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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ILO 총회 결과에도... 또다시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특고직 노동자들(26.07.21)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8. 18. 10:54

"ILO 총회 결과에도... 또다시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특고직 노동자들"

매년 여름이면 노사 간의 치열한 공방 속에 온 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최저임금 심의. 지난 7월 14일, 13차례에 걸친 수정안 제출과 날 선 대립 끝에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급 10,700원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전년 대비 380원, 3.7% 인상된 금액입니다. 하지만 결론이 나왔음에도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며 소모적인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40년이 되는 해이지만, 87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끝내 최저임금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2027년 최저임금 결정의 의미와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및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해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1. 활동가님, 먼저 이번 2027년 최저임금 최종 결정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정리해 주시죠.

네, 막판까지 표 대결로 치달은 끝에 결정되었습니다. 공익위원들이 중재를 위해 노사합의 권고안으로 3.9% 인상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노동계는 4.0% 인상안인 10,730원을 최종 마지노선으로 냈고, 경영계는 3.7% 인상안인 10,700원을 냈습니다. 결국 표결에 붙여져 노동계 안 11표, 경영계 안 15표, 무효 1표로 경영계 안이 채택된 것입니다.

하루 8시간 기준 3,040원, 한 달로 환산해도 8만 원이 채 되지 않는 380원 인상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공익위원들마저 자신들이 제시했던 중재안 3.9%보다 더 낮은 사용자 측 안에 표를 던지면서, 공정성과 균형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Q2. 이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과 유감 표명이 거센 상황입니다. 노동계가 이번 결정을 대단히 실망스럽게 평가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생계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사실상의 동결'이라는 평가입니다. 사측과 일부에선 이번 최저임금 상승분이 최근 물가상승률인 3.2%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2.37%로 평균 물가상승률 2.67%에도 못 미쳤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실질임금의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시종일관 경제계의 입장만 대변해왔다며, 노동존중을 약속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정부와 공익위원들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의 생계보장 기능이 마비되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업종별 구분적용'이 부결되어 최저임금의 보편성과 평등 원칙을 지켜낸 것 정도가 이번 심의의 최소한의 성과로 남았습니다.

Q3.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간의 극단적 대립과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의 편향성 시비 때문에, 이제는 최저임금 결정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떤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나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사가 각각 '대폭 인상'과 '동결'로 팽팽히 맞서다 보니 자율적 합의는 불가능하고, 결국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이 표결을 좌우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매년 되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셉니다. 위원회 규모를 15명 안팎으로 축소해 정밀한 논의가 가능하게 하거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 경제 지표를 기준점으로 명확히 설정해 논의 폭을 미리 좁혀놓고 심의를 시작하는 '당사자 결정주의' 보완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 몇 주간 밤샘 끝장 토론에 의존하는 단기 심의 구조를 상시 조사·연구 기구를 갖춘 체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Q4.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가 배달 라이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였는데, 결국 이번에도 이들은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가 870만 명에 달합니다. 노동계는 이번 심의에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강하게 요구했고, 최초로 장관의 심의요청서에도 이 의제가 명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전원회의 표결에서 재적위원 27명 중 15명이 반대하면서 최종 무산되었습니다.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로 플랫폼 노동이 대세가 되었음에도, 이들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한 채 매년 사업장 근로자의 시급 액수만 두고 다투는 기존 방식은 심각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Q5. 그런데 플랫폼 노동자를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매우 의미 있는 협약이 채택되었다면서요?

맞습니다.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ILO 총회에서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국제 기준인 '제193호 협약'이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 협약은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업무를 배분하거나 평가할 때 노동자에게 사전 고지하고 적절한 인적 개입을 보장하도록 했으며, 특히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제때 전액 지급하고 업무 경비를 보상하라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깁니다. 우리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세계적인 노동권 흐름과 판이하게 다르게 가고 있는 셈입니다.

Q6. 최저임금위원회의 도급제 적용 무산과 ILO 협약 채택 등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고용노동부가 제도 개편과 '최저보수제'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고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조차 권고안을 냈을 만큼 제도 개선은 불가피해졌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최근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최저보수 도입 방안'과 '최저임금 결정기준 합리화 연구'라는 두 건의 정책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했습니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는 이 연구를 통해 플랫폼·특고 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최저보수제' 설계와 최저임금위 상설화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법상 근로자 개념 자체를 확장해 직접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직종별 최저보수 제도를 신설할 것인지를 두고 노사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년 상반기 법 개정 논의로 이어져, 이르면 2028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부터 '새로운 룰'로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소모적인 액수 다툼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870만 불안정 노동자의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40년 된 노후화된 최저임금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전면 혁신하는 길에 조속히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