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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쟁의대상도 '시행령 통치'로? 노란봉투법 취지 훼손하는 이재명 정부(26.08.18)

"쟁의대상도 '시행령 통치'로? 노란봉투법 취지 훼손하는 이재명 정부"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을 줄이고, 일터의 평화를 찾기 위해 오랜 진통 끝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고민거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시행령이나 행정 지침을 통해 노동자들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대상'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고 나선 것인데요.

노사 간의 무분별한 갈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렵게 넓혀 놓은 교섭의 장을 정부가 다시 좁히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를 모시고, 최근 불거진 '노동쟁의 대상' 논란의 배경과 이것이 우리 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차분하고 깊이 있게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Q1. 최근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시각차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쟁점이 되고 있는 건지 상황부터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노동쟁의의 대상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나 일부 대기업 노조의 요구안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요구들이 법적인 쟁의 대상이 맞는지 의문이다. 그 기준을 규정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지시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도 당초에는 단순한 행정 해석이나 가이드라인 정도로 정리하려던 입장을 바꾸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통해 쟁의 대상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법을 개정해 쟁의의 범위를 넓혀 놓았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그 범위를 다시 축소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2. 이번에 시행된 노란봉투법을 보면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가 과거보다 꽤 넓어졌다고 하던데요. 기존의 법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이 달라진 것이고, 왜 이런 변화가 필요했던 건가요?

매우 중요한 변화인데요. 기존 노동조합법에서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오로지 임금, 근로시간, 복지 같은 매우 좁은 의미의 '근로조건'에만 한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노란봉투법은 이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로 대폭 확장했습니다.

이 변화가 꼭 필요했던 이유를 이해하시려면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떠올려보시면 됩니다. 당시 회사가 수천 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법과 판례는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이므로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중대한 문제임에도 교섭조차 합법적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이죠. 결국 극단적인 충돌과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이렇게 일방적인 구조조정처럼 노동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합법적인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어 파국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Q3. 그렇군요. 그런데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교섭 의제로 삼거나,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 광범위하고 터무니없지 않으냐고 지적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겉보기에는 무리한 요구처럼 비칠 수 있지만, 현장의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삶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광주 반도체 공장 신설 문제의 경우, 새로운 공장이 지어지면 기존 공장 노동자들의 전환 배치나 업무 강도, 장기적인 고용 안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생활 터전이 바뀔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미리 기준을 논의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성과급 요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노사는 자율적인 교섭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평화롭게 합의한 선례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 문제로 갈등이 있었지만,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며 파국 없이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즉, 요구의 수위가 높고 낮음은 노사가 대화로 조율해 갈 문제이지, 정부가 나서서 애초에 '이것은 파업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은 노사 자율주의의 원칙에 다소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Q4. 법률적인 논쟁도 뜨거운 것 같습니다. 정부가 법률을 개정하는 대신 '시행령'을 통해 이 기준을 정하려는 것을 두고 절차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던데요.

그렇습니다. 법체계상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현재 개정된 노동조합법 어디를 보아도 '노동쟁의 대상의 세부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이나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조항이 없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특히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의 핵심적인 기본권입니다.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는데도 행정부가 임의로 하위 법령인 시행령이나 집행명령을 동원해 파업의 대상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많은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노동부는 법률의 위임이 필요 없는 '집행명령'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을 행정부 마음대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존중"을 표방했던 정부가 경영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편법적인 시행령을 동원하여 헌법적 권리를 가위질하려는 셈입니다.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든 상위법의 취지를 하위법령으로 무력화하려는 이른바 '시행령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5.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시행령을 통해 쟁의 대상의 기준이 엄격하게 제한된다면, 실제 산업 현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아마도 갈등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현장의 혼선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국회를 통과한 상위법인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교섭과 파업에 나설 것입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정부가 만든 '시행령'을 근거로 내세우며 "정부 기준에 어긋나니 불법 파업이다"라고 맞서면서 대화를 거부하겠죠.

이렇게 되면 결국 과거처럼 노사 간의 교섭은 단절되고, 극한의 파업과 공권력 투입, 그리고 또다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와 징계 해고로 이어지는 끔찍한 악순환이 부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게 하여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노란봉투법의 본래 목적이 완전히 훼손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Q6. 마지막으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노란봉투법이 우리 사회에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노사가 상생하는 성숙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노사 관계는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서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무 자르듯 기준을 나누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해 '이건 합법이고, 저건 불법이다'라고 가르마를 타주려는 접근 방식은 자칫 권위주의적인 간섭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리한 시행령으로 제도를 옥죄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삐걱대더라도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스스로 교섭하고 타협해 보는 경험을 쌓도록 묵묵히 지원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들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례가 자연스럽게 축적되면서 사회적인 합의점과 기준선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노동기본권은 제약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