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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노동자의 임금이 실험 대상인가?상품권 임금 합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안 당장 철회하라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7. 9. 14:53

[성명]

 

노동자의 임금이 실험 대상인가?

상품권 임금 합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악안 당장 철회하라

 

충북 음성은 영세 공장들이 밀집한 제조업 도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부당해고 등 일터의 부조리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우리 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이들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는 전태일 열사가 목숨 바쳐 지켜낸 ‘근로기준법’이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을 비롯한 11명의 의원이 이 최소한의 방패마저 부숴버릴 악법을 발의했다. 노동자의 명시적 동의만 있으면 임금의 일부를 현금 대신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 현장의 뼈아픈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이 기만적인 개정안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첫째, 사업주 앞에서의 ‘동의’는 곧 ‘강요’다.
법안은 근로계약서 등 노동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달았지만, 이는 현장의 권력관계를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당장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한 영세 사업장 노동자, 비자 문제로 사업주에게 항의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가 사측이 내미는 계약서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는가.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 숱한 노동자들은 채용과 해고를 무기로 삼은 사업주의 강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권 지급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삶은 상품권으로 영위할 수 없다.
상품권으로는 월세도, 공과금도, 대출 이자도 낼 수 없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당장 통장에 현금이 꽂혀야 살 수 있는 노동자들은 결국 수수료를 떼이고 불법 암거래(깡)로 현금화를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이는 임금을 반드시 통화(화폐)로 지급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려 한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셋째, 불분명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왜 노동자의 피 같은 임금에 떠넘기는가.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스스로도 상품권 임금 지급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부재하다”고 자인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노동자의 생계가 효과도 모르는 정책의 실험 대상이 되었는가. 지역경제의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지역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기업과 자본이지, 가장 얇은 지갑을 가진 영세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를 절벽으로 내몰고 사업주의 갑질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번 개정안은 개정이 아니라 명백한 개악이다. 박민규 의원을 비롯한 법안 발의자들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명분도, 실리도, 최소한의 노동 인권 감수성도 없는 ‘상품권 임금 합법화 법안’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
 

7월 9일

음성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