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침해(2021.3.26.)

2021. 4. 23. 15:14언론보도/인터뷰, 방송

2021년 3월 26일 금요일 KBS충주라디오 <공정사회>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침해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일명 아파트 경비원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1월 5일부터 시행하겠다고 공포했습니다. 입주민의 갑질로 인한 아파트 노동자의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개정에 이르게 된 것인데요. 최근 음성군 대소면에 모 아파트에서도 입주자대표회장의 갑질과 부당해고에 관한 제보가 있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먼저 음성군 대소면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은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겠습니까?

네 저희 센터 상담을 통해 알게된 사건인데요. 올해 1월에 관리원으로 입사한 분이 입사 1달 여 만에 관리소장으로부터 문자로 3월 15일부 해고를 통보 받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해고 사유는 입주자대표회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일하는 동료 관리원이 함께 일하기 싫다는 이유였습니다. 해고 사유나 절차상의 문제도 확인되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해고가 열 번도 넘게 반복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저는 그 이전에 해고 당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입주자대표회장의 갑질과 회장에게 잘 보이는 한 관리원의 괴롭힘이 상당했습니다. 동대표의 임기는 2년인데요. 해당 아파트에서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열댓명의 노동자들이 입주자대표회장의 말 한마디에 해고당했습니다. 그 중에는 관리소장도 예외가 아니었고 관리과장, 주임, 경비원, 관리원, 미화원 등이 있었습니다.

 

2. 입주자대표회장이 마음대로 해고를 시킬 수 있는 건가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입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자치관리와 업체를 통한 위탁관리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위탁관리 방식을 선택하고 해당 아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위탁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됩니다. 이때 아파트 동대표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에 업체 입장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눈치를 많이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입주자대표회의가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로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해고시키라고 하면 거절하기 어렵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3. 최종적으로는 인사권한이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결정을 해야할텐데, 관리사무소 입장은 어떤가요?

네 저희가 관리사무소 소장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소장은 해고 당한 관리원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 본인도 난감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회장님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조심하면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저희는 해당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와 면담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4. 실장님이 보시기에 이번 해고의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해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굳이 분류하자면 징계 해고에 해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징계 해고는 주의, 견책, 감봉, 전직, 정직 등 여러 징계 수단 중에 가장 무거운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중해야하고 그에 맞는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통상 법원에서는 ‘더 이상 해당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중대한 경우’에 정당하게 징계 해고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해고 사유는 입주자대표회장이 출근할 때 졸고 있었다, 10분 일찍 점심 식사를 했다 등의 이유인데 해고는 너무나 과한 처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해고는 한 달 전에 서면으로 해고일과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 통보해야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였고 그 사유 역시 모호하게 적어놨기 때문에 절차상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서 위탁업체 운영을 지배하고 개입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나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었습니다. 개정된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공동주택 내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내용이 규약에 포함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공동주택 내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및 발생시 조치사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이란 시도지사가 정한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기준을 의미합니다. 개별 공동주택은 준칙에 근거해 관리규약을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노동법에서 정한 직장내괴롭힘 금지 내용과 비슷한 내용인데요. 공동주택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신고방법,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등을 담은 준칙을 오는 4월 5일까지 각 시도지사는 정해야합니다. 그리고 개별 공동주택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5월 6일까지 관리규약 준칙을 바탕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합니다.

 

6. 동별 대표자에 대한 결격사유도 강화되었다고요?

네, 지금까지는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법을 위반하여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벌금액과 상관 없이 관련법을 위반하여 벌금형을 선고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동별 대표자 될 수 없게 됩니다.

 

7.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당분간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침해 집중신고기간>을 갖는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경비원을 비롯한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나 괴롭힘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있어 왔던 문제들이었습니다. 다만 수도권과 같이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별다른 대응 없이 지나가서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던 문제였던 것이죠. 해당 아파트 사건 역시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도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아파트 노동자가 있었고 그에 대해 주의를 주었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음성군 대소면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현수막을 걸고 노동인권침해 신고를 받기로 했습니다. 3월 24일부터 4월 30일까지 입주민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등 노동인권침해 신고를 받고 저희 센터가 상담해드리고 필요한 경우 중재나 법률 지원을 해드린다는 내용입니다.

 

8.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주민들은 아파트 노동자들을 사실상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 입장에 있습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중요 의사결정을 일임한 구조에서, 동대표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계신 분이라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떤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