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8일 화요일 ~08:56:00
고공농성 436일,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
최근 여러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고공농성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이들이 왜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절박함이 느껴지는데요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얘기와 그 배경, 사회적 의미에 대해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합니다.
1. 아직도 많은 노동 현장에서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노동자들은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고공농성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집회나 파업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고공농성을 선택하게 됩니다. 고공농성은 노동자가 10m 이상의 철탑이나 크레인, 옥상 등 높은 장소에서 농성을 벌이며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투쟁 방식입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기업과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교섭이 지속적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2. 현재 경북 구미와 서울 명동, 경남 거제에서 고공농성에 나선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고공농성을 하게 된 자세한 배경을 살펴보죠.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 그룹이 2003년에 설립한 외국인투자기업입니다. 그러나 2022년 공장 화재 이후 회사는 공장을 재건하지 않고 폐쇄를 결정했으며, 생산 물량과 운영을 평택 공장으로 이전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위로금을 받고 퇴사했지만,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을 포함한 17명의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공장에 남았습니다. 사측은 고용 승계를 거부했으며, 이에 맞서 박정혜, 소현숙 두 노동자는 2024년 1월부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해 오늘로 436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회사가 화재를 빌미로 정당한 해고 없이 노동자들을 쫓아냈으며, 정상적으로 회사가 재가동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황임에도 사측이 부당하게 고용 승계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 서울 명동에서 계속되고 있는 고공농성은 어떤 사연이 있나요?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에서도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도 2025년 2월 13일부터 약 10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해 오늘로 33일째입니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3년간 복직을 요구해왔으며,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정리해고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우리는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마지막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여전히 해고자 복직과 해고 기간 임금 지급, 정리해고 사과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 경남 거제는 조선소에서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네. 경남 거제에서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임금 인상과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최근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청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르는 반면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이 처우 개선을 위해 각각 22일, 49일 동안 단식 투쟁에 나섰음에도 원청과의 교섭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이에 김형수 지회장이 지난 15일, 30m 높이의 철탑에 올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투쟁"이라며 고공농성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5. 고공농성에도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고공농성은 한국 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고공농성의 기원은 일제강점기인 1931년, 평양 을밀대에서 임금 삭감에 맞서 싸웠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투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강주룡은 을밀대 꼭대기에 올라가 단식 농성을 벌이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쳤고, 이는 한국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산업 현장에서 고공농성이 노동자들의 투쟁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이며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대했고, 이는 희망버스 등 전국적인 연대를 이끌어내며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6. 고공농성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고공농성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이며,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고공농성은 노동 문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기업의 무책임한 정리해고, 정부의 미온적인 중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등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노동자들은 고공농성이라는 절박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7.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 그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에 귀 기울이고, 노동 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와 기업은 고공농성을 단순히 "극단 시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합니다.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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