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행동
기후정의×공공성으로 체제전환 길찾기 포럼에 참여했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2025. 7. 8. 14:27
2025년 7월 5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2025기후정의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기후정의×공공성으로 체제전환 길찾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고 다섯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중 지역과 공공인프라 의제를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님이 다루었기에 회원 여러분에게 공유 드립니다.
이날 성우 님은 우리 지역의 탄소중립조례의 미흡한 점, 공공성을 외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지자체가 어떻게 대응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또 음성군의 생활임금조례에 대해 "여름의 폭염 속에서, 겨울의 한파 속에서 제대로 된 냉방이나 난방을 못 하고 버티는 삶. 그게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단순히 돈 몇백 원 더 주는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재난 대응력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제도, 그게 생활임금"이며 "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더욱 공공이 삶의 조건을 보장해야 하고, 거기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음성노동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 지역 노동자들이 어떠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 ① 현장에서 마주하는 기후정의 × 공공성
- ① 정의로운 전환, 발전비정규직연대 한전KPS지회장 김영훈
- ② 반빈곤 주거권, 빈곤사회연대 재임
- ③ 보건의료・건강권,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 ④ 사회적 돌봄과 젠더・반차별, 장애여성공감 조경미
- ⑤ 지역과 공공 인프라,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박성우, 음성노동인권센터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역’이라는 단위를 통해 기후정의와 공공성의 교차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특히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공공성이 어떤 방식으로 부재하고 있는지, 또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조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1일부로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에는 법이 정한 여덟 가지 기본 원칙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경제ㆍ사회ㆍ교육ㆍ문화 등 모든 부문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관계 법령 개선과 재정투자, 시설 및 시스템 구축 등 제반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PT 51] 해당 기본 규칙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균형 있게 분배되도록 하는 기후정의를 추구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한 계층ㆍ부문ㆍ지역을 보호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라는, 우리가 오늘 얘기하는 기후정의와 관련한 아주 훌륭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PPT 52, 53] 그런데 지자체들이 저 법에 따라 만든 조례들을 보면 대부분 '기후정의' 관련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2025년 6월 24일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한 전국지자체 중 관련 조례에 기후정의를 포함한 곳이 고작 13곳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음성군은 물론이고 충청북도 전체가 조례에서 기후정의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충북도 그렇고, 청주도 그렇고, 음성도 그렇고 기본 규칙에서 정의로운 전환 실현은 언급하면서 기후정의 관련 내용만 쏙 뺀 부분입니다. 그 외에도 뺀 것들이 뭐가 있냐면 ▲세대 간 형평성의 원칙 ▲오염자 부담의 원칙 ▲기후위기 대응 위한 국제 연대 등이 있습니다. 가만 보면 현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부류에 부담 가는 사안, 즉 불평등을 다루는 사안만 야무지게 뺀 것 같습니다. 보통 지역하면 보통 농업 등 1차 산업을 많이들 떠오르시지만 음성군은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수도권의 규제를 피해 수도권과 가까운 음성에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오고 있지만, 정작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극심한 교통난과 높은 생활비, 그리고 파편화된 공공서비스뿐입니다. 지자체는 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면서, 그 산업이 들어선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습니다. [PPT 54] 한편 그렇게 공장들이 입주하면서 함께 들어선 것이 음성 LNG 발전소입니다. 발전소 건립 예정부지 인근에 여섯 개 마을이 있고, 농지가 3만평이 있어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있었지만 한국동서발전과 음성군은 이를 무릅쓰고 발전소 건립을 강행했습니다. 2021년 산자부의 최종 승인 이후 조만간 발전소는 1호기가 준공될 예정입니다. 2022년 착공식 당시 동서발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자원인 친환경 LNG 발전으로 지속가능한 녹색성장 선도"를 목표로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국내 처음으로 석탄발전에서 천연가스로 연료전환한 발전소라며 친환경을 선두하는 발전소로 포장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021년 정부가 만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일명 'k-택소노미'에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전환 산업에 LNG 발전을 포함시켰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산업계 요구가 커서 LNG 발전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화석연료 발전이 친환경 발전으로 둔갑할 수가 있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PPT 55] 지금 같은 충북 지역의 충주에서도 LNG 발전소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충주시의 경우는 동서발전이 먼저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으나 