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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성명] 드디어 제정된 음성군 생활임금조례, 이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었나(2025. 6. 24)

음성노동인권센터 2025. 6. 25. 08:59

 

드디어 제정된 음성군 생활임금조례,

이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었나

 

2025624, 음성군의회가 마침내 생활임금조례안을 통과시켰다. 2,356명의 음성군민 서명이 담긴 주민 청구인 명부를 군의회에 제출한 것이 2023623일이었으니 꼬박 2년 만에 통과된 셈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 조례 통과는 축하나 환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다.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해 지난 2년간 숱한 노력과 헌신을 기울여온 군민들과 노동자들에게 오늘의 결정은 감격이 아닌 허탈함으로 다가왔다.

오늘 통과된 조례안은 2024718일 음성군의회에서 부결된 바로 그 수정안과 내용적으로 동일한 안이다. 공공근로, 지역공동체사업 등 임시채용 노동자를 생활임금제에 적용 대상으로 삼지 않는 등 원안에서 후퇴한 내용이 많아 군민의 뜻을 온전히 담은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심지어 당시 군의원 네 명은 그렇게 훼손된 수정안조차도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부결시켰고, 이후 조례안을 발의한 주민들이 항의에 나서자 군의회는 군민을 상대로 형사 소송까지 벌였다.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사태 속에서도, 우리는 생활임금조례를 포기할 수 없다는 한목소리로 군민 결의대회까지 열며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오늘 군의회 본회의에서는 조례안이 기계적으로 처리되어 통과됐다. 찬반 표결조차 만장일치가 아니었고 반대한 의원을 포함, 조례안에 대한 아무런 질의도 없었다.

이는 민의를 부담스러운 과제로 간주해 생활임금조례를 무시하고 회피해온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로 군민을 위해서 조례안에 찬성했다기보다 너무 시끄러워지기 전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음성군의회는 지방의회로서 최소한의 성찰과 의식이 있다면 생활임금액을 결정하는 심의위원회에 당연직 의원으로서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다시 한번 묻는다. 누가 군민의 삶을 거리낌 없이 부정하고 짓밟았나? 누가 주민발안제를 통한 군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휴지조각처럼 대했나? 그리고 지금, 누구 하나 조례안 제정까지 이렇게 시일이 걸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거나, 적어도 설명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었나?

생활임금조례는 단순한 시급을 올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며, 공공이 앞장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다.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례 제정을 요구했고, 조례 제정을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음성군의회는 이 싸움을 온전히 군민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침묵과 회피로 일관했다.

이제라도 조례가 제정된 것은, 오롯이 군민의 힘이며, 집요한 투쟁과 연대의 결과다. 하지만 이 조례는승리라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통과된 조례다. 조례 하나를 얻기 위해 군민은 고소를 당했고, 거듭된 부결과 외면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조례 통과의 순간에도 우리는 다시 한번 의회와 행정의 철저한 무관심과 불통을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기억할 것이다. 누가 조례 제정을 막아섰고, 누가 침묵했으며, 누가 군민을 고소했는지를 지역사회는 잊지 않을 것이다.

책임 있는 사과도, 설명도 없이 끝난 이 조례 제정 과정은 민주주의의 절차와 상식이 무너졌음을 증명하는 비극적인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생활임금조례는 이제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이 조례가 어떻게 시행되고, 어떻게 확대되며, 어떻게 진정한 생활을 보장하게 될 것인가이다. 우리는 조례의 실효성을 감시하고, 모든 노동자가 존엄하게 살아가며, 주민들의 참여와 뜻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향한 다음 걸음을 준비할 것이다.

오늘 우리는 분노하지만, 멈추지 않겠다.

오늘 우리는 실망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2025624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