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멈추지 않는 화학물질 누출, 방치된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에 음성군은 답하라
[성명]
멈추지 않는 화학물질 누출, 방치된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에 음성군은 답하라
2025년 10월 26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화학물질 취급 공장에서 비닐아세테이트 모너머(VAM) 약 400리터가 지상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 공장의 노동자와 지역 주민 등 총 71명이 구토·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이 사고는 불의의 참사가 아니라,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같은 공장에서 불과 5일 전인 10월 21일에도 동일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21일 사고 이후 “체계적인 TF팀 운영을 통해 정확한 조사와 함께 관계기관 간 협력 등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약속은 단 며칠 만에 아무런 실효도 없는 공허한 말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는 결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지난 24일에는 금왕읍 봉곡리 테크노산단 내 한 공장에서 큐멘 과산화수소(CHP80) 유해연기가 발생했으며, 지난 5월에는 음성천연가스발전소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7월 맹동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에서는 하청노동자(60대)가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호흡용 보호구 없이, 유해물질 농도 측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투입된 결과였다. 당시 시설은 음성군이 발주한 공공시설이었으며, 고용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넘도록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 일련의 사고들은 음성군이 산업 및 노동 안전 관리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번 VAM 유출 업체가 올해 4월 음성군에 제출해 고지된 위해관리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사고 발생시 행동요령으로 ‘영향 범위가 사업장 밖으로 미치지 않음’이라며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제46조 제2항에 근거해 주민행동요령과 주민대표 경로를 미작성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이미 2021년에 삭제된 상태였다. 즉, 법령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계획서가 행정당국에 접수·승인된 것이다. 더구나 실제 사고로 다수의 주민이 피해를 입은 만큼, ‘영향 범위가 사업장 내부에 국한된다’는 업체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였다.
음성군은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나 사전점검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자체의 명백한 관리·감독 실패이며 행정의 직무유기다. 2024년 12월 기준 음성군에는 3,045 개 기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이다. 같은 날짜 기준으로 음성군 소재 산업단지는 조성이 완료된 곳만 16곳, 조성 중인 곳은 10개에 달한다.
하지만 군의 안전점검은 군에서 발주하는 건설현장 중심의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에 한정되어 있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소규모 사업장은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기 화성시의 경우 자체 조례를 제정해 ‘산업안전지킴이’를 운영,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을 포함해 5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상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음성군 또한 지역형 산업안전 전담조직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음성군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 화학물질 취급 및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
▲ 재발 방지를 위한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전담조직을 신설하라
▲ 법령 위반 및 안전관리 의무를 방기한 사업장은 강력한 행정 처분을 단행하라
노동자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되풀이되는 동안, 음성군은 “수습에 전력투구”중이라며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쏟아냈다. 이제는 이런 보여주기식 대책 대신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음성군은 행정의 무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노동자와 주민의 생명 위에 서 있는 행정은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