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이천물류창고 화재참사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2020.5.8.)

2020. 12. 2. 11:54언론보도/인터뷰, 방송

2020.5.8. 공정사회 인터뷰지

이천물류창고 화재참사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지난 429일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지 오늘로 9일째입니다. 수사본부는 세 차례에 걸쳐 합동감식을 실시하였으나 여전히 화재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며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강화, 기형적인 하청구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실태를 개선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이천물류창고 화재참사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이천물류창고 화재참사가 발생한 경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화재가 난 곳은 지하 2, 지상 4층짜리 물류창고 공사현장이었습니다. 공사는 지난해 423일 착공해 오는 630일에 완공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17개의 하청업체가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화재는 지난 429일 오후 132분 경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9개의 하청업체 노동자 78명이 작업 중이었는데요.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부 마감공사를 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화재는 지하 2층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우레탄폼 발포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작업을 하던 중 폭발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38명의 희생자를 수습하였는데,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지상 2층에서도 지하 2층과 마찬가지로 우레탄 발포 작업이 있었다고 확인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가 최소 10회 이상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을 가득채웠다고 합니다.

2. 지난해 말이었죠. 고 김용균법 제정과 관련해서위험의 외주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말씀 나눴었는데요. 이 같은 산업재해가 자꾸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네 절망스럽게도 이와 매우 유사한 산업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약 2000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매일 3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동일한 지역인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에서 사망자 40명에 이르는 중대재해가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는 29명이 사망하였고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3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화재로 인한 중대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3. 수사당국에서는 아직까지 중대재해의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어느 정도 단계까지 조사가 이루어진 걸까요?

56일까지 경기경찰청과 경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을 포함한 6개 기관이 총 3차에 걸쳐서 현장 합동감식을 벌였습니다. 현재까지의 감식 결과 지하부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각 기관이 감정 결과를 국과수에 전달한 이후 종합된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4. 그렇군요. 현장 노동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과 합동감식에서 확인된 내용들은 무엇일까요?

증언자들과 합동감식을 통해 확인한 내용은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그리고 예방 조치 없이 진행되었고, 화재가 난 직후 건축자재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피해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합동감식에 참여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 1층과 지상 2~3층에 우레탄 발포 작업을 위한 호스가 펌프 차량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우레탄폼은 스티로폼과 함께 값싼 단열재로 각광 받고 있는 소재입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연소 실험을 보면, 우레탄폼은 불에 닿자마자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화염이 번졌습니다. 용접 불똥만 튀어도 발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화 위험이 매우 높은 물질인 것입니다. 게다가 우레탄은 연소하면서 시안화수소라는 물질을 배출하는데 시안화수소는 한 모금만 마셔도 인체에 유해한 맹독성 물질입니다.

정리하면, 우레탄폼을 스프레이로 발포하는 작업을 하면서 건물 안에 유증기가 생겨났고, 환기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지하에서 유증기는 밀도가 높은 상태로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이때 용접과 같이 불똥이 튀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공기 중 유분과 반응하여 발화되었을 것이고, 2차적으로 마감재인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판넬에 옮겨 붙으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건물 내부로 빠르게 번져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되거나 폭발로 인해 화상을 입고 사망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5. 전문가들과 노동계에서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요?

고 노회찬 의원이 20174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줄여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도 하는데요. 현행법상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고, 대부분의 재해 사건은 일선 현장 노동자나 중간관리자에게 가벼운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나아가 감독 및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하여, 그 결과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형사재판 건수를 살펴보면 1심 기준으로 5,109건이었습니다.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28건으로 전체 0.5%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벌금형이었는데, 2016년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고작 432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미약한 처벌이 결과적으로 중대재해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6. 중대기업처벌법에서는 산재사고에 대해 어떻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나요?

중대기업처벌법은 비용과 편익을 중심으로 경영판단을 하는 기업문화의 현실에 맞게, 산업안전을 소홀히 했을 경우 엄청난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유도하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최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였고, 법인에게는 최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직무를 유기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최소 1년 이상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발의 후 3년이 지났지만 20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화되어 더 이상 일터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국회에 요청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