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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반복되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화재, 이대로면 대형참사 못 막는다(26.06.23)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7. 7. 11:01

반복되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화재, 이대로면 대형참사 못 막는다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찬사를 받는 글로벌 기업 SK하이닉스. 하지만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의 이면에는, 매일같이 유해 화학물질의 위협 속에서 방치된 하청노동자들과 불안에 떠는 지역 주민들이 있습니다. 기업은 K-반도체의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지만, 정작 연달아 터지는 화재와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철저한 침묵과 정보 통제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최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연쇄 화학사고의 실상과 원청의 교섭 해태 등 얽혀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Q1. 최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화재와 화학사고가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에는 그 빈도가 심상치 않은데요. 현재 현장의 실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까?

네, 이번 사태는 현장 작업자의 실수나 우연이 아니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안전을 후순위로 미뤄온 '구조적 재난'의 결과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앞에서 규탄대회가 열렸는데요. 거기서도 지적되었듯, 지난 6월 1일에 이어 10일과 12일, 불과 2주 사이에 같은 사업장에서 3건의 화재 및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올해 누적으로만 벌써 5번째입니다. 12일 화재 당시에는 직원 4천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반도체 제조 공정은 그야말로 화학물질의 전시장입니다.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만 5백종이 넘고 이 중 확인된 발암물질이 53종, 생식독성 물질이 29종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공정안전관리(PSM)' 대상이 될 만큼 고도의 위험을 내포한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연쇄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과 위기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Q2. 이번 연쇄 사고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는 화학물질 누출과 관련된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투명한 원인 규명이나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영업 비밀' 프레임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노동자나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누출되었고, 인체와 환경에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할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존재하지만, 사측은 첨단 기술 보호와 영업 비밀을 핑계로 핵심 정보를 가리기에 급급합니다.

과거 감광액이나 독성 가스 누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사측의 일관된 태도는 "누출량이 미미해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외부 유출은 없었다"는 식의 셀프 면죄부 발행이었습니다. 노동부나 지자체의 솜방망이 처벌과 결합된 이러한 '은폐식 대응'의 누적이 결국 기업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을 배양했고, 지금의 연쇄 사고를 잉태한 근본적 토양이 되었습니다.

Q3. 가장 치명적인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은 하청노동자들인데, 이들은 정작 사고 정보나 안전 대책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해 보입니다.

맞습니다. 비단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 현장의 가장 뼈아픈 모순인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유해 물질을 직접 취급하고, 설비를 유지보수하며, 고위험 공정에 투입되는 이들의 절대다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막상 사고가 터지면, 이들에게는 형식적인 재난 대피 문자 한 통이 전부입니다. 어디서 무슨 밸브가 터졌는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셧다운 조치가 취해졌는지 하청노동자들은 알 길이 없는 셈입니다. 이러한 정보 접근권의 차단은 곧 생명권의 박탈이나 다름없는, 매우 잔인하고 불평등한 폭력입니다.

Q4. 그래서 하청노동자들이 일터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원청인 SK하이닉스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요?

네, 최근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근거해 지난 4월 말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만, SK하이닉스는 두 달이 넘도록 철저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그리고 노조법 2·3조 개정의 핵심 쟁점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듯, 하청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작업장 안전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은 당연히 사용자로서 교섭의 의무를 져야 합니다. 많이들 노조의 성과급 이슈에만 조명을 맞추지만, 지금 청주공장 하청노동자들의 쟁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내가 일하는 현장의 위험 요소에 대해 발언할 수 있게 해달라", "진짜 사장인 원청이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놓고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가장 절박한 생존권적 요구입니다.

Q5. 청주공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주거 밀집 지역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극에 달하고 있는데, 지방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제가 규탄대회때 현장에 가서 보니 정말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더라고요. 만약 대규모 화학사고가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지역 사회 재난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대기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과 세수 확보라는 경제적 논리에 갇혀, 기업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이나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지역사회의 알 권리 보장에는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지금이라도 즉각적으로 현장 하청노동자, 인근 주민, 외부 독립 전문가가 투명하게 참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지역 차원의 독립적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둔 엉성한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이번 SK하이닉스 화학사고 사태를 지켜보고 계신 청취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러나 그 글로벌 1위의 신화가 화학물질의 공포 속에서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하청노동자들의 희생과,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담보로 쌓아 올린 것이라면 그 성장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도, 정당할 수도 없습니다.

SK하이닉스는 '안전보건 경영'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 뒤에 숨어 진짜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합니다. 하청노동자를 일터의 안전을 함께 책임지고 논의할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즉각 원청교섭에 나서야 합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이들의 투쟁이 특정 사업장의 노사 갈등이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노동자의 헌법적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공공의 과제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고, 굳건한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