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활동/활동가 소식

동네 노동인권 한바퀴(충주편) - 첫번째 도착지: 북충주농협분회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7. 7. 20:50

안녕하세요. 박윤준 상담실장입니다.

오늘은 천윤미 차장님과 함께 차장님의 차를 타고 투쟁 중인 충주 노동자들을 뵙고 왔습니다.

먼저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북충주농협에 근무하고 계시고 작년 10월에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충북지역본부 북충주분회를 세운 한현자 분회장님과 최양숙 사무국장님을 뵙고, 파업 농성 300일째를 앞두고 있는 하나로택시분회 조합원들과 전정우 부지부장(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을 만납니다. 이후에는 2018년 공익제보를 했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부당해고 당한 전형진 회원님의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 공판에 참여하러 충주법원으로 향합니다.

충주에 뵈야할 분들이 꽤 많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니 이렇게 몰아서 다녀오게 되었네요.  "동네노동인권 한바퀴"라고 이름 붙여봅니다.ㅎㅎ 다음에 이런 자리가 있다면 회원분들에게도 미리 알려드려서 동행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이런 일을 더 벌리면 안되는데...)

북충주농협분회 첫번째 임단협 체결!

사진1 (좌)한현자 분회장 (우)최양숙 사무국장                    사진2 왼쪽부터 박윤준, 최양숙, 한현자, 천윤미

우리는 충주 앙성면에 있는 '임꺽정'이라는 식당에서 만났어요. 최근에 두 분에게 경사가 하나 있어서 축하할 겸 오랜만에 얼굴 보는 자리였어요. 지난 6월 20일에 북충주농협분회와 북충주농협 사이에 임금/단체협약 체결이 성사되었거든요. 조합원 2명뿐인 작은 노동조합이지만 두 분이 똘똘 뭉쳐서 자리를 지키고, 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함께 열심히 투쟁한 덕분에 이룬 쾌거였습니다. 한 분회장님 말씀으로는 충주에 있는 농협 계약직 노동자들로서는 유일하게 상여금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임단협은 4가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사용자는 계약직에 대한 상여금을 연 200% 지급한다.
2. 사용자는 복지연금으로 월 통상임금의 20%를 지급한다.
3. 기타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의 규정은 노사가 합의한 대로 한다.
4. 임금협약의 효력은 2022. 6. 20.부터 2023. 6. 19.까지로 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은 2022. 6. 20.부터 2024. 6. 19.까지로 한다.

난생 처음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본 조합장은 당혹스러워했고 피하기만 했어요. '노조만 안 하면 뭐든지 다해주겠다'며 애원을 했어요.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조합장은 수 차례 열린 교섭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단체교섭을 훼방하기 위해 현금을 뿌리는 등 몰상식한 짓도 많이 했어요. 작년 12월 말 추운 겨울에 충주노동청 앞에서 교섭해태,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하는 조합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어요.(관련기사 아래) 이런 투쟁을 거듭하면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마침내 첫번째 임단협을 맺었습니다.

 

찬 바람과 싸우며 창립한 북충주농협분회

두 분은 아직도 농협 앞마당에서 집회 형식으로 가졌던 창립총회를 잊지 못한다고 해요. 저도 그날을 잊지 못해요. 그날따라 어찌나 바람이 차고 센지, 화환들이 자주 넘어져 수습하느라 혼났더랬죠. 두 분이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농협 임원이 조합장 비호 아래서 3600만원 어치 한우를 무상으로 가져갔는데, 노동자들이 나중에 내부고발을 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조합장도 감사도 모두 입을 다물었죠. 함께 고발한 5명 노동자들은 회사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압박을 받다가 1년도 안되 3명이 퇴사했어요. 그리고 한현숙, 최양숙 두 사람만 남았죠. 두 분도 부당한 전보를 당하고 외롭게 싸우다가 인권센터 상담을 통해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지역사회에 노조라고는 본 적이 없으니 엄청나게 용기를 낸 거에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직전에 저와 두 분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과 기대감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날 바로 김원만 본부장님을 만나고 한 사람이 분회장, 한 사람이 사무국장 직책을 정했죠. 바깥에서 총회를 하면서 두 사람의 속 사정을 아는 주민분들이 엄청나게 응원을 해줬어요. 바로 옆 하나로마트에서 장보러 오신 분들도 멀찍이서 저희 집회를 지켜봤죠. 어떤 한 분은 따뜻한 쌍화탕을 주셨어요. 한 분회장님이 큰 목소리로 발언을 하고나서는 동네 분들께서 큰 소리로 박수를 치며 환호해주었어요. 한 분회장님 남편도 제3의 조합원이 되어서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연대하고 있다고 해요.

북충주농협분회 창립을 축하하는 화환과 화분들, 창립총회 집회에서 발언하는 한 분회장과 곁에 서있는 최 국장. 주민분이 주신 따뜻한 쌍화탕.

 

동지애로 똘똘 뭉친 두 사람

지난 1년 가까이 꿋꿋이 싸워온 두 분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어요. 같이 마스크를 내리고 식사한 게 처음이었거든요.ㅎㅎ 코 위로는 구면인데 하관은 초면인 신기한 경험.. 두 분 얼굴이 환하게 미소로 빛나고 있었어요. 두 분을 보면 참 끈끈하다는 생각이 처음 볼 때부터 들었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두 분 사이에 흐르는 동지애, 자매애가 얼마나 뜨겁던지. 이젠 어떻게 지역에 노동조합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0에서 1을 만들긴 기적과 같이 어렵지만, 1에서 2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을까요? 인권센터에서도 북충주농협분회를 지원하고 연대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해봐야할 것 같아요. 아, 행복하고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북충주농협 관련기사
https://news1.kr/articles/?4538043&20#_enliple

 

'경찰에 고발하겠다' 충주 단위농협, 노조와 한우고기발 갈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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