12월 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출간하는 거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출간하면 의미가 더 깊겠다고 생각해서 3월 8일 출간을 목표로 부지런히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각자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글로 쓰는 과정이 아마도 가장 힘들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피해자는 글쓰기가 자기치유적인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지지모임의 일원으로서 글 한 꼭지를 적었는데, 남성으로서 지나쳐왔던 수많은 성차별과 활동가를 도구처럼 대하는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중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거리두기만 했던 부끄러웠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8일에 지지모임은 출판을 기념하는 모임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성희롱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회복하는 길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직에서도, 그밖에 어디에서도 의지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각자의 언어로 다시 정의하면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4. <우리가 배후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건가요?

배후라는 말은 사실 2차 가해를 했던 사람들이 내뱉었던 말입니다. 피해자들이 성희롱을 문제 삼고, 그에 대한 조직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조치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자 단체 임원과 회원 몇몇은 ‘저들이 외부 단체를 끌어들여와 경실련을 장악하려고 한다’라든지, ‘배후에서 피해자를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라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왜곡시켰습니다. 피해자들과 지지모임은 그들의 말을 역이용해서 지지모임이 성희롱 피해자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었음을 당당히 밝히자는 제안에서 만들어진 제목입니다.

 

5. 책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지 책 구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책은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이러려고 미투했냐”라고 묻는 당신에게, 이라는 제목인데요. 성희롱 피해자들과 해고된 인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장은 지지모임 구성원 16명이 이 사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이야기들을 각각의 글로 담았습니다. 3장은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2020년 5월 29일부터 2021년 2월 8일 피해자들이 제기한‘해고무효확인소송과 2차 가해 고소’와 이를 알린 기자회견 활동까지 256일간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했습니다. 4장은 이번 사건이 아닌 또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지지모임에서 발표한 입장문과 기자회견문 그리고 연속으로 기획했던 글들을 실었습니다.

 

6. 이 책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 나가길 기대하고 계신가요?

이 책은 성희롱 피해자들과 지지모임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단체가 성희롱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부끄러운 현실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술했습니다. 지지모임이 했던 다양한 활동들과 저희가 경험한 한계 그리고 과제들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제가 바라는 점은 이 책이 단체 내에서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조직과 넓게는 우리 지역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성희롱 피해자가 이를 대응하는데 있어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많은 단체 활동가와 임원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조직 내 위계적인 문화가 있다면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우리가 배후다> 도서 구입을 희망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희가 출판사를 통해서 책을 낸 게 아니라서 현재 일반 서점에서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도서 구매 신청을 받아서 배송해드리거나 직접 수령하실 수 있도록 안내해드리고 있는데요. 구매 신청 링크는 페이스북에 “충북청주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을 검색하시거나, 포털 사이트에 “기록집 우리가 배후다”를 검색하시면 관련 기사를 통해 링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