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20년 일한 노동자들 전원해고한 한국GM, 명백한 노조파괴 행태다(2025.12.02)

2025년 12월 2일 화요일 ~08:56:00
20년 일한 노동자들 전원해고한 한국GM, 명백한 노조파괴 행태다
최근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120명 넘는 하청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원청 한국GM 임원이 스스로 “진짜 사장”이라고 말한 녹취가 공개된 직후, 도급계약 종료를 명분으로 하청업체가 폐업을 선언하며 노동자 전원을 해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이 사태의 전말을 짚어보겠습니다.
Q1. 먼저, 이번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집단해고 사태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전체 흐름을 설명해주시죠.
이번 사태는 11월 28일, 세종물류센터를 운영해온 하청업체 우진물류가 폐업을 선언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우진물류는 “한국GM과의 도급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라는 단 한 줄짜리 이유를 내세워 120여 명의 노동자 전원에게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전협의도 없었고, 설명도 없었으며, 노동자들은 우편함 속 해고통지서를 보고서야 자신이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입니다.
세종물류센터는 한국GM이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핵심 물류 거점인데도 노동자들은 1년 단위 도급계약 체계 속에서 늘 불안정하게 일해왔습니다. 그 구조를 바꾸고자 지난 7월 노조가 설립됐고,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바로 그 직후 폐업이 발표됐습니다. 전체 흐름을 보면 자연스러운 경영상 판단이라기보다는 노조 출범과 투쟁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보일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명확합니다.
Q2.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폐업이 아니라 ‘노조 파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노조가 노조 파괴라고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한국GM 임원의 발언 녹취입니다. 녹취 속에서 박 모 한국GM 상무는 스스로를 “도급 문제 총책임자”라고 소개하며, 사실상 인력·업무·운영 전반을 원청이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실질사용자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노조에 “하청업체와 단체협약을 맺어도 아무 의미 없다”, “여긴 이제 끝났다”, “파업은 똥볼 차는 거다” 같은 발언을 하며 파업 철회를 압박했습니다.
더 나아가 “진짜 사장 나오라 해서 나왔다”는 말까지 했는데, 이것은 원청이 스스로 사용자임을 자인한 동시에 노동자들의 파업과 소송을 무력화하려고 직접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노조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자 원청 임원이 두 차례나 현장에 내려와 회유·협박을 시도했고, 그 직후 하청업체 폐업 및 전원 해고가 이루어진 흐름은 누가 보더라도 노조를 분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Q3. 실제 현장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의 증언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요?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가장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어제 고용노동부 대전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종시에 사는 40대 가장인 조합원 A씨는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자신의 삶 대부분을 이 일터에 의지해 살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단 한 마디 설명도 없이 해고통지서를 보냈고, 그는 “우리가 왜 이렇게 쓰레기처럼 버려져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50세가 넘도록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해왔고, 바쁠 때는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헌신했지만, 회사가 마지막으로 건넨 것은 “고생했다”는 말 대신 해고서 한 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종이 한 장이 내 20년을 흔적 없이 지워버린 것 같았다”고 했고, 특히 가족이 해고통지서를 먼저 봤을 때 느낀 모멸감과 상실감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단지 ‘고용이 끊긴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의 삶과 관계, 존엄이 순식간에 붕괴된 사건이었습니다.
Q4. 타이밍을 보더라도 이번 폐업이 단순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더 큰 구조조정 흐름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
연관성이 분명합니다. 한국GM은 11월 7일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를 내년 2월까지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금속노조와 맺은 고용안정특위 합의를 정면으로 파기하는 조치인데, 정비 인력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부품 물류 체계도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점과 거의 동시에 세종물류센터 외주화 계획이 공개됐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발탁채용” 회유와 파업·소송 철회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정비망 폐쇄 → 물류 외주화 → 하청노동자 선별 재배치 → 기존 노동자 몰아내기라는 흐름이 일직선상에서 나타난 셈입니다. 여기에 2028년 산업은행과의 경영정상화 계약 만료를 앞두고 한국GM이 ‘몸집 줄이기’와 ‘철수 대비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폐업은 단순한 협력업체 해산이 아니라 원청이 설계한 구조조정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5. 현재 노동자들과 노조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고, 정치권이나 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GM부품물류지회는 폐업 통보 직후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미 11월 11일부터 28일까지 파업을 진행했고, 폐업 발표 이후에는 “고용승계 보장, 직접고용, 노조파괴 중단”을 요구하며 총력투쟁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한국GM지부도 11월 19일 비상대책위를 꾸려 전국적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소비자·노동자·지역사회를 버리는 기업은 시장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기업이 노동자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동당 충북도당은 “이번 사태는 노조법 2조 개정 정신을 정면으로 짓밟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연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현재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대전지청 앞에서 농성과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정부의 진상조사와 원청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첫째, 한국GM은 이번 폐업 결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든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임원이 스스로 사용자임을 자인했다면 이는 불법파견의 직접 증거이자 부당노동행위입니다. 둘째, 정부는 이번 폐업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적 행동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GM은 지난 2018년 8100억 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회생한 기업이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정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셋째, 수십 년간 일해온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대책이 즉각 마련되어야 합니다. 법적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도 직접고용·고용승계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넷째, 도급을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는 간접고용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하청-원청 책임 회피’ 구조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노동자들의 삶과 존엄이 도급계약에 따른 해고서 한 장으로 지워지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