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5일 화요일 ~08:56:00
음성군 생활임금제 드디어 시행되나
지난 12일, 음성군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생활임금 조례안을 마련, 입법 예고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드디어 입법예고된 음성군의 생활임금조례안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함께 놓치고 있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합니다.
1. 음성군도 마침내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나요?
그렇습니다. 음성군이 최근 생활임금조례를 입법예고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오랫동안 요구되어 온 제도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활임금이란 단순히 최저임금을 넘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별로 조례를 통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주민발안제를 통해 2,356명의 지역 주민들이 청구인이 되어 음성군의회에 정식으로 수리된 후 작년 7월 본회의에서 끝내 군의원들의 반대로 조례가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후 지역 시민사회가 조례 부결에 대한 항의 현수막을 군 곳곳에 달고 지난 3월 13일에는 음성군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여는 등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촉구한 결과 음성군이 생활임금조례를 입법예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 3월, 충청북도 11개 시군 가운데 충주시가 생활임금제를 가장 먼저 도입함으로써, 사실상 '생활임금 1호 도시'의 타이틀은 충주시에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음성에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제출한 초안이 다소 수정된 만큼, 제도 도입의 상징성은 다소 약해졌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2. 입법예고된 조례안의 내용 중 어떤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인가요?
입법예고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서 중요한 예외 조항이 하나 눈에 띕니다. 바로 공공근로, 지역공동체일자리 등 국비 또는 도비, 군비가 복합적으로 투입되는 한시적 채용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실상 음성군 내에서 가장 저임금 구조에 놓여 있는 단기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이 오히려 생활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생활임금의 취지가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실질적 삶의 질 보장’에 있다는 점과 충청북도 생활임금조례의 경우 이러한 적용 제외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용 대상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셈입니다.
또한 조례안 내 생활임금위원회 구성 관련 항목도 눈에 띕니다. 위원회에 노동자 단체뿐 아니라 사용자 단체 대표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는데요. 생활임금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공공정책’이라는 점에서 노동자 중심의 논의가 보다 강하게 반영되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민간 사용자 대표가 제도 설계에 영향력을 갖게 될 경우, 생활임금의 수준이나 범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지난달 통과된 충주시 생활임금조례는 위원회 위원으로 사용자 단체 대표를 명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3. 생활임금 조례 추진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는데요. 잘 해결이 된 건가요?
네. 생활임금조례 도입을 둘러싸고 군민들과 행정 간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2024년 조례안이 군의회에서 부결된 후, 이에 항의하는 군민들이 군의회에서 항의농성을 벌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음성군의회는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강경 대응을 선택했습니다. 이 조치는 지역사회 안팎의 비판을 불러왔고, 결국 군의회 측은 고발을 철회하게 되었습니다.
공공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문제를 제기한 시민들에 대한 형사적 대응은 행정과 주민 간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생활임금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라면, 이를 요구하는 과정 또한 충분히 공론의 장에서 다뤄져야 했습니다.
우리가 투표를 통해 선출한 군의회의 권력은 특정 개인에게 권력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본래 지닌 권력을 위임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공공을 위해서만 행사돼야 할 권력이지요. 이번 생활임금조례 입법예고를 통해 군의회가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그 성격에 맞게 제대로 행사하리라 생각합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예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물론 한계와 아쉬움도 있지만, 이번 입법예고는 음성군이 노동의 가치를 다시 쓰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음성군은 충북혁신도시와 대규모 산업단지를 가진 도시입니다.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가 살아가는 곳이자 전국 지자체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내 공공부문부터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지역 노동자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임금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준'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음성군이 조례 제정 이후 생활임금의 실효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길 기대해 봅니다.
또한 앞으로 입법예고 기간 동안 시민들의 의견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이름뿐인 조례가 아닌, 현실에서 작동하는 제도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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