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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당한 필리핀 이주노동자(2025.08.05)

음성노동인권센터 2025. 8. 5. 10:24

2025 8 5일 화요일 ~08:56:00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당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지난달 24,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이주노동자의 실태를 언급하며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이주노동자를 향한 인권 침해 행태가 만연한데요. 강원도 동해시에서는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의 임금 통장을 보이스피싱 계좌로 허위 신고한 뒤 돈을 요구한 사례가 발생해 노동인권단체가 사업주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합니다

 

1. 먼저 사건의 배경부터 짚어주시죠.

. 지난달 16일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A씨가 음성노동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A씨는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한 사업장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가 여권과 통장 압류 등 사업주의 위법 행위에 시달렸습니다. A씨가 여태 모은 돈을 가지고 탈출하자, 사업주는 A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계좌로 허위신고했습니다. 가족을 위한 수술비였던 임금 통장이 동결된 상황에 좌절한 A씨는 결국 동해시에서 음성군까지 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센터는 강릉노동인권센터 등 강원 지역의 노동인권단체들과 함께 사업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고용노동부 강릉지청에서 개최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강조한 것은 단순히 A씨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임금을 강탈당하는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에 일갈한 만큼, 정부부처 차원에서도 심각히 여겨야 할 사안입니다.

2.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한 처우들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먼저 A씨는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할 만큼 고강도의 노동환경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올해 4, A씨는 독감에 걸려 사업주에게 하루의 휴식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는 이조차 A씨에게 너는 쉬는 날이 없다며 일터로 보냈습니다. 독감에 걸린 A씨는 제대로 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일해야 했습니다. A씨는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게 금지된 발전소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사업주는 A씨를 몰래 자신 차량의 트렁크에 태워 발전소에서 일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는 사업주가 A씨를 짐짝과 같은 존재로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사업주는 A씨의 통장과 여권을 강탈했고 A씨가 2년 가까이 모은 임금이 든 계좌를 보이스피싱으로 허위신고한 것 역시 사업주가 A씨의 임금을 강탈하기 위한 시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허위신고는 최대 3년의 징역, 3천만 원의 벌금 처벌을 받는 중죄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업주는 A씨에게 계좌 동결을 풀기 위한 조건으로 저축한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요구하고 A씨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퇴직금 포기 각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등 악질적인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3. 이번 사례 외에도 유사한 피해 사례가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 인권침해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배경,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네, 최근 전국의 질타를 받은 전남 나주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등 여전히 지역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정부당국의 해결의지가 낮고,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억압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4. 해당 사업주의 입장은 어떤가요? 현재 법적 대응이나 행정조치 상황도 궁금합니다.

현재 해당 사업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주는 언론에 A씨를 트렁크에 태운 것에 대해 뒷좌석이 짐으로 가득 차서 A씨가 자진해서 트렁크에 탔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뒷좌석이 짐으로 가득 찼다면 짐을 트렁크로 옮기고 A씨가 뒷좌석에 타는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A씨가 트렁크에 탄 채로 자신의 부인에게 한국에서 일하기가 이토록 힘들다라고 말한 영상도 현재 확보한 상태입니다.

보이스피싱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사업주 스스로 허위신고한 사실을 자백했음에도 이를 부하직원이 자신 모르게 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 변명에 A씨는 고용노동부에 사업주에 대한 노동법 관련 위법 사안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등에 대해서도 형사고소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5. 노동인권단체에서는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자 하십니까? 현재 요구하고 있는 조치나 대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현재 A씨는 노무사와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이 처한 인권침해에 당당히 임할 계획입니다. , 고용노동부 강릉지청에 지역 내 이주노동자 밀집 사업장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지역 발전소 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정밀점검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사건은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훨씬 수월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언급도 있는 만큼, 지역에서도 이에 알맞은 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6.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장벽, 체류 자격 등의 문제로 피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요.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어떤 보완이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반세기 전 수많은 한국 노동자들도 독일로, 중동으로 떠나 이주노동자로서 일했습니다. 당시 우리 노동자들이 느낀 설움을 2025년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느끼게 하는 건 비단 보편적 인권의 문제를 넘어, 앞 세대의 힘듦을 가벼이 여기는 행태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각 지역의 노동부 지청에도 여러 언어의 통역사들을 상시 배치해 이주노동자의 고충을 보다 정확히 들을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도 사업주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신분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히 이 땅에 와서 일만 하고 떠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이 본국에 돌아가 한국에 대해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하는 내용을 감안하면, 그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의 글로벌 평판을 좌우하는 민간 외교관이나 다름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일꾼이 아닌 한국에 온 손님으로 대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