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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활동/활동가 이야기

지역에서 노조할 권리찾기 강의 후기(3)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6. 20. 14:43

3강. 충북지역 노동자들의 투쟁과 노동조합이 걸어온 길

글쓴이 박윤준 상담실장

"지금 현재 우리 노조가,
우리 조합원이 누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가 공짜가 아니었음을,
선배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지역노동자들의 헌신적인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음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람이 자난 몇 년간 고통과 후회 속에서도 끝내 이 책을 펴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그 바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용직 처장님이 쓰신 <우리함께 어깨걸고: 민주노총과 함께 한 충북노동운동사>
 
<지역에서 노조할 권리찾기> 기획강좌 3강을 강의해주신 분은 「우리함께 어깨걸고: 민주노총과 함께 한 충북노동운동사」(2016) 저자이자, 현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이신 김용직님입니다. 서두에 제가 인용한 글은 이 책 서문 말미에 김용직 처장님이 남긴 당부입니다.
저는 2017년부터 음성노동인권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전에 충북지역에서 어떤 투쟁과 운동들이 있었는지 제대로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앞서서 활동하셨던 분들을 이야기를 들으며 드문드문 알고 있었던 게 전부였죠.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16년이니 얼추 저의 활동 이전 시간의 상당 부분이 이 책에 담겨져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네요. 지나온 지역 노동운동의 역사를 배우다보면 앞으로 어떤 운동을 펼쳐나가면 좋을지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강의를 들었습니다.
 
열강 중인 김용직 처장님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충북지역은 노동조합 운동의 '무풍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기록할만한 투쟁들이 없었다고 합니다. 청주시청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군사 독재 시기 노동 3권, 집회 시위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은 초기에는 종교계가 큰 버팀목이자 피난처였습니다. 청주지역의 경우 청주도시산업선교회가 있었고 정진동 목사님께서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모든 사안에 앞장서 주셨다고 합니다.

87년 항쟁에서 우리는 주로 6월 항쟁을 기억합니다. 독재정권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죠. 하지만 그 이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에 걸쳐 이어진 노동자들의 집단, 연쇄 파업 투쟁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 6월 30일 충주교통과 삼화시내버스 파업을 시작으로 맥슨전자, 정식품, 한국도자기, 롯데햄, 등등 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8월에는 단양 흥일광업소 등 6개 광산에서, 청주시내 20개 택시업체가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8월 한 달 동안만 충북 내 60여개 사업장에서 임금 인상, 노동조건 향상, 어용노조 퇴진 등 요구를 내 쟁의가 발생했습니다. 
 
이때 투쟁은 지금처럼 노조법 절차대로 쟁의 신고를 거치지 않는 탈법적인 형태였습니다. 준비된 조직적인 힘이 아니라 6월 항쟁으로 인해 국가 권력이 이완되었고 그 틈으로 노동자 투쟁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87년 7월부터 90년가지 무려 89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인상 깊은 점은 이러한 노동쟁의를 잠재우고, 노동자들을 사업장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해 한국도자기, 대농, AMK, 청주방적, 동양도자기 등에서 적게는 5천만 원, 많게는 15억을 들여서 복지기금을 만들고, 맥슨전자, 신흥기업, 대원모방 등은 사원주택, 복지관, 디스코택 등을 건립했다는 사실입니다.
 
90년대 초반 한주전자노조의 첫 파업과 직장 폐쇄가 있었고, 공권력이 투입되어 지도부 3인이 구속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AMK 노조 민주화투쟁, 코리안마이트, 충북전자, 현대정밀, 뉴맥스의 노조 건설 및 민주화 투쟁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택시 노동자의 월급제를 도급제로 바꾸자 11개 사업장이 연대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택시노동자 100여명이 해고 당했습니다.
 
충주 교현성당에서 연대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배이산업노조. 앞에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여성들이 배이산업 노동자들이고, 나머지는 연대하러 온 이들이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출범한 1995년 11월 11일 이듬해인 1996년 3월 23일 서원대학교 대강당에서 창립된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 속에서 민주노조를 지켜내고, 전교조 충북지부를 건설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해고 당하고 구속되었고 AMK를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노조로서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전자, 섬유업종의 도산과 폐업도 영향이 있었음)
 
충북 노동자들은 단일 사업장에 국한된 싸움에서 패배를 겪으며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걸 터득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장 바깥으로, 직종과 지역을 넘어서 확장된 투쟁이 전개되었고,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충주 배이산업이 그 첫 경험이었습니다. 스포츠용품을 만들던 중년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을 돕기 위해 충북 전역의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달려가 함께 싸웠습니다. 강사님은 사진 속에 보이는 거대한 대오 속에 당사자들의 규모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습니다. 해직 교사들의 싸움에 금속 노동자들이 대거 연대 투쟁을 벌이고, 지역 시민사회 평범한 이들이 네슬레 노동자들과 어깨를 함께 걸었습니다. 과로사, 야간 노동을 철폐하러 싸우는 유성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활동가가 희망 커피를 제안했고, 지역과 전국에서 큰 천막을 가득 채울 만큼의 믹스커피를 보내왔습니다. 그때 연대의 감격과 힘으로 유성 노동자들은 10년을 싸워 승리했습니다.
 
 
투쟁을 통해 충북대병원은 전국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3%) 대학병원이 되었고, 우진교통은 임금체불을 사업주의 주식 51퍼센트를 노조에게 넘기는 것으로서 변제하면서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되었고, 지금도 운영 중에 있습니다.
 
강사님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민주노총의 정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았던 남성 재단사가 어린 여성 미싱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다니다가 끝내는 산화하였던 이야기 이면에는, 자신보다 안 좋은 처지에 놓여져있는 이들을 향한 연대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향한 연대가 민주노총의 정신이니, 민주노총이 그러하지 못하다면 비판하고, 또 지지해달라고 말씀하시고 강의를 마무리하셨습니다.

이번 강의는 말 그대로 충북 노동운동사를 한 시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루지 못하고 넘어간 장면들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더 자세히 들어보는 시간을 기약하였습니다. 충북노동운동사를 다룬 「우리함께 어깨걸고: 민주노총과 함께 한 충북노동운동사」(2016)는 현재 따로 판매하지는 않고 신청하시는 분에게 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함께 읽어볼 의사가 있으신 분은 댓글이나 저희 센터(043-882-5455)로 연락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강의는 충주와 음성 지역에서 오랫 동안 활동하고 계신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백형록 조직국장님으로부터 충주음성 지역에서 있었던 노동자들의 투쟁과 앞으로의 과제를 청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그럼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