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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기업 왕국' 만드는 초광역특구법, 정부여당 당장 철회해야(26.10.27)

"'기업 왕국' 만드는 초광역특구법, 정부여당 당장 철회해야"

 

소멸해 가는 지방을 살리겠다는 명분 아래,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초광역특구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전략 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인데요.

 

하지만 법안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자, 노동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법안 속에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비정규직 확대 같은 심각한 '노동 개악' 독소조항들이 대거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를 모시고,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초광역특구법의 실체와 노동계가 이를 '노동권 파괴 법안'이라 부르며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Q1. 박성우 활동가님, 어서 오십시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초광역특구법'. 먼저 이 법안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무엇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네, 원래 정부여당에서는 '메가특구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던 법안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나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첨단산업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를 '5극 3특'이라는 초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특구로 지정하겠다는 것이 핵심 뼈대입니다.

 

그런데 특구로 지정된 곳에는 기업이 투자에 필요한 규제 완화 항목을 입맛대로 골라 반영할 수 있는 이른바 '메뉴판식 규제 특례'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지난 20일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노동 보호 장치마저 무장해제시키는 조항들이 쏟아져 나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Q2. 말씀하신 '메뉴판식 규제 특례' 가운데 노동계가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으며 강하게 반발하는 노동 관련 규제 완화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크게 네 가지의 심각한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 무력화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첫째는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 무력화'입니다.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연구·개발(R&D) 종사자 등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아예 제외해 버렸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도 현행 1~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대폭 늘렸습니다. 6개월 동안 특정 시기에 몰아서 초장시간 압축 노동을 시켜도 합법이라는 뜻입니다.

 

둘째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의 대폭 연장'입니다. 현행 기간제법상 비정규직은 최대 2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특구 내에서는 이를 무려 4년으로 두 배나 늘려주었습니다.

 

셋째는 '파견근로 규제 완화'입니다.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등 엄격히 금지된 업무에까지 파견 대상 업무와 기간을 대폭 확대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구 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법정 '유급휴일 적용을 제외'하고 무급휴일을 허용하는 조항까지 포함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특구 안에서는 마음껏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을 맘대로 가져다 써도 되는 '노동법의 치외법권 지대'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Q3. 정부나 경영계에서는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방에 기업을 유치하려면 고소득 연구직의 주 52시간 예외 같은 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어떻게 반박하고 있나요?

 

정부는 '상위 3% 연구직'에 한정했다고 변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것이 전체 노동시간 규제를 허무는 돌파구로 악용될 것이 자명합니다. 연구개발 업무는 독자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많은 엔지니어, 설비 유지보수, 하청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맞물려 돌아갑니다. 핵심 연구 인력이 밤샘 노동을 하면 그 하위 공정에 있는 노동자들도 연쇄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확대하는 것이 첨단 기술 연구개발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물어야 할 대목입니다.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데, 오히려 4년짜리 쪼개기 비정규직과 파견 일자리만 양산하겠다는 것입니다. 지역의 청년들에게 "지방에 남고 싶으면 비정규직으로 4년 동안 버티고, 휴일도 없이 과로하며 일하라"고 강요하는 법안이 어떻게 지역 살리기 법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Q4. 법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번에 법안이 발의된 '절차와 과정'을 두고도 양대 노총이 정부와 여당에 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이던 사안이었다고요?

 

그렇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이 특구 문제와 관련해 노동계에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고, 실제로 실무협의체가 가동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쟁점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20일 여당인 민주당이 노동 개악 조항이 고스란히 담긴 박상혁 의원 안을 전격 발의해 버린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이튿날 최기상 의원을 통해 주 52시간 예외와 기간제 연장 등을 뺀 별도의 법안을 하나 더 발의해 "두 법안을 놓고 충분히 토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기상 의원 안에조차 파견 규제 완화 조항은 그대로 남아있고, 무엇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대화를 존중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입법을 강행하는 전형적인 기만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Q5.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법안이 지역의 의료나 교육, 환경 등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공동 투쟁에 나섰던데, 어떤 문제들이 더 숨어있는 건가요?

 

이 법안은 사실상 재벌 대기업을 위한 '기업 왕국' 건설법에 가깝습니다. 법안을 뜯어보면 특구 내 기업 인력의 정주 여건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장기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게 했고, 외국교육기관 설립 특례와 의료기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제 완화 특례까지 담아놓았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교육의 귀족화와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 민영화의 우회로가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또한 산업단지를 신속히 조성한다며 각종 환경영향평가나 토지 이용 규제를 무력화해,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원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이 가득합니다. 기업의 투자 편의를 위해서라면 노동권은 물론 보건의료, 교육, 환경 등 우리 사회가 지켜온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메뉴판 고르듯 무너뜨려도 좋다는 자본 중심적 발상이 법안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역이 소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에 주는 세금 혜택이 부족해서나 노동시간이 짧아서가 아닙니다. 지방에 청년들이 정착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탄탄한 의료·교육·돌봄 등 공공 인프라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초광역특구법은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니라 지방을 거대 기업의 하청 기지로 전락시키는 길일 뿐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대화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찬 초광역특구법 발의안을 즉각 폐기하고, 사람이 살 만한 지역을 만드는 진정한 균형 발전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설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