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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활동/활동가 이야기

지역에서 노조할 권리찾기 강의 후기(2)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6. 12. 20:11

2강. 헌법에서(만) 보장하는 노동 3권

글쓴이 박윤준 상담실장

지난 1강에 이어 두번째 강의가 계속되었습니다. 2강 강사님은 김규원님입니다. 김규원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와 민주연합노조 음성지부에서 각각 지부장으로 재임 중이에요. 김규원님은 이 외에도 음성민중연대에서 집행위원장 활동을 하고 계시고 어린이날 행사, 지역순환사회네트워크, 음성세월호대책위, 음성 기후위기 모임 '우리의 금요일' 등 다양한 지역 활동에 함께하고 계시답니다. 본업은 음성환경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입니다.

김규원님은 제가 제안했던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에 부제를 새롭게 달아주셨어요. 헌법에서'만' 보장하는 노동3권. 지난 강의에서 배웠듯이 대한민국 헌법에서 노동인권과 노동 3권이 명시된 이면에는 18~20세기 자본주의가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지배적인 정치경제체제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있었던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한국전쟁 후 제헌 헌법을 제정할 때 독일의 헌법을 주로 참고하여서 '형식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법률이 만들어졌었고, 노동법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제정되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화형식을 했던 그 근로기준법 말입니다. 국내에서 노조할 권리가 실질적인 권리로서 노동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때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즈음이었습니다. 이때를 시작으로 본다면 노동조합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우리 투쟁의 역사는 이제 막 한 세대를 넘기고 있는 것 같네요.

강사님은 헌법 전문을 읽으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부분을 강조하셨습니다. 강사님은 책임과 의무는 인간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헌법 전문대로 자유와 권리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소득 불평등과 가계부채의 증가 등등의 사회상을 보면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역시 우리에겐 먼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는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 32조, 33조 노동권과 노동 3권에 관한 조항으로 이어졌습니다. 32조에는 국가가 국민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서 '고용의 증진', '적정임금의 보장', '최저임금제 시행' 등 의무를 가진다고 되고 있고, 어떤 노동을 해야하는지 그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되어있었습니다. 강사님은 우리에게 어떤 노동을 해야하는지 그 내용과 조건을 법률로 정할 때 '민주주의 원칙'에 따르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서 정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존엄을 침해당하기 쉬운 여성과 청소년의 노동에 대한 보호가 필요함을 이어서 역설합니다. 여성과 연소자(청소년)의 노동을 국가가 특별히 보호해야 하며, 여성의 경우 고용, 임금, 근로조건에 있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여성은 고용, 임금, 근로조건 등 노동 분야에서 여전히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노동 역시 마찬가지죠. 특히 직업계고 학생들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현장실습의 폐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습니다

32조 다음 33조에서 노동 3권이 등장합니다.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일방적인 보호가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된 힘과 투쟁을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죠. 강사님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개념을 살피기 전에 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강조하였습니다.


강사님은 권리란 '어떤 일을 행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 중 '힘'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권리는 권력자, 지배자로부터 선물받은 게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서 쟁취했다는 맥락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사님은 단결권을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노동자)가  "경제적 강자"인 사용자(사업주, 자본가)에 대항하여 그들의 이익과 지위 향상을 위하여 단결하는 권리로 뜻을 풀어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의 생산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일할 수 없는 노동자의 지위는 분명 사회적으로 약자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모일 수 있는 힘이 곧 단결권이었습니다.

강사님은 탤런트 김제동씨가 다른 강의에서 노동 3권을 쉽게 설명했던 것을 인용해 설명해주었습니다. 단결권은 노동자들이 서로 '모이자~!' 얘기하고 모일 수 있는 권리고, 단체교섭권은 이제 모였으니 '사장은 나와서 대화하자!'고 얘기하는 권리다. 그리고 사장이 말길을 못 알아들으면 단체로 행동하고 싸우는 것이 단체행동권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노조할 권리는 여러 난관에 봉착해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는 진짜 사장인 원청 회사와 교섭할 권리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조법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나 임금, 근로시간, 휴일 외에 단체협약으로 정한 사항(확장된 개념으로서 근로조건)의 불이행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기업에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수십 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청구하기도 했죠.

2014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고, 쌍용차는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이라는 어마무시한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손배 폭탄'을 맞은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누군가 노란봉투에 얼마를 담아 언론사에 보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 많은 이들이 손해배상액 모금에 동참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파업을 한 노동조합에게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발의되었죠. 계류와 폐기를 반복하다가 작년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을 계기로 다시금 노란봉투법 입법의 필요성이 대중들이게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회 소관위인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 기득권층과 조중동과 경제 신문들은 노란봉투법이 파업조장법이라며 이 나라 경제에 막대한 위협이 될 것처럼 선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하긴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 벗고 나서서 기업을 걱정하며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으니 할 말 다 했습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자신의 노동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생계 위협을 무릅쓰고 파업을 하는 것인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너도나도 파업할 것처럼 왜곡된 시선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강사님은 이러한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어떤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법외노조' 취급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중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음성지역에서도 전교조 선생님과 공무원 노조 간부 중에 해직된 분이 계셨고, 음성군이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봉쇄하려하자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수년 간의 투쟁을 거쳐 두 노동조합 모두 당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헌법에서(만) 보장하는 노동3권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누군가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였을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꼭 배워야할 내용들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투쟁과 걸어온 길"에 대해서 배워봅니다. 1987년 이후 충북지역에는 어떤 노동조합 운동과 투쟁이 있었는지 배워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