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첫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장관에게 거는 기대(2025.06.24)
첫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장관에게 거는 기대
지난 6월 23일, 이재명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노동조합의 깃발을 들었던 활동가가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수장이 된 건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오늘 <공정사회>에서는 김영훈 장관 임명의 상징성과 그가 짊어질 무게,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김영훈 후보자 임명, 왜 중요한가요?
김영훈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입니다. 한전 비정규직 해고 문제, 비정규직 철폐 투쟁, 산재 사망 대응, 최저임금 현실화 등 굵직한 노동 이슈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인물이죠. 그런데 이 인물이 이제 정부의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겁니다. 단순히 인선의 차원을 넘어, 상징적 전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상징적인 장면은, 그가 장관 임명 당일 아침까지도 현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김 장관은 금속노조 정치위원장으로서, 임명 발표 전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항의하고, 교섭 요구를 준비하던 실무자였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임명 당일에도 현장을 지켰고, 임명 당시 부산발 서울행 ITX새마을열차를 운행 중이어서 휴대폰을 차단했기 때문에 뒤늦게 임명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분명합니다. 단순히 과거 ‘운동권 출신’이 아니라, 노동의 언어와 감각을 지금 이 순간에도 체득하고 있는 인물이 장관이 됐다는 겁니다. 현장의 감수성과 정부 정책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2. 김영훈 후보자의 이력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김 후보자는 대학 졸업 뒤 1992년 철도청에 입사해 철도 기관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2000년 철도노조 부산지부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거쳐 2010~2012년엔 당시 최연소 나이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김 후보자는 2017년 정의당(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20년엔 정의당, 2024년엔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비례대표 후보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했습니다. 김 후보자의 지명은 관료·교수·정치인 출신이 주로 맡아오던 고용노동부 장관에 현직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김영주·이정식)인 모두 한국노총 출신이었고, 김대중 정부 마지막 노동부 장관(방용석)은 70년대 원풍모방노조 출신이었지만 민주노총 출신은 없었습니다.
한편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연이 있는 김 후보자는 20·21대 대선에선 이 대통령을 도왔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5년 2월부터 진행한 ‘공부모임 해와 달’에서 함께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외교, 경제민주화, 자본주의 노동, 젠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했다고 하는데 이 중 김 후보자가 노동 전문가로 함께 했다고 합니다.
3. 이 같은 인사를 두고, 대통령실은 어떤 설명을 내놨습니까?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노동존중’을 구체화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김영훈 내정자는 철도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기관사로 근무하고 계신 분”이라며 “전 정부의 노동탄압 기조를 혁파하고, 노란봉투법 개정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책수립과 필요한 역할을 하실 분을 내정자로 모셨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적임자를 내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장관 임명 직후 “노동존중이 말이 아닌 정책으로 구현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4.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번 인사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노동계는 이번 김영훈 장관 임명을 전례 없는 환영의 태도로 맞이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임명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김 장관은 노동현장의 구조적 과제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사”라며 “시대적 과제를 깊이 인식하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김 장관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노란봉투법)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노정 교섭의 제도화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단순히 장관 개인의 임명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노정 대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노총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책협약을 체결했던 한국노총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협약의 이행이 본격화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미 가동 중인 정례 정책협의체를 통해 포괄임금제 폐지, 산재보험 확대, 임금격차 해소 등 현안들을 지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5.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체제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사회적 대화 복원’입니다. 경사노위는 지난 정권 내내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었는데요. 김 장관이 민주노총의 신뢰를 회복하고, 노사정 협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한 정부의 노동정책이 법안 제정이나 제도 설계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현장 실행 체계까지 갖춰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포괄임금제 금지, 근로시간 단축, 산재예방 강화 등이 법제화되더라도 노동부의 집행력과 감독 인력,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6. 김영훈 장관 임명을 총평하신다면요?
김영훈 장관은 임명 당일까지도 노동자 곁에 있었던 활동가입니다. 지금까지의 노동부 장관들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릅니다. 거리에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외치던 사람이, 이제 정부 청사에서 법안을 설계하고 제도를 다듬는 자리에 앉게 된 겁니다. 물론 기대만큼 부담도 큽니다. 노동계의 요구를 대변하면서도, 사용자단체와 실질적 협상을 이끌어내야 하고, 동시에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 추진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현장성과 정책감각, 투쟁성과 조정능력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이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김 장관이 누구보다 오래 함께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정책을 사회적 합의로 완성시킬 수 있을지가 국민의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앞으로 김영훈 장관이 보여줄 변화,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펼칠 새로운 노동정책의 방향을 함께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