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
음성군과 정부 당국은 ‘방조’의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충북 음성군 산업 현장에서 연달아 이주노동자 세 명이 연이어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태가 발생했다. 1월 29일에는 대소면의 한 콘크리트 제조공장에서 필리핀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졌고, 1월 30일 맹동면의 기저귀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네팔·카자흐스탄 국적의 이주노동자 두 명이 실종되었고 한 명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유형은 제각각이나, 이들이 모두 우리 지역의 제조업 현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다. 단순히 기업의 부주의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이 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그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이주노동자·영세 제조업체 밀집 지역인 음성군, 안전 관리감독 책임 막중하다
이번 연쇄 사망 사고에는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인 음성군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음성군은 관내에 수많은 중소 제조 기업이 산재해 있고, 이주노동자가 지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음성군은 이주노동자들의 안전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구체적인 행정력을 발휘해왔는가?
그동안 음성군은 기업 유치와 경제 활성화라는 성과에만 매몰되어, 그 이면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된 노동자들의 생명권에는 침묵해왔다. 지자체는 산업 안전의 주된 책임이 고용노동부에 있다는 핑계로 뒷짐만 지고 있을 단계가 아니다. 지역 내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특히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에 대해 지자체 차원의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할 권한과 의무가 음성군에 있다.
특히 맹동면 화재 사고의 경우 예견된 참사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소방청의 화재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음성군에서 발생한 공장시설 화재는 35건으로 전국 공장시설 화재 대비 2%, 이로 인한 부상자는 5명으로 전국의 3%를 차지한다. 음성군의 인구는 전국 인구의 0.2%에 불과한데 공장시설 화재가 나는 빈도는 그 열 배에 달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영세 제조업체가 많은 인근의 충주시와 진천군, 증평군은 각각 8건, 7건, 4건에 불과하다. 음성군이 공장시설 화재에 특히 취약한 지자체임을 통계는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연달아 사망하는 동안 음성군의 관리 감독 체계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장을 방치한 것은 음성군의 직무유기다. 지역 구성원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행정은 존재 가치를 잃은 것이다. 음성군은 이번 사태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지자체 차원의 관리 감독 로드맵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형식적인 이주노동자 대상 안전교육, 노동 당국이 나서 뿌리 뽑아야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과 관계 기관은 안전 교육 실시 여부를 방어기제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고 현장들에서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실질적인 안전 교육이 이루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서류상에 서명을 남기거나, 한국어로 진행되는 형식적인 집체 교육은 안전 교육이라 부를 수 없다. 작업 현장의 구체적인 위험 요소를 숙지시키고, 위급 상황 시 대응 매뉴얼이 노동자의 모국어로 명확히 전달되었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종이 위의 행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노동 당국에 요구한다. 사망한 세 노동자가 투입되기 전, 그들에게 제공된 교육 자료와 방식, 시간을 전수 조사하라. 언어 장벽이 존재하는 노동자에게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한 행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의 방치다. 안전 교육의 형식적 이행 뒤에 숨은 기만적인 관행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하는 비도덕적 기업,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철저한 수사 필요
또한 우리는 이번 음성군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업주들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장 엄격한 잣대로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경영 책임자들이 여전히 ‘노동자의 죽음은 비용으로 처리 가능하다’는 오만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기계 결함이나 시설 미비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업체는 음성군으로 이전하기 전에도 화재 사고를 일으킨 업체로 확인됐다. 화재 사고를 겪고도 근본적인 개선 없이 사업장만 옮겨 운영을 지속해온 경영진의 행태는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처사다.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이윤만을 쫓는 후안무치한 도덕적 해이는 결코 묵과될 수 없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남기는 기업은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다는 강력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
음성군에서 스러져간 세 명의 노동자는 단순히 통계 숫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행정의 무능, 그리고 기업의 탐욕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고 감시할 것이다.
하나, 음성군은 지자체의 관리 감독 책임을 통감하고,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을 포함해 관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긴급 전수 안전 점검 및 실효성 있는 ‘이주노동자 안전 보건 조례’를 즉각 제정하라.
하나, 고용노동부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안전 교육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이주노동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형식적 교육을 ‘안전 조치 미이행’으로 간주하여 엄중 처벌하라.
하나, 사법 당국은 이번 사고의 경영 책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철저히 수사하고, 노동자의 생명권 침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국경을 넘지 않는다. 음성군과 정부는 이 당연한 진리를 피로 쓴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방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멈추지 않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2026.02.04.
음성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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