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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기후정의와 노동의 위기(2022.8.23.)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8. 23. 17:28

2022823일 화요일 ~08:56:00

 

기후정의와 노동의 위기

 

이번 국내에 쏟아진 국지성 폭우와 그로 인한 피해는 대한민국도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그리고 전쟁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식품,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의 초국적 기업들은 재난 시기에 역대 가장 많은 수익을 얻었습니다. 9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시민들이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드러내는 집회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후위기와 노동의 문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먼저 9월에 예고되어 있는 9월 기후정의행동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9월 기후정의행동은 재난으로 다가온 기후변화 문제를 널리 알리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919일 월요일부터 24일 토요일까지 기후정의 주간을 갖고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피켓팅, 자유발언, 거리 행진, 문화제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있을 예정이고, 기후정의 주간의 마지막날인 24일 토요일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기후정의행진을 펼칠 계획입니다. 최소 2만명에서 최대 5만명 정도의 규모 집회가 열릴텐데요. 그만큼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삶의 문제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기후정의행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의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있나요? ‘기후정의라는 말이 생소한데 기후정의가 무얼 의미하는지도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9월 기후정의행동의 슬로건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입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이제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지나 기후재난의 한복판을 살고 있습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가 지난 10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 동안 서구 북반구 사회를 중심으로 산업화를 거치며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온실가스는 200년 가까이 대기 중에 누적되기 때문에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금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위협은 적도에 가까운 지역과 섬나라, 해안지역 등에 가장 먼저 찾아오고, 사회취약계층일수록 이런 위협에 취약합니다. 이런 부정의한 상황에 맞서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 있는 국가와 기업, 계층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런 기후위기 위협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등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운동의 가치를 기후정의라고 합니다.

 

3. 그렇다면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영역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방금 말씀드린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가 있겠습니다. 올해 여름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사망했고, 일하던 노동자가 감전사하기도 했습니다. 재난 시기에 가장 먼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사람들은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인과 주거취약층, 에너지 빈곤층들입니다. 그리고 산업재해의 위험이 높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기후위기로 인해 산업의 종류가 전환됨에 따라 해고당할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들 또한 곧바로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 이들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라고 불리는 교수, 연구원들, 업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 인사들, 회사 대표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탄소중립위원회기 처음 만들어지면서 민간위원 78명을 위촉했는데 그중 농민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들이,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오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주변에만 머뭅니다. 그러다보니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었으니 반지하는 다 없애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4. 기후위기가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 가까이 국가 주도로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들을 육성해왔습니다. 가장 먼저 산업활동과 생활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소, LNG발전소와 같은 화석에너지 발전소가 있습니다. 제조업으로는 자동차, 철강, 화학섬유, 시멘트, 조선업, 건설업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양의 에너지와 기술이 집약되는 반도체 산업 역시 화석연료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산업입니다. 기후위기는 이른 바 화석문명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의 전환은 불가피합니다. 최근 들어 석탄화력발전소가 조기에 폐쇄되면서 석탄발전노동자들은 당장 고용불안의 위협에 놓여져 있습니다. 특히 20년 전부터 발전공기업들이 내부 하청구조를 만들고 필수 공정을 비정규직화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산업 전환의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될 위험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5. 단순히 산업 전환의 문제를 떠나 현재 경제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현재 국제사회의 경제체제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체제는 모두가 아시듯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입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경험한 이후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논리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지금까지 우리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신자유주의 체제마저도 2008년 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지속불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체제는 자연을 무한정 파괴하고 약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입니다. 1850년 이후 1990년까지 140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보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 양이 더 많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행위 때문에 산과 들, 바다가 많은 부분 파괴되었습니다. 1970년 이후 전세계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반면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되기 위해 사육당하고 있는 가축의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억압적인 환경에서 수행되는 노동자들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노동 사이에도 위계를 만들어 힘이 없는 계층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선진국들의 부는 저개발 국가의 빈곤과 연결되어 있고 고연봉 정규직 노동자의 좋은 조건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악조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식민주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외부와 내부에 모두 식민지를 만들어 착취하여 한쪽은 부유하게, 다른 한쪽은 가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6.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여성 노동자가 직장을 유기하기 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기후위기 상황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성과 여성의 노동은 다르게 평가되고, 여성의 노동은 보조적이고 주변적인 일에 배치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립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을 보면, 남성은 전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에 여성의 직장 유지율은 감소했습니다.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가정주부라는 가부장적인 도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무급노동에 해당하는 가사노동과 가정 내 돌봄 노동을 할당 받게 됩니다. 재난 시기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가난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