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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3․8 세계 여성의 날과 돌봄노동의 사회화(2022.3.8.)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3. 8. 10:50

202238일 화요일 KBS충주라디오 공정사회

38 세계 여성의 날과 돌봄노동의 사회화

 

오늘은 38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19083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치며 여성들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2022년 대한민국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엄벌 촉구,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 가사돌봄 사회화 요구까지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들이 있는데요.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노동 현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은 어떠한지,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사돌봄 사회화 운동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던 190838일 궐기로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 여성들은 각종 범죄와 차별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데요. 대선 국면에서 이러한 여성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자본주의는 기술발전과 금융권과 연결되면서 점점 팽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불평등으로 인한 피해 일선에는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돌봄과 보건의료체계를 지탱하고 있던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노동자였지만 정작 여성노동자는 열악한 처우 속에서 고용불안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온라인상으로까지 번진 성폭력과 성착취, 여성혐오 범죄는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높은 20대 여성 청년 자살율,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스쿨 미투, 여성 임금 격차, 무급 돌봄 노동 등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은 매우 심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오히려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은 없다라든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퇴행적인 말들이 언급되거나 여성과 남성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필요 이상의 논쟁거리로 삼는 모습들이 보여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2. 상담 현장에서 체감하시는 우리 지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어떤가요?

작년 센터 상담 통계에 따르면 전체 내담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많았습니다. 음성지역에는 특히 40대 이상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문제를 많이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식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거나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과로와 괴롭힘, 낮은 임금, 제대로 쉬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 고용불안 등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여성은 집안이나 바깥에서나 누군가를 먹이거나, 돌보거나, 치료하는 일에 주로 종사하고 있고, 이 모든 노동이 타업종에 비해 사회에 대단히 필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 되어 있는 현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3. 돌봄노동이라는 말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긴 합니다만, 돌봄노동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돌봄 노동이란 뭔가요?

감정노동이라는 단어처럼 돌봄노동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사회가 애써 지워왔던 영역을 노동의 범주에 끌어올린 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영역 중 하나가 돌봄과 집안일이었습니다. 영유아나 노인, 환자, 장애인처럼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행위는, 대가 없이 여성인 누군가가 희생하며 해왔던 일이었습니다. 집안일, 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을 치우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말리고, 장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등등의 일들은 대부분 여성이 주부라는 이름으로 해왔던 노동이었습니다. 이런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은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지 않는 무급 노동이었을 뿐이지 노동이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4. 우리 일상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에 의존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이 필수적이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보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보상을 받는 직업은 생산성이 높은 직종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내느냐가 그 노동을 평가하는 주된 지표로 작용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 잣대는 현실의 많은 부분을 은폐해왔습니다. 이 노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환경적 조건, 사회적정치적 관계들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에서 높은 이윤을 창출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회구성원에게 정말로 필요한 노동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가 하는 일이 실제로 다른 사회 구성원의 필요를 그만큼 충족시켜주는지에 관한 의문들인 것이죠.

또한 남성 공장 노동자로 대표되는 노동이 가능했던 건 남성 노동자의 뒷바라지를 했던 여성들의 돌봄과 가사노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재생산 노동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재생산 노동은 단순히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의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일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노동이 재생산 노동이고 돌봄노동입니다. 그러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남성 중심의 헤게모니는 가사와 돌봄에 대한 성별 분업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주로 담당하던 이런 재생산노동을 그림자 취급해왔습니다. 그 결과 가사, 돌봄 노동은 제대로 된 사회적, 경제적 보상이 없는 채로 여성 노동자의 몸과 인권을 갉아 먹으며 유지되고 있습니다.

 

5. 지난해 11가사돌봄사회화 공동행동에서 가사돌봄 사회화 공동선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가사돌봄사회화 공동행동 활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죠.

저도 공동선언을 한 520명 중 한 사람인데요. 가사돌봄사회화 공동행동은 자본 시장과 여성의 무급노동에 내맡겨져 있는 가사와 돌봄노동을 공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행동하는 단체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고령사회로 진입,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돌봄 공백이 커졌습니다. 이때 정부는 이러한 돌봄 공백을 민간 기업과 단체들에게 맡기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간병인, 가사노동자,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직종을 중심으로 이른바 돌봄 시장이 형성된 것이죠. 그 결과 가사 돌봄 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노동권 침해와 그에 따른 여러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사돌봄 영역을 민간시장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게 주된 요구입니다.

 

6.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돌봄 노동이야 말로 함께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경쟁하고 강자가 약자를, 부자가 빈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기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합니다. 이런 연대적 돌봄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말과 행동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재난과 앞으로 심화될 기후 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연대의 가치, 돌봄의 가치가 우리 사회 중요한 가치로 자리 매김하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