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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전국 최하위 수준 충북도 생활임금제도, 오명 벗어나야(26.09.01)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9. 1. 10:44

"전국 최하위 수준 충북도 생활임금제도, 오명 벗어나야"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걸음인 팍팍한 현실. 법이 정한 최저임금만으로는 실제 주거비와 교육비, 문화비 등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지방정부가 노동자의 실질적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지급하는 ‘생활임금’입니다.

하지만 충북지역의 생활임금 제도는 그 취지가 무색하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도내 대다수 시·군은 아예 제도조차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를 모시고, 내년도 생활임금 결정을 앞두고 우리 지역 생활임금 제도의 현주소,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Q1.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최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노동단체들이 도청 앞에서 내년도 생활임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촉구한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오프닝에서 잘 짚어주셨듯, '최저임금'이 시장에서 노동력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막는 방어선이라면,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문화적이고 실질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적극적인 정책입니다.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마중물 삼아 민간 영역의 저임금 구조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최근 노동단체들이 요구한 핵심은 2027년에 적용될 충청북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 3,471원으로 전폭 인상하라는 것입니다. 올해 충북도의 생활임금이 시급 1만 2,177원이니 여기서 1,294원, 즉 10.6%를 인상하자는 안입니다. 이를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281만 5,504원이 됩니다. 결코 무리하게 숫자를 높여 부른 것이 아닙니다. 이 금액은 지난해 도내 노동자 평균임금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충북 지역의 가파른 물가상승률 등을 꼼꼼하고 객관적으로 반영해 산정한 최소한의 요구치입니다.

Q2. 그런데 금액도 금액이지만, 현재 충북도가 생활임금을 계산하고 지급하는 '방식' 자체에도 큰 맹점이 있다면서요? 소위 말하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겉보기에는 생활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시급이 높아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종의 꼼수가 숨어있습니다. 현재 충북도는 생활임금을 산정할 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고시하고 있습니다. 즉, 순수한 기본급에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직책수당,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 복지 성격의 수당까지 전부 합산해서 생활임금 기준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본급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밥값과 교통비를 끌어모아 억지로 생활임금 액수만 채우는 꼴이 됩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조삼모사식 행정이죠. 그래서 노동계는 생활임금의 산입 범위를 수당이 아닌 '기본급' 중심으로 전면 조정하고, 식비나 상여금 같은 복지 후생 성격의 임금 항목은 계산에서 제외해야 진짜 생활임금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Q3.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충북도가 2022년에 도민들의 주민 발의로 가장 먼저 제도를 도입했는데, 정작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500명 남짓에 불과하다고요?

이 부분이 가장 통탄할 노릇입니다. 충청북도 생활임금 조례는 무려 2021년에 도민들이 직접 서명을 모아 발의한 대단히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조례입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실제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도와 도의회 직접 고용 노동자, 산하기관 노동자 등 고작 534명 안팎에 멈춰 있습니다.

조례나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 넓히는 게 아닙니다. 최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엄문섭 의원도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집행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는데요. 현행 조례 제3조를 보면 '도와 계약을 맺은 공사·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와 하수급 업체 노동자'도 명백하게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공공건물을 청소하고, 경비를 서고, 시설을 관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바로 생활임금이 가장 절실한 당사자들입니다.

하지만 매년 열리는 생활임금위원회가 예산 부담을 핑계로 대며 지급 대상을 스스로 옹졸하게 축소하고, 심지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의 노동자들마저 임의로 배제해 버리면서 도민들의 훌륭한 입법 취지를 행정 당국의 의지 부족이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는 셈입니다.

Q4. 광역지자체인 충북도의 상황이 이러니, 도내 11개 기초지자체(시·군)의 현실은 더 참담할 것 같은데요. 현재 충북 기초지자체의 생활임금 도입 실태는 어떻습니까?

전국적으로 보면 참 부끄러운 성적표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 중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곳은 '충주시'와 '음성군' 단 2곳뿐입니다. 제정률로 따지면 고작 18%입니다. 다른 지역을 볼까요? 서울, 경기, 광주, 대전은 관내 100% 모든 기초지자체가 생활임금 조례를 도입했습니다. 부산도 16곳 중 15곳이 제정했습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도입률이 52%인데, 충북은 그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지역 노동자들의 절망감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지난 18일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가 제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는데요. 제천시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무려 47%로 전국 평균(32.4%)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월평균 임금도 268만 원으로 전국 평균(320만 원)에 한참 못 미칩니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서 가장 절실하게 생활임금의 보호망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혹독한 생계난을 홀로 견뎌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Q5. 조례를 어렵게 제정해도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충주시나 음성군도 조례는 있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제도가 적용되는 과정이나 위원회의 구성에 한계가 많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조례라는 껍데기만 있다고 제도가 굴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을 보면, 충북도나 음성군은 조례상으로는 민간위탁, 공사·공단, 하수급업체까지 대상을 넓혀놓았지만, 결국 생활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단체장이 최종 대상을 '선택'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단체장이 예산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충주시는 아예 조례 단계부터 적용 범위를 좁혀 놓았고요.

결국 이 빗장을 풀려면 '생활임금위원회'에 당사자인 노동자 대표가 넉넉히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통계를 보면 노동자 위원 비율이 20~30%인 지자체의 생활임금 평균액(11,621원)이 노동자 위원이 아예 없는 곳(11,394원)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충북은 노동계 대표의 참여가 턱없이 부족하고, 회의 자료의 사전 공개나 공청회 같은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밀실에서 행정 관료들 위주로 금액과 대상을 뚝딱 정해버리니 실효성이 생길 턱이 없는 것이죠.

Q6. 결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공부문의 솔선수범과 결단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번 달 9월에 내년도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충북 생활임금 제도가 어떻게 개편되어야 할까요?

생활임금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민간 시장 전체의 임금 수준을 견인해 내는 데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청소하고, 경비 서고, 급식을 만드는 민간위탁, 용역, 하수급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이 적용되는 것이야말로 제도의 핵심 존재 이유입니다.

신용한 충북도지사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생활임금 현실화'를 도민들에게 굳게 공약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입니다. 당장 9월에 열릴 생활임금위원회에서부터 산입 범위를 기본급 중심으로 개편하고, 예산의 논리가 아닌 노동자의 생계 논리를 우선하여 도 매칭 사업과 공사·용역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전면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합니다.

나아가 도내 9개 시·군 역시 제천시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당장 생활임금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합니다. 엄문섭 도의원의 제안처럼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민간 기업에 지자체 차원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를 확산시킬 묘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충북'이라는 슬로건이 헛된 구호가 아님을 이번 가을, 실천으로 증명해 보이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