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무엇이 달라졌나?(2020.7.17.)

2020. 12. 2. 12:03언론보도/인터뷰, 방송

2020.7.17. 공정사회 인터뷰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 무엇이 달라졌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직장갑질 119가 이 달 초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상급자 등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5%에 달했지만 회사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3%에 그쳤습니다. 오늘 공정사회시간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가져온 변화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상담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어떤가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상담요청은 법 시행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습니다. CCTV로 노동자들을 감시한다, 관리자가 폭언, 욕설한다, 관리자 눈밖에 나면 전환배치 당한다, 등등 다양한 괴롭힘들을 호소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노동자들이 그런 괴롭힘에 맞서서 싸울 법적인 근거가 상당히 빈약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사업주에게 조치의무를 부여하게 되면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들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롭힘을 신고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 119가 조사해서 발표한대로 괴롭힘 신고율을 고작 3%입니다. ‘신고를 해도 소용없고 오히려 내가 더 불이익을 받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도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낫지만, 사업주와 관리자 그리고 노동자들의 의식의 개선이 뒷따르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신고율 3%라면 거의 신고를 못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근본적으로 본인이 소속된 회사가 공정하게 이 사건을 다뤄줄 것이라는 신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경험을 들여다보면 노동자들이 관리자나 사업주를 상대로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본 경험은 매우 드뭅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조금 밀리거나, 미지급 임금이 발생해도 사업주에게 달라고 얘기조차 못합니다.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상 받겠다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사업주에게 얘기해봤자 내가 당하고 있는 괴롭힘을 공명정대하게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쉽사리 생기지 않는 것이죠. 개인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손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서 사업주들이 나서서 해결해 준 경험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는 매우 빈약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산업재해와 다를 바 없거든요. 한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어떤 이유로 개인적인 손상을 입은 것입니다. 여기서 사업주들은 직장 내 구조적인 문제로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왔습니다. 이런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사내에서 일어난 괴롭힘을 신고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건은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실제 상담사례에서는 어땠습니까?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분들을 접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 어떤 통계를 내긴 어려운데요. 괴롭힘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해서 곧바로 개선 조치한 사업장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법 제도가 효력이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가 더 상황이 나빠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언론매체에서 다룬 사건이기도 한데요. 이 사례의 경우 괴롭힘 신고자는 다른 지역 사업장으로 전보를 당하고 행위자는 벌점에 승진제한에 불과한 경징계를 받았습니다. 더 나아가서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증언을 해준 퇴직자들과 신고인이 도리어 괴롭힘 행위자로부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2차 가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사업주가 증언들을 녹취한 파일을 행위자인 관리자에게 제공해서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오히려 피해노동자에게 더 심한 피해를 입도록 만든 최악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몇 가지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국가인권위의 권고안은 4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4인 이하 사업장에게까지 적용을 확대하라는 것입니다. 현행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을 염두하고 권고를 내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괴롭힘이 있어왔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 동의합니다.

둘째로, 3자로부터의 괴롭힘도 보호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하고난 뒤 자살한 사건처럼 사용자나 노동자가 아닌 제3자가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사장이 아닌 사장의 부인, 친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셋째로,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법제화해서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 중에 괴롭힘 행위자 처벌규정 도입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저 역시도 신중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취지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들에 있어서 사업주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개인과 개인간의 갈등이나 폭력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들로부터 발생한 성격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조직 내 근로조건, 직장 문화, 의사결정 방식 등 구조적인 문제를 사업주가 나서서 조율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이해해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업주가 자신이 가진 인사권, 징계권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서 조직의 내부건전성과 직장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도입하게되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해 인사권한을 행사할 사업주의 역할을 노동부나 사법부가 뺏어가게 되는 꼴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주가 자신의 의무를 회피하게 될 통로를 열어두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간의 문제로 여겨지고 개인간의 법적 공방으로 쉽게 번져나갈 우려 또한 있습니다.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언뜻 보면 제도를 강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도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제도의 한계도 분명히 있지만 제도에 앞서서 직장 내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의 확산도 중요해보입니다.

, 맞습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인권침해 사안은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길 바라는 것은 강자에게 높은 인권감수성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분들이 많지는 않으시죠. 따라서 힘의 균형을 맞추고, 직장 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도들을 많이 발굴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한 번 다뤄보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