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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손해배상 가압류로 노동조합 발목 잡으려는 일진자본(2020.1.31.)

음성노동인권센터 2020. 3. 3. 19:49

KBS충주라디오 계명산의 아침 <공정사회>

2020. 1. 31.() 08:45

손해배상 가압류로 노동조합 발목 잡으려는 일진자본

지난 122, 충북 노동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명절 연휴를 앞두고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게 8억여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신청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사측이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항해 지난 6월에 시작한 전면파업인데, 직장폐쇄에 이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생계를 걸고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욱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조합 손배가압류 사태를 통해 국내 노동 3권의 현주소를 알아보겠습니다.

 

1. 8억여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라니, 듣기만 해도 겁이 날 것 같은데요. 게다가 현재 파업 중이면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일 것인데, 노동조합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국내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동조합에 제기하는 손해배상19899월 통일중공업 손배청구 사건부터 시작됩니다. 이후 노동조합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무력화하고,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기로서 공공연하게 사용되었는데요. 법원이 실제 노동현장에서의 노사 간 정치적 역학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계약 자유의 원칙이라는 민법상 대전제에 근거하여 판단하다보니 생계를 걸고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커다란 짐을 안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회적, 경제적 지위 격차가 있는 노동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법리 판단의 결과가 노동3권의 극심한 침체 혹은 후퇴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진다이아몬드 자본이 음성 지역의 노동 3권을 위협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피신청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습니다. 전면 파업을 시작한지 벌써 200일이 넘었고, 조합원들의 굳은 의지와 노동조합과 시민들의 연대로 법률 대응, 대시민 서명전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입니다.

 

2. 19899월 통일중공업 손해배상 청구 이후 오늘날 일진다이아몬드 손배가압류 사태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이 있었을텐데요.

, 맞습니다. 2002년 훗날 배달호 열사를 분신하게 만든 두산중공업의 65억 손배청구,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경찰이 제기한 손배소송, 2010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을 점거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자동차의 손배청구 2011년 단협 체결을 위해 파업을 실시한 유성기업에 대해 100억원대 손배소송을 제기한 사건, 2012년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158억 손해배상을 걸었던 한진중공업 손배소송 등이 대표적입니다. 생계가 어려운 와중에 수억원 대의 손해배상 소장, 가압류 결정통지문 등을 받으면 누구나 위축되고 겁이 날 것입니다. 실제로 많게는 수백억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열사들이 있습니다.

 

3. 정말 참담한데요. 이렇게 되면 사업주를 상대로 어떠한 쟁의행위도 못하고,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있습니다. 줄여서 <노동조합법> 내지는 <노조법>이라고 부르는데요. 노동조합법 제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라고 해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노동3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정해져있는 것이죠. 문제는 대법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4. 그렇군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조합 손배가압류 사태로 돌아와서 다시 얘기를 해볼까요? 회사측은 어떤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가요?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총 네 가지 사건으로 법원에 각각 제출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서울 본사 집회과정에서 벽보를 부착했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1억여원을 청구했고, 두 번째, 본사 로비 농성으로 인해 시설물 보안 경비 강화 비용, 건물 미관 훼손, 본사에 전시된 예술작품 효용 훼손 그리고 본사 로비 사용료에 해당하는 임대료 등 약 2억원을 요구했습니다. 그 밖에 본사 빌딩 입주 업체 전 직원들이 통행방해, 공포감, 혐오감 유발 등을 이유로 12천여만원을, 그리고 쟁의행위로 인한 영업비용, 경비원 추가배치, 청소 용역비 등 5억원을 청구한 것입니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은 2015년 이후 삭감해온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게 단협의 주된 안건인데 수차례 단체교섭과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은 단 한 번도 임금에 대한 안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교섭 자리에는 나오나 아무런 협의 의지도 보여주고 있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법률적으로 보아도 정당합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쟁의행위를 불법행위라 규정짓고 법원에 총 8억원에 달하는 손배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5. 노동쟁의가 손해배상과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타격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일텐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2016년 민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펴낸 <민주법학>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배제대 김종서 법학과 교수도 이와 같은 세태를 비판했는데요.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의 보장은 근대 헌법의 자유시장경제에 내재된 모순과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등장한, 이른바 수정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 측면이다. 또한 오늘날 현대 사회국가적 헌법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법원의 태도에는 노동3권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결여되어 있다. 현대적 시각에서 본다면 노동3권의 보장은 그 자체가 현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 구성요소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보여주는 견해들은 재산권의 절대적 보장에 입각해 있던 근대 초기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라는게 비판했습니다.

김교수는 파업의 불법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법원에 의한 그 인정은 법률의 위헌적 해석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논증하였고,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에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오류가 내재되어 있고 그러한 오류는 노동3권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하에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임을 밝혔습니다. 기업에 의해 남발되는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은 그 자체가 기본권의 행사를 차단하거나 질식시킬 목적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하여 헌법에 반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였습니다. 저 역시 김교수의 논증과 같이,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논리가 시대착오적이고, 결과적으로도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니만큼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인 법원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고, 애시당초 노조법에 근거하여 이러한 손해배상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