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일 화요일 ~08:56:00
여기서 살기 위해 우리가 기후 정의!
928 충북노동자 기후정의행진
역대 최장 기간의 폭염과 열대야를 기록한 올 여름, 많은 분들이 기후 위기를 실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8일 토요일 청주 도심에서는 지역 노동자와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충청북도에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재난 대응, 그리고 녹색 일자리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행진이 있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928 충북노동자 기후정의행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928 충북노동자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에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관하여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사회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오늘날 기후 위기는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경제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21세기를 전후한 세계화를 거치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생태계 파괴와 화석 연료 추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태계와 인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지금의 경제 구조와 관행 위에서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자신에게 집중된 힘과 이윤 창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각국의 정부, 그리고 각 지역의 지방 정부에게도 그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본을 가진 기업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정부의 대응 역시 매우 미진한 상태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은 역설적이게도 매일 출근하고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그 누구보다 기후 위기를 경험하고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위기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928 충북노동자 기후정의행진은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여기서 살기 위해 우리가 기후정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충북도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비판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 행진했습니다.
2.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들은 폭염 중에서도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입니다. 건설노동자들도 있고,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을 하는 청소 노동자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 배달 노동자의 헬멧 안 온도를 재봤더니 50도가 넘게 나왔습니다. 파리기후협약 이후에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제가 보강되면서 가장 큰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산업은 자동차 산업입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정리 해고가 일어나고 있고, 노동조합이 있는 자동차 기업은 노동조합을 패씽하고 새로운 사업 부문을 담당할 별도의 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 위기는 노동자들에게는 생명과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기후 위기는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라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에 대해 정부와 충청북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이윤을 추구하는 특성상 기업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기에, 각국의 정부와 각 지역의 지방 정부에게 많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역시 오랜 기간 기업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하고, 온실가스를 내뿜고,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규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기업들에게 ‘신산업’이라고 불리는 수소전지, 태양광, 전기차 등의 산업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4.이번 928 기후정의행진에서 충청북도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충북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지난 2022년 12월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2023년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근거해 충청북도의 탄소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담은 계획입니다. 2018년 기준 충북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천4백만 톤에 달하는데 이를 관리 권한 안에 있는 부문과 관리 권한 바깥에 있는 부문을 나눴습니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에너지와 산업 공정 분야를 모두 관리 권한 바깥으로 두고 관리 권한 안에 있는 배출량 1,217만 톤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세웠습니다. 충북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46만 톤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2024년 완공될 SK하이닉스 민간 LNG발전소와 2026년 완공될 음성LNG발전소의 연간 배출량 440만톤이 이에 맞먹습니다. 하지만 두 LNG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관리 권한 밖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이를 없는 셈 치는 것이죠. 여러 개선 사항이 있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려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가장 큰 산업 부문과 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방안이 가장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5. 기후 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내용뿐만 아니라 경제의 지배 구조가 민주적인 형태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업과 정부 관료제는 이해관계와 관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노동자,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정치 제도적으로는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경제 부문 특히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매우 비민주적이고, 사업주나 주주가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노사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며 임금과 노동 환경, 사업장 안전,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다루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방법도 쉽지 않은 실정이지요. 지금의 경제 질서에서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대안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기업과 자본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이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 시민들이 사업장 안팎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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