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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삼성전자 노조 파업, '밥그릇 싸움'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26.05.26)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7. 7. 10:51

 

삼성전자 노조 파업, '밥그릇 싸움'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하지만 그 화려한 명성 뒤편에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노동3권을 행사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회사는 압도적인 매출과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지만, 정작 법이 정한 노사 관계의 대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중심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연대하고 있는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성과급 논란의 실상에 대해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1.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간의 갈등이 파업 위기까지 치닫게 된 근본적인 법적 쟁점은 무엇인가요?

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지 임금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3권의 가치가 일터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노동조합과의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기보다, 사측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임의 기구인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임금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왔습니다.

올해도 노조와의 법적 교섭이 버젓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사측이 임금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결정하려 하자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이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노동조합의 고유한 교섭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법이 정한 정상적인 노사 관계의 틀을 흔드는 심각한 법적 쟁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2. 사측은 성과급(OPI) 지급이나 임금 결정이 경영 수치와 사내 규정에 따른 고유한 경영권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회사가 주장하는 경영권은 헌법이 명시한 노동3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정당성을 가집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베일에 싸둔 채 일방적인 결과만 통보하는 것은 노사 대등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그 대가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명확히 알 권리가 있습니다.

사측이 정한 내부 규정만을 내세워 성과급 지급률을 통보하는 것은 결실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배제하겠다는 뜻과 다름없습니다. 헌법이 노동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한 이유는 이처럼 일방적인 독단 경영을 견제하고, 대등한 지위에서 노동 조건을 함께 결정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정보를 은폐하고 교섭을 회피하는 관행이야말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Q3. 일각에서는 대기업 노조의 투쟁을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나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러한 시선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의 본질을 왜곡하는 프레임입니다. 노동3권은 노동자의 소득 수준이나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하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입니다.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헌법적 권리 행사를 비난받아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발상입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파업권 행사는 사측의 일방적인 소통 구조를 깨뜨리고 법적 대등성을 회복하기 위한 합법적인 권리 선언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노동권을 바라보는 인식이 얼마나 전근대적인지에 머물러 있는지를 방증할 뿐입니다.

Q4.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 일각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센데, 무엇이 문제인가요?

정부의 긴급조정권 시사는 노사 관계의 자율성을 뿌리째 흔들고,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전면 부정하는 대단히 초법적이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긴급조정권은 국민경제에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발동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사측의 불투명한 태도와 교섭 회피라는 원인 제공은 묵인한 채, 단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나 국가 경쟁력이라는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정부가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대기업 사측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꼴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긴급조정권이라는 흉기로 노동자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교섭 테이블에 나와 헌법적 대화에 임하도록 행정지도하는 것입니다.

Q5. 노동조합이 이번 교섭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요구한 제도적 개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핵심은 시혜적인 처우 개선이 아니라,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법적 노사 관계의 확립입니다.

첫째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위법적인 임금 결정 관행의 완전한 폐기입니다. 단체교섭권을 가진 유일한 주체인 노동조합을 패싱하는 법 우회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성과급을 포함한 모든 보상 체계의 기준을 단체협약으로 제도화하자는 요구입니다. 사측의 기분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뀌는 잣대가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을 명문화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현장에 안착시키는 길입니다.

Q5.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이번 대기업 노조의 투쟁에 연대하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원청 대기업이자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헌법상의 노동3권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 사회 전체 노동권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임의 기구를 통해 노동 조건을 통제하는 방식이 용인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와 소규모 영세 사업장으로 확산되어 전체 노동 지형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듯, 거대 권력 기관들이 법이 정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 사회적 법치주의는 실종됩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삼성전자 노조에게도 더 큰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목소리 역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최대 대기업 노조에 걸맞게,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투쟁을 넘어 고용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대변하고 노동 환경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연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들의 헌법적 투쟁이 더 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이러한 연대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이번 삼성전자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시청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일류 기업의 기술력과 매출 숫자는 자랑스러워하면서, 그 기업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 행사는 불편해하는 역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산업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지더라도, 우리 사회의 기본 뼈대인 헌법과 노동권의 가치가 그 뒤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무노조 경영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 노동자를 진정한 교섭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법을 준수하는 글로벌 기업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또한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성과급의 액수를 빌미로 깔아뭉개려는 시도를 용납하면 다른 이들의 권리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