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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안전공업 참사, 음성군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26.04.06)

안전공업 참사, 음성군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화염에 휩싸인 공장 건물과 그 위로 솟구치는 검은 연기, 우리는 매번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운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연기 뒤에 숨겨진 진실은 운이 아니라 철저한 무관심과 탐욕이 빚어낸 인재였습니다. 최근 대전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는 우리 사회에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공장이 밀집한 충북 음성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대전 안전공업 참사의 충격적인 이면과 음성군이 직면한 화재 위기 상황에 대해 심층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Q1. 대전 안전공업 참사, 조사가 진행될수록 단순 사고가 아닌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무엇인가요?

네, 이번 참사는 사실상 예견된 비극이었습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희생자 9명이 발견된 2층과 3층 사이의 불법 증축 공간입니다. 이곳은 직원 휴게실로 쓰였지만, 사실상 탈출구가 없는 밀실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직 안전관리자가 수차례 위험성을 경고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묵살했고 결국 관리자는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공장 내부의 환경입니다. 제보된 사진을 보면 바닥에는 절삭유가 흥건하고 공장 안은 유증기로 가득 차 한 치 앞이 뿌옇습니다. 노동자들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기름방울을 맞으며 일했고, 이를 치워달라는 요구는 생산 공정이 중단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공장 내부에는 무허가 나트륨 정제 시설까지 숨겨져 있었습니다. 나트륨은 물이 닿으면 폭발 현상이 발생하는 만큼 허가된 시설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다뤄야 하는데, 시설을 정비하는 데 비용이 드니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정제 작업을 계속한 것입니다. 이것이 2026년 대한민국 첨단 산업 현장의 민낯입니다.

Q2. 참사 이후 안전공업 대표의 행보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맞습니다. 손주환 대표는 참사 이후 반성은커녕 언론에 제보한 직원을 색출하라고 지시하며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유가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유가족이고 뭐고라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죠.

심지어 숨진 노동자들의 죽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자식을 살피다 늦게 대피한 어머니처럼 현장 책임자들이 대피가 늦어 죽은 것이라며 희생자들을 모욕했습니다. 평소에도 이 새끼들이라며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던 권위적인 경영 방식이 결국 현장의 안전 목소리를 잠재웠고,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Q3. 그런데 이런 대전의 비극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충북 음성군도 화재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음성군은 지금 화마의 도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2026년 새해 시작부터 단 석 달 만에 음성군 전역에서 공장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발생한 원남 산단 화재를 시작으로 맹동면, 대소읍, 그리고 일주일 전 금왕읍 필름공장 화재까지 음성군 전체가 불길 속에 놓여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더욱 경악스럽습니다. 올해 충북 전체 공장 화재 38건 중 40%인 15건이 음성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재산 피해액은 충북 전체의 70%에 달합니다. 음성군 인구가 충북의 7%인 점을 감안하면, 화재 발생률과 피해액은 인구 대비 10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전국 단위로 봐도 인구 대비 15배나 높은 화재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음성군은 더 이상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노동자가 화마를 마주하기 쉬운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Q4. 특히 음성군 화재에서는 이주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피해가 두드러진다는 점이 가슴 아픕니다.

그렇습니다. 화마는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덮칩니다. 지난 1월 맹동면 기저귀 공장 화재에서는 이주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유해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사고였습니다. 음성군 공장의 대다수는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영세 사업장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한국어 소통이 서툴다는 이유로, 혹은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대피 훈련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원청은 이윤만 챙기고 안전 책임은 하청과 노동자에게 떠넘깁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비상구 위치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현실, 이것이 음성군 산업 현장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Q5.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강력한 요구안을 발표하셨죠? 어떤 내용인가요?

우리는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센터는 음성군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첫째, 관내 모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화재 안전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라도 예외 없이 소방 시설 지원과 엄격한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이주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안전 대책이 시급합니다. 다국어 안전 매뉴얼을 보급하고, 실제 대피가 가능한 체험형 훈련을 정례화해야 합니다.

셋째,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입니다.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만 쫓다 참사를 낸 기업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입니다. 공장 인근 주민들이 어떤 위험 물질이 있는지 알고 대피할 수 있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해야 합니다.

Q6. 마지막으로 대전 안전공업 참사와 음성군 화재 사태를 지켜보는 시청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는 화려한 공장의 외관과 수출 실적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그 안에서 숨 쉬고 일하는 사람의 얼굴을 잊고 살았습니다. 대전의 14명 희생자와 음성의 이름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우리 이웃이었습니다.

손주환 대표의 폭언과 안전 무시 경영은 비단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생산 공정 중단을 더 무서워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치관이 낳은 괴물입니다. 충북민언련과 지역 시민사회가 지적하듯, 공적 책임이 실종된 기업 경영은 결국 재앙으로 돌아옵니다.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유지되는 지역 경제는 가짜입니다. 이제는 산업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전에서 음성으로 이어지는 불길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인가, 이윤이 먼저인가. 이 물음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안전공업 참사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