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디야우 디야우 아피타 디야우" 울산에서 울러펴진 이주노동자들의 외침(26.07.07)

""디야우 디야우 아피타 디야우" 울산에서 울러펴진 이주노동자들의 외침"

 

세계 1위 선박 수주량을 자랑하며 다시 한번 뜨거운 호황기를 맞이한 K-조선. 하지만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그 거대한 선박들은, 임금 삭감과 차별이라는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땀 흘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앞에서는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1천여 명의 국경을 넘은 노동자들의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오늘은 지난 5일 울산 현장을 직접 다녀온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 모시고,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부당 계약 사태의 전말과 그 이면에 깔린 차별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1. 박성우 활동가님, 일요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 분위기가 무척 뜨거웠다고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신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네, 그날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는 그야말로 때아닌 만국기가 휘날렸습니다. 스리랑카,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해 전국에서 모인 연대자들까지 약 1천여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휴일 특근을 포기하거나, 경기 포천에서 밤을 새워 버스를 타고 내려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피부색을 넘어 "불공정 계약 철회하라", "나쁜 차별 하지 말라"며 한목소리를 내는 그 열기는 한여름 폭염보다 뜨거웠습니다. 타국에서 묵묵히 일만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억눌렸던 분노를 터뜨리며 자신들의 권리를 선언하는 대단히 역사적인 현장이었습니다.

Q2. 이주노동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가장 큰 배경, 이른바 '식대 공제'와 '성과급 차별' 문제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태의 근원을 보려면 2022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조선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자, 정부는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통해 용접공, 전기공, 도장공 등 전문 기술직 이주노동자를 대거 유입시켰습니다. 그렇게 현대중공업에만 1600명 넘는 숙련된 인력이 들어왔죠. 그런데 이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지독한 차별의 벽이었습니다.

원청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는 물론이고 하청 소속 내외국인 노동자들조차 모두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E-7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에서만 매달 56만 원에 달하는 식대를 일방적으로 떼어갔습니다. 계약서상 280만 원 남짓한 월급에서 밥값을 빼고 나면 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돈만 손에 쥐여준 것이죠.

게다가 지난 2월에는 뼈아픈 박탈감까지 안겼습니다. 원청 정규직은 평균 1721만 원, 하청 내국인 노동자는 900만 원대, 심지어 하청 이주노동자조차 500만 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때, 오직 이들만 성과급을 단 1원도 받지 못하는 철저한 배제를 당했습니다.

Q3. 식대 차별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사측이 해결책을 내놓긴 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전형적인 '조삼모사'식 꼼수 계약이었다고요?

네, 바로 그 얄팍한 꼼수가 이주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서명을 거부하자, 사측은 지난 5월 말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겉으로는 양보하는 척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니 경악스러웠습니다. 식대를 안 떼는 대신, 노동자의 기본급을 무려 23만 원이나 깎아버리는 내용이 핵심이었습니다. 통상시급 기준으로 천 원 이상이 삭감된 겁니다. 더 심각한 독소조항도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 개인별로 사측이 평가하는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저성과자로 분류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협박성 내용까지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입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우리 노동 현장에서 사라졌던 악랄한 조항들이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부활한 셈입니다.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겐 현장 관리자들이 "사인 안 하면 당장 사직하라", "앞으로 재계약은 꿈도 꾸지 마라", "타 사업장 취업도 막아버리겠다"며 강압적인 협박과 갑질까지 일삼았습니다. 식대 무상 제공을 미끼로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는 대단히 나쁜 계약을 강요한 것이죠.

Q4. 회사의 막강한 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당당한 발언들이 현장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현장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대표로 무대에 오른 차리타 씨의 발언이 특히 뼈를 때렸습니다. 차리타 씨는 한국 동료로부터 '회사는 힘이 세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충고를 받았지만 나는 '회사의 진짜 힘은 바로 이 안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이다'라고 답했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측의 불공정한 계약을 끝까지 거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회사는 끝까지 우리를 노예로 생각했지만,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절규에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화답했습니다. 이들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겠다며 현장에서 150여 명이나 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노조 가입서에 서명하는 경이로운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Q5. 이날 울산 거리에서 한국어가 아닌 낯선 외국어 구호가 울려 퍼졌고, 내국인 노동자들도 함께 연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행진 대열에서 가장 많이 들린 구호 중 하나가 스리랑카어인 "아피타 디야우!"였습니다. 뜻을 물어보니 "내놓아라, 우리에게!"라는 절박한 요구였습니다. 한국인 연대자들도 이 낯선 구호를 함께 따라 외쳤습니다.

이날 집회는 처우 개선 요구를 넘어선 '이주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이었습니다. 조선업 현장은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단 하루도 굴러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왔다고 해서 값싼 목숨이 아니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당당한 노동자"라는 이들의 외침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숙제를 던졌습니다.

Q6. 마지막으로, 부당한 계약 강요에 맞선 이 투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청취자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를 더이상 이주노동자 개인과 거대 기업 간의 싸움으로 방치해선 안 됩니다. 노조 측이 제안한 것처럼, 정부와 현대중공업 사측, 그리고 노동조합이 대등하게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 테이블'이 즉각 구성되어야 합니다. 꼼수와 삭감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임금 체계와 노동 조건을 보장하는 상식적인 기준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저개발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비용을 후려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화려한 수출 실적 뒤에는, 입에 맞지 않는 밥을 삼키며 배를 만드는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땀방울이 있습니다. 이들을 착취 대상이 아닌 대등한 권리를 가진 동료이자 파트너로 인정할 때, 진정한 글로벌 일류 기업,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이들의 용기 있는 인간 선언에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