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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라디오] 고령 저소득 노동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노동의 사각지대 (2025.04.01)

2025 4 1일 화요일 ~08:56:00

고령 저소득 노동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노동의 사각지대


지난달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고령 저소득 노동 실태와 정책 대응> 보고서는 고령화 시대의 노동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 중 하나인 고령 저소득 노동자의 삶과 정책 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합니다

1.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 이번에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고령 저소득 노동 실태와 정책 대응> 보고서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겪고 있는 노동시장 내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한 자료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고령층, 특히 5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상당수가 저소득 노동상태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연령대 노동자의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황에 놓여 있고, 특히 여성 고령자의 경우 그 비율이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보고서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구조를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개선, 직업훈련 확대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 고령 노동자 중 1/3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는 얘기는 다소 충격적인데요. 보다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55세 이상 임금근로자 중 무려 33%가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 저임금 비중 20.2%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여성 고령 노동자의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남성 고령자의 저임금 비율이 25%인 반면, 여성 고령자는 47.2%로 거의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령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성별과 나이의 이중차별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들 고령 저소득 노동자들은 주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음식업, 청소·경비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은 전반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업무 강도는 높은 반면,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보호는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노동시장 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됩니다. 57세부터 64세까지는 중간소득층의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비취업자와 저소득 노동자의 비중이 뚜렷이 증가합니다. 지난해 12, 한국의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만큼, 이러한 고령 노동자의 저소득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 필수적인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고령 노동자들의 저소득 문제는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가요?

, 고령 노동자의 저소득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복지 사각지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 이 문제는 노후의 불안정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고령자들이 생계를 위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지만,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고강도, 불안정한 노동입니다. 결국 일을 해도 가난한상태, 즉 워킹 푸어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죠.

둘째, 이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의 확대와도 연결됩니다. 중장년층에서 고령층으로 이어지는 빈곤이 반복되면, 가족 단위의 생계 부담이 젊은 세대로 전가되고, 이는 사회 전반의 소비 위축과 경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로, 고령 저소득 노동자는 산업 현장에서 안전 문제와 건강 문제에도 더욱 취약합니다. 충분한 보호 장치 없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는 사례도 많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곧 우리 모두의 미래 노동 조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그러한 위기에 처한 고령 저소득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보고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정년 연장을 꼽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을 오래하게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고령 노동자들이 현재보다 나은 임금과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또한 재고용 제도도 일정 부분 소득 감소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강화, 그리고 고령 노동력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업의 연령 차별을 해소하고, 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특히 고령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돌봄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경우 앞으로 고령자의 노동 공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고서가 지금의 열악한 처우가 크게 개선되어야만 충분한 수준의 노동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 차원의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개선 노력이 절실합니다.

5. 그렇다면 고령 저소득 노동자 문제,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고령 저소득 노동 문제는 단지 고령자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 노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또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노동의 마지막 10년은 단지 노후의 생계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오늘도 도시 곳곳에서 빗자루를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청소 노동자, 단속에 쫓기며 배달을 하는 고령 이주노동자, 식당 주방 한켠에서 쉴 틈 없이 일하는 할머니의 삶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쉽게 가려지고, 정책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곤 합니다.

단순하게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아닌더 나은 조건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을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노인빈곤율 OECD 1위에 달하는 한국 사회가 이제는 그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