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2021.7.16.)

2021. 9. 10. 08:29언론보도/인터뷰, 방송

KBS충주라디오 계명산의 아침 <공정사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

 

20197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고, 오늘로 시행 2년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신고하지 못하고 참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법 시행 이후에 확인되고 있는 변화와 남은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입니다. 시행 초기부터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 13직장갑질119’가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감수성 지표 및 직장 내 괴롭힘을 주제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년 내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32.9%이었는데요. 지난해 9·12월과 올해 3월 조사에서는 32~36%가 나왔는데 계속해서 비슷한 수준입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고 답한 비율은 2.4%이고, 고용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갑질을 참았다는 비율은 68.4%로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왜 갑질을 참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62.3%,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7.2%로 여전히 신고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제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행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 법을 통해 신고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지를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가 많지 않다보니 우리 사회에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위계적인 문화, 괴롭힘 행태가 이 법에 의해서 효과적으로 규율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2. 신고를 하지 않고 갑질을 참았다고 답한 주된 이유가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어떤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요?

, 맞습니다.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는 주된 이유는 정신적인 괴로움 없이 안전하게 근무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통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에 신고자들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예컨대 괴롭힘 신고를 했는데 사업주는 조사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회유하거나 협박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은 괴롭힘에 대해서 진술하기를 거부합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근로감독관이 공감을 해주기는커녕, 사업주가 처벌 받는 문제도 아닌데 무슨 의도로 신고하는 것이냐, 라는 질문을 받고, 증거가 부족하여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렵겠다는 암시를 받게 됩니다. 이런 다양한 차원에서 괴롭힘 사실을 외면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국면들을 만나게 되면 신고자들은 더 없이 궁지로 몰리고, 원래의 괴롭힘 사건에서 받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죠.

 

3.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제도가 피해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지금 현재 우리사회 직장 문화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대표되는 현행규범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법에서 규율하는 수준과 현재 근무 환경의 격차가 너무 크다보니까, 애초에 법 취지대로 사업주에 의해서 신속한 조사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오히려 분란만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주들 편에서는 법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불만이고, 노동자들 편에서는 있으나마나한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위계문화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혼란을 주고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어렵게, 어렵게 선도하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4. 사업주 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먼저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두고 조직의 치부라고 여기고 덮어두고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회사와 종사자들이 공동의 책임을 지고 조사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과 개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 분리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 신고노동자에 대하여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고노동자가 우리 회사의 경영활동과 인사관리를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피해사실을 애써 무시하거나 오히려 회유와 압박을 통해 신고노동자의 입을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사회 기업문화는 위계적이고 상명하복식 질서를 통해 인사 관리를 하고 노동자들의 행동과 말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러한 직장 질서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대부분의 괴롭힘이 직장 내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평등하고 민주적이기 보다는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가 고착화되어 있다보니,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규정대로 원활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고용노동부는 본부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도록 각 지청에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주지청이나 청주지청에서 괴롭힘 전담 근로감독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근로감독관의 수가 임금체불 진정을 포함한 각종 사건들의 수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어서, (정확한 숫자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오로지 직장 내 괴롭힘만 담당하는 감독관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특성상 감정노동이다보니, 현실에서는 근로감독관의 정신건강이 개별적인 조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어떤 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사건 처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인데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은 근로감독관 수를 늘리고, 감독관에 대한 심리상담과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개발해야할 역량이 무엇이 있을까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임금체불 진정과는 또 다른 성격의 사건이기 때문에, 조사자의 역할과 상담자의 역할을 병행해야한다는 점에서 역량강화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신고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은 못하도록 해야하는데, 교육을 통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하는 환경도 개선해야합니다. 성희롱 사건이 아닌 이상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는 임금체불 진정과 동일한 창구에서 이루어집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지도과에 직접 가보시면 알겠지만 공개되어 있는 장소이고, 다른 사건 진정인과 피진정인 간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많아 다소 번잡스러운 환경입니다. 괴롭힘 사건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독립된 공간에서, 신고자가 안전하게 자기 진술을 할 수 있고, 근로감독관은 집중된 상태에서 신고자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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