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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4차 산업혁명, 노동자 90%는 일자리 잃을까 불안 떤다(26.03.17)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3. 17. 10:26

4차 산업혁명, 노동자 90%는 일자리 잃을까 불안 떤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공장에는 사람 대신 로봇 팔이 분주히 움직이고, 우리나라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1,012대에 달하는 세계 1위의 로봇 밀도 국가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2차전지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로봇과 함께, 그리고 그 배터리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의 목소리는 얼마나 들리고 있을까요? 오늘은 첨단 산업의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지표들을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Q1. 먼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이번 조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어제 공개된 조사 결과인데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과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과 노동인권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정책적·제도적 개선해야 할지를 다룬 조사입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로봇과 2차전지 산업에서 나타나는 위험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그러한 한계를 고려해 노동자 안전과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겁니다.

이러한 개선 방안 제시를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산업용 로봇 및 2차전지 산업 노동자 각각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가 다소 충격적입니다.

Q2.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엇이었습니까?

네, 먼저 4차 산업혁명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매우 컸습니다. '자동화로 인해 내 일자리가 줄거나 다른 일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라는 질문에 무려 90%에 달하는 응답자가 그런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고요.

비단 심리적 불안뿐 아니라 육체적 안전 또한 위험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는 제조업 노동자 250명 중 88%가 '로봇과 가까이에서 일할 때 충돌이나 끼임 위험을 느낀다'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위험 경험 비율도 61.2%였습니다.

'로봇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때문에 피로나 근골격계 부담이 늘었는지'를 묻는 항목에도 84%가 동의했고, 비상정지 버튼 등 로봇 안전장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2차전지 산업 노동자들의 경우 작업 중 정체불명의 분진이나 용매 냄새를 맡으며 일하고 있지만, 자신이 다루는 물질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유해한지 “잘 모른다”거나 “교육받은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2차전지 노동자의 48.8%가 분진에 노출되어 있으며, 전극이나 소재 공정 같은 일부 위험 작업자들은 그 비율이 70%를 상회합니다. 특히 분진 노출자 중 절반이 넘는 53.3%는 하루 4시간 이상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안전보건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은 자신이 병들어가는 이유조차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Q3. 로봇이 도입되면 노동 강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인데, 로봇 활용 제조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답한 내용은 상당히 달랐다고요?

그렇습니다. 흔히 자동화가 노동을 편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설문 결과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응답자들은 로봇 도입 이후 오히려 “기계의 속도에 맞춰 작업하느라 휴식 시간이 줄었다”거나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한 감시가 강화되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생산 압박입니다. 유지보수 노동자들은 라인을 멈추지 않기 위해 안전 센서 끄고 위험 구역에 들어가는, 이른바 ‘우회 작업’을 강요받거나 스스로 감수하고 있었습니다. 기계의 효율을 위해 사람이 안전장치를 스스로 해제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Q4. 2차전지 제조 공정의 특수 환경인 ‘드라이룸’이나 ‘클린룸’ 작업자들의 건강권 문제도 이번 조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죠?

네, 2차전지 공정의 필수 시설인 ‘드라이룸’은 상대습도 1% 미만의 극도로 건조한 환경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안구 건조증과 피부 질환을 직업병처럼 앓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문 결과, 이러한 특수 환경 작업자에 대한 적절한 휴게 시간이나 보건 기준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노동 시간 자체도 매우 깁니다. 2차전지 노동자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5시간이지만, 일부 직무에서는 최대 72시간까지 근무하는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4조 3교대나 2교대 체제 하에서 인력 충원은 제대로 되지 않고,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수면 장애와 피로, 근골격계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Q5. 안전 교육이나 보호장비 지급에 대해서도 현장의 불신이 깊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치로 보면 어느 정도인가요?

보호장비(PPE) 지급률 자체는 수치상 높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현장의 만족도는 현저히 낮습니다. 지급되는 보호구가 실제 작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불편하거나, 착용 시 작업 효율이 떨어져서 정작 위험한 순간에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전 교육 역시 ‘형식화’가 큰 문제입니다. 리튬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비상 대피 훈련이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낮았습니다.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체험형 훈련이 아니라 주입식, 시청각 교육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리셀 참사에서도 드러났듯,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나 숙련도가 낮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형식적 교육은 그저 ‘알리바이용 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인권위의 지적입니다.

Q6. 이번 조사를 통해 인권위가 정부와 기업에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정책적 대안은 무엇이었습니까?

한마디로 “산업의 속도에 걸맞은 인권의 속도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핵심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안전관리 체계의 실질적 정비’입니다. 기존의 물리적 충돌 방지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오류나 알고리즘 오작동 같은 ‘비물리적 위험’을 위험성 평가 항목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협업 환경을 전문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전담 기구의 설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노동환경과 고용구조의 근본적 개선’입니다. 2차전지 공장의 ‘드라이룸’ 같은 특수 환경 노동자들에게는 일반 작업장보다 강화된 휴게 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아리셀 참사처럼 ‘위험의 외주화’가 비극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생명·안전과 직결된 고위험 공정은 반드시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셋째는 ‘노동자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의 획기적 확대’입니다. 기업이 ‘영업비밀’이나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안전보건 자료를 은폐하는 관행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노동자가 어떤 화학물질을 다루는지, 자신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의 기준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인권 보호의 시작이라는 판단입니다.

넷째는 ‘입법 지체 해소와 산재 보상의 문턱 낮추기’입니다. 2차전지 완제품을 법적 ‘위험물’로 명확히 규정해 관리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특히 원인 모를 희귀암이나 직업병에 걸렸을 때 노동자가 직접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산재로 인정해 주는 ‘추정의 원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인권 책임 강화’입니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과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환경 리스크를 의무적으로 식별하고 예방하도록 하는 ‘기업 환경·인권 실사의무화법’ 제정을 제안했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공동의 책임을 지는 연대 책임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뼈아픈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