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

[성명] 멈추지 않는 화염 속의 음성군, 노동자의 목숨과 주민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가!

음성노동인권센터 2026. 3. 27. 13:11

[성명]

멈추지 않는 화염 속의 음성군,

노동자의 목숨과 주민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가!

 

2026년 새해가 시작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음성군은 ‘화마(火魔)의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새해 첫날 원남 산업단지의 화학물질 제조공장을 시작으로 맹동면, 대소읍, 그리고 어제 금왕읍의 필름 제조공장 화재에 이르기까지, 음성군 전역의 산업 현장에서 화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맹동면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지역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주노동자 두 명이 화마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 중 한 명은 결국 유해마저 찾지 못했다.

이달 4일에는 대소읍 미곡리의 휴대전화 내부 필름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인근 주민들이 실외 대피소로 대피했고, 26일에는 금왕읍 유촌리의 필름 제조공장 화재로 인근 요양원 입소자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대피해야 했다. 언제까지 음성군 주민들은 ‘운 좋게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가?

소방청 국가 화재정보시스템의 통계는 음성군의 산업 현장이 불길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충청북도 전체 공장 화재 38건 중 음성군 내 공장 화재가 15건으로 무려 40%에 달한다. 재산 피해는 더욱 심각해 충북 전체 피해액의 70%가 음성군에 집중되어 있다. 음성군의 인구는 충북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한 데 반해 화재 건수와 피해액은 그 6배,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전국 단위와 비교하면 수치는 더욱 경악스럽다. 대한민국 인구의 고작 0.22%가 거주하는 음성군에서 올해 기준 전국 공장 화재의 3.3%가 발생하고 있다. 인구 대비 15배 높은 화재 발생률이다. 음성군은 더 이상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노동자가 죽기 쉬운 도시’로 전락했다.

문제는 화마의 불길이 가장 약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성군 공장의 대다수는 안전 관리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이다. 어제 화마에 휩싸인 곳 역시 10인 규모의 영세 공장이다.

이런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들이다. 지난 1월 맹동면 기저귀 공장에서 우리 곁을 떠난 두 분의 노동자 역시 이주노동자이자 간접고용노동자였다.

위험의 외주화 속에서 한국어 소통이 서툴다는 이유로, 혹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들은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대피 매뉴얼에서 소외되어 왔다. 음성군은 언제까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공허한 말잔치만 반복할 건가?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유지되는 지역 경제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분노를 담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음성군은 소규모 사업장을 포함한 관내 모든 사업장에 대한 ‘화재 안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실효성 있는 강제 조치를 시행하라!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도 예외 없는 소방 시설 지원과 엄격한 안전 점검 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화재에 취약한 이주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안전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다국어 안전 매뉴얼 보급, 실효성 있는 대피 훈련, 그리고 원청 기업의 안전 관리 책임을 명문화하라!

하나, 반복되는 화재 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라! 안전을 무시한 이윤 추구가 기업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본보기를 보여라!

하나, 음성군은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하고, 공장 밀집 지역 인근 주민들의 대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는 더는 노동자의 죽음과 지역 주민의 두려움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번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음성의 모든 노동자와 주민이 안전하게 숨 쉴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3월 27일

음성노동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