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직장 민주주의의 시작(2020.7.31.)

2020. 12. 2. 12:05언론보도/인터뷰, 방송

2020.7.31. 공정사회 인터뷰지

직장 민주주의의 시작

 

직장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지만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왜인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노동법에 직장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제도들이 있지만 형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직장 민주주의와 관련 법제도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생소한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직장 민주주의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장 민주주의와 비슷한 산업 민주주의부터 설명. 산업 민주주의는 일찍이 산업화가 활발해지고 노동자 계급이 생겨난 18~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를 배경으로 나온 개념. 이 시기에 최초의 노동법이라고 할만한 영국의 <일반 공장법>을 제정. 과거 장인들이 길드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켰던 것을 이어 받아 직업별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아가 미숙련 노동자들이 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었음. 사업주의 독재적인 기업 운영에 제동을 걸기 시작. 이것이 산업 민주주의의 모태라 할 수 있음.

국내 산업 민주주의를 나타낸 첫 번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은 1929년 원산총파업. 일제강점기 영국인이 경영하는 라이징 선이라는 제유회사에서 일본인 관리자가 조선인 노동자를 멸시하고 구타하는데서 촉발된 총파업. 조선 노동자들은 폭행 관리자 파면, 최저임금제 확립, 하루 8시간 노동제 실시, 처우개선, 단체협약권 확립 등을 요구하며 4개월간 총파업.

직장 민주주의는 이러한 산업 민주주의의 연장선에 서 있는 개념. 직장 내 의사결정 문제,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문제 등에 있어서 노동자의 인권을 중시하고 경영참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

 

설명을 들어보니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서 직장 민주주의가 꼭 필요해 보이는데요. 현재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지역의 직장의 민주주의는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땅의 노동자들은 일제강점기, 민간 독재시기, 군부 독재시기를 거쳐 민주화시대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겪어오고 있음. 일제강점기에는 강제 노역을 당하는 등 노동 착취의 도구로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음. 독재 정권 시기에는 거대한 국가의 경제개발 계획에 따른 산업전사혹은 산업역군으로서 근면성실하고 윗사람 명령에 복종하는 근로자로서 살았음. “근로자라는 단어를 둘러싼 정치적 배경이 이러하기에 근로자라는 단어 대신 노동자라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그러나 아직도 정부나 많은 언론매체에서는 근로자라는 용어를 고집.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876월민주항쟁을 거치며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를 이룩했으나, 자유시장경제체재라는 무한경쟁 속에서 자본의 생산도구로서 여전리 억압당하는 지위에 놓여져있음. 회사에는 여전히 군대식 지배구조가 존재하고 있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공업 계열 회사는 출근 시간 회사 입구에서 이발기를 들고 남성노동자들의 두발을 단속했음. 2020년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수직적인 위계문화에 기댄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갑질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현실.

 

그렇군요. 노동조합이 얼마나 활성화 되어있는지도 직장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은 직장 민주주의를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조직체. 노동조합은 쉽게 말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모임. 따라서 직장 민주주의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음. 따라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사업주에 대응한 집단으로서 노동조합이 얼마나 노동자들의 권익 증진에 기여하는지가 직장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음.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대노총이라 불리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리고 그밖에 다양한 노동조합들이 있음. 2018년 말 기준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명. 한국노총은 93만명. 두 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37만명. 이를 모두 더한 수를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한 노동자 수를 나누면 노동조합 가입율. 가입율은 11.8퍼센트에 불과. 여전히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환경이고 노동조합 가입을 장려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할 권리가 안전하게 보장받는 분위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직장 내 노동자 과반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모든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에 대해 사업주는 노동조합과 반드시 합의해야함. 이를 단체교섭이라고 함. 달리 얘기하면 단체교섭은 노동자이자 경영 주체 중 일부로서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수단. 이때 금전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직장문화, 산업안전, 생산방식의 개선, 환경오염, 지역 공동체와의 유대관계 등 경영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음. 따라서 노동조합은 직장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

 

노동조합 외에 직장 민주주의를 법적으로 최소한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노동조합은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라 아직은 문턱이 높음. 직장 민주주의를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에서는 근로자대표노사협의회제도를 두고 있음. 근로자대표를 두는 건 모든 사업장의 의무이고 3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노사협의회를 반드시 두어야 함. 근로자대표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은 모두 주요한 노동조건에 대해 노동자를 대표해서 사업주와 협의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우리 회사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

 

근로자대표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근로자대표는 사업주가 정리해고를 계획할 때 해고회피 방법,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 등에 관한 협의 주체. 근로시간과 휴일, 휴가를 변경하거나 대체할 때 서면 합의의 주체. 구체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대상 노동자의 범위, 적용 기간 등을 서면 합의.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키고자 할 때 서면 합의. 주휴일을 다른 날로 대체할 때, 연차유급휴가일을 다른 날들로 대체할 때 사업주는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반드시 해야. 그 밖에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대신 보상휴가제를 실시하고자 할때,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경우 근로시간을 정하고자 할 때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이때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은 사안은 모두 무효. 가장 많은 분들이 겪는 사례가 연차휴가에 관한 것인데,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 없이, 또는 근로자대표가 동료 노동자들과 민주적인 회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주에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동의해서 연차휴가를 공휴일과 명절연휴로 대체해버리는 경우가 많음.

 

근로자대표 제도가 직장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제도로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할까요?

아직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대표를 어떻게 선출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않고 있음. 이는 매우 치명적인 법률 공백. 근로자대표는 그 지위의 특성상 당연히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로 해야하며 사업주와 합의하거나 협의해야할 사항이 생기면 동료 노동자들과 회의를 열러 의견을 나누고, 필요한 경우 찬반투표를 해야함. 그리고 이 과정에 사업주가 통제하거나 개입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됨. 이런 내용들을 근로기준법 내에 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입법 과제.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과 사업주들이 직장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근로자대표, 노사협의회, 노동조합을 적극 장려하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