실제 사정을 알고 보니 충주시가 먼저 나서서 발전소 건설에 앞장 선 것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미 1만 명이 넘는 충주시민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충주시는 '전기가 들어와야 기업이 들어온다'라는 입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권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척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최근 산자부조차도 '물리적으로 충주시가 주민 수용성 조사를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발전소 건설 심의 자체를 연기할 정도입니다. [PPT 56] 이렇듯 현재 지역에서는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공공성을 외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기업과 자본의 요구에 철저히 묵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요구가 가장 천시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이야말로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기후정의와 공공성이 실현되어야 할 생존의 최전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이야기 ② 현장의 실천 경험과 과제들
박성우, 음성노동인권센터
사실 저희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지금까지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를 중심 의제로 전면적으로 다룬 적은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더 공부하고 연대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지역에서 꾸준히 해온 활동 중 하나인 '생활임금 조례 제정 운동'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공공성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TT 58] 2023년, 저희 센터는 음성군 최초로 생활임금 조례를 주민발안제를 통해 발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노동자와 주민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요구였죠. 그런데 음성군의회는 이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생활임금조례가 통과되면 자영업자나 민간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면서 말이죠. 심지어 본인들이 멋대로 수정해서 발의한 수정안 또한 부결했습니다. 지방의회가 작년에 한 차례 부결시킨 이 조례를 두고, 저희는 다시 주민들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싸웠습니다.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고, 현수막을 걸고, 군의회를 향해 압박했습니다. [PTT 59, 60] 그렇게 해서 만든 조례는 단순히 ‘시급을 조금 더 올려달라’는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지방정부가, 적어도 자신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화하자고 주장한 겁니다. 말하자면, '사람을 위한 최소선을 정하는 것', 그것이 공공성이고, 그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정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생활임금 조례는 특히 기후위기와 맞물린 에너지 불평등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에너지비용 부담이 크고, 결국 냉난방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여름의 폭염 속에서, 겨울의 한파 속에서 제대로 된 냉방이나 난방을 못 하고 버티는 삶. 그게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단순히 돈 몇백 원 더 주는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재난 대응력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제도, 그게 생활임금입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아쉬움도 많지만 어찌되었건 지방정부가 민간 노동자들의 임금에 개입하는 첫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공공의 원칙, 기후위기 속에서 삶을 지키는 기준이 조금씩 작동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PTT 61, 62] 조례는 결국 ‘군의회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직접 만들고 지켜낸 성취였습니다. 지난달 조례 통과 이후, 저희가 느낀 건 감격보다는 오히려 허탈함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작 이걸 만들어야 할 책임 있는 사람들은 침묵했고,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를 조직하고, 서로를 잇고, 제도를 바꿔낼 수 있다는 경험이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이 경험은 저희에게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줬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더욱 공공이 삶의 조건을 보장해야 하고, 거기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숫자나 그래프 수치만으로 채워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어떤 일상이 인간답고, 어떤 조건이 안전하며, 어떤 일터가 존엄한지를 함께 말하는 정치입니다. 생활임금 조례는 그 출발선이었습니다. 아직 할 일은 많습니다.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고, 위원회 운영은 여전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고, 군의회와 행정의 협조도 미지근합니다. 하지만 이 조례를 통해 저희는 지역에서의 공공성 논쟁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이 기후정의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경험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여성과 장애인, 이주노동자와 성소수자 등 우리 지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생활임금을 비롯한 공공성의 원칙이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 속에서 저임금 노동자와 에너지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지역민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중심에 둔 계획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PTT 63] 작년 9월 28일, 충북에서는 충북노동자 기후정의행진이 열렸습니다. 행진의 슬로건은 "여기서 살기 위해 우리가 기후정의"였습니다. 저는 그 구호가 참으로 와닿았습니다. 기후정의와 공공성,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