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네팔에서 벌어진 대참사, 남의 일이 아니다(26.09.15)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9. 29. 10:13

 

"네팔에서 벌어진 대참사, 남의 일이 아니다"

 

올여름,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잔혹한 폭염과 끔찍한 국지성 호우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빙하 위의 북극곰이나 먼 미래 세대만의 낭만적인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다가오는 9월 19일 토요일, 이 거대한 가후재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평범한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거리에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는 <충북기후정의행진>이 열립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를 모시고, 기후위기와 노동이 어떻게 잔혹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왜 이번 주 토요일 거리로 나가야 하는지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Q1. 올여름 유독 길고 독했던 폭염 탓에 기후위기를 실감한다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다가오는 9월 19일 토요일에 열리는 <충북기후정의행진>,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이며 무엇을 요구하는 자리인가요?

 

네, 안녕하십니까. 매년 9월은 전 세계 수많은 시민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각국 정부와 기업에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달입니다. 우리 충북 지역에서도 도내 노동, 환경, 시민사회 단체들이 연대하여 다가오는 19일 토요일, 기후 침묵을 깨는 도민들의 웅장한 목소리를 모아내고자 합니다.

 

이번 행진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개인의 실천, 예를 들어 일회용품 줄이기나 분리수거 같은 개인의 윤리 문제로만 떠넘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이윤을 독식해 온 기업들과, 이들의 눈치만 보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난개발을 허가해 온 정부와 지자체에 진짜 책임을 묻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기후 재난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먼저, 가장 가혹하게 쏟아지는 이 불평등한 구조 대신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자는 연대의 축제입니다.

 

Q2. 행진의 주축 중 하나가 바로 '노동계'입니다. 흔히 기후위기라고 하면 환경단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노동조합과 노동 인권 활동가들이 기후정의행진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후위기는 곧 노동의 위기이자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여름을 떠올려 보십시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냉방 설비 하나 없는 물류센터에서 땀 흘리던 노동자들, 뙤약볕 아래 철근을 짊어지던 건설 노동자들, 그리고 환기조차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던 농업 노동자들이 온열질환으로 픽픽 쓰러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배달 노동자들은 빗길 미끄러움의 공포 속에서 목숨을 걸고 도로를 달려야 합니다. 기후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안전한 실내에서 에어컨을 쐴 수 없는, 가장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생명을 가장 먼저 갉아먹습니다. 그렇기에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투쟁은 노동자들의 생명과 일터를 지켜내는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노동권 투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Q3. 특히 음성 지역의 연대 행보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이번 기후정의행진에 발맞춰, 음성에서는 네팔 이주민들을 모아 기후 재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진'을 기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우리 음성 지역은 농업과 제조업이 밀집해 있어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대단히 높은 곳입니다. 최근 저희 센터에서는 지역의 네팔 이주민들과 함께 기후변화와 네팔의 홍수 피해를 다루는 작은 교육과 나눔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아픔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의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네팔에서는 끔찍한 대홍수와 산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마을이 물에 잠기고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한국에 돈을 벌러 온 네팔 노동자들은 텔레비전 너머로 자신의 고향 집이 휩쓸려가고 가족들이 이재민이 되는 참상을 피눈물을 흘리며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9월 19일 행진에는 음성 지역의 네팔 이주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고향의 홍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거대한 기후 불평등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입니다.

 

Q4. 말씀을 듣고 보니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인 불평등의 문제라는 점이 뼈저리게 와닿습니다. 네팔 이주민들의 현실이 기후 불평등의 잔혹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후 정의'를 외치는 이유입니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은 선진국들과 다국적 거대 기업들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대가, 즉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폭우가 쏟아지는 재난의 고통은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저개발 국가의 민중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습니다. 가장 책임이 없는 자들이 가장 먼저 재난의 제물이 되는 참혹한 모순입니다.

 

Q5.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바로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충북 지역의 산업 구조를 볼 때 이 문제도 대단히 중요해 보이는데요?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재편하는 것은 시대적 숙명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방식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입니다.

 

충북 지역만 보더라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대거 밀집해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산업이 전환되면, 엔진이나 변속기 부품을 만들던 지역의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발전소가 폐쇄될 때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의 칼바람을 맞습니다.

 

정부와 자본은 새로운 친환경 녹색 산업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그린 비즈니스'로 배를 불리고 있지만, 정작 쫓겨나는 노동자들의 재교육이나 고용 승계, 생계 지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또 다른 대량 해고와 노동 착취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산업 전환의 결정 과정에 노동자가 동등한 주체로 참여하고 그 비용을 사회가 공정하게 분담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이번 행진을 앞두고 청취자분들과 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그리고 참여를 당부하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2026년 올여름 겪었던 끔찍한 폭염과 수해는 앞으로 남은 우리 생애에서 '가장 시원하고 평온했던 여름'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기후 재난은 이미 계급과 국경을 넘어 우리의 문명 전체를 덮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19일 토요일, 평범한 시민들, 노동자들, 그리고 이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충북의 거리를 걸을 것입니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개인의 훌륭한 실천을 넘어서, 탐욕스러운 시스템을 멈춰 세우는 집단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이 절실한 때입니다. 우리의 일터와 일상,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이 담대한 연대의 발걸음에,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따뜻한 관심과 지지로, 나아가 거리에서의 뜨거운 동참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