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9일 화요일 ~08:56:00
끊임없는 이주노동자의 죽음... 대책과 해법은?
지지난달에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졌습니다. 구미, 김포, 포항, 화성, 고흥, 곡성….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연이어 발생한 참사들 속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청·재하청 구조에 놓여 있던 이주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산재 사망의 엄중함을 강조했지만, 현장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이 문제의 구조적 배경과 해결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1. 먼저 최근의 사건들부터 정리해 주시죠.
네. 지난달만 돌아봐도 너무 가슴 아픈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7일, 구미 건설현장에서 23세의 베트남 청년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이어 23일에는 김포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가 두통을 호소하다 사망했고, 24일에는 포항의 야산에서 예초기를 메고 일하던 네팔 노동자가 폭염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8월 3일, 화성의 플라스틱 공장에서 30대 네팔 노동자가 압축 롤러에 끼여 숨졌습니다. 불과 며칠 뒤인 9일과 10일에는 전남 고흥의 새우양식장에서 태국인과 베트남인 노동자 2명이 감전사했습니다. 같은 달 곡성 농로에서는 지게차에 깔려 또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전국 곳곳에서 이름을 다 부르기조차 힘들 만큼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방치 속에서 예고된 죽음이었습니다.
2.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대응을 지시했지만, 왜 이런 죽음이 계속되는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죽음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도 근본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산재 사망에 대해 장관이 직을 걸고 보고하라”고 말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일단 이주노동자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언어 장벽, 체류 자격, 비자 문제 때문에 “위험하다, 힘들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사업주는 이를 악용해 무리한 작업을 지시하고, 이주노동자는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숫자는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내국인보다 3배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정도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의 10~15%를 차지합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집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특히 이주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정말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내국인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면 유족과 동료들이 분향소를 차리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배상 논의가 뒤따릅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경우 유족이 먼 나라에 있어 시신을 지킬 이가 없습니다. 사업주는 보상금을 빨리 합의해 책임을 줄이려 하고, 시신은 서둘러 본국으로 송환됩니다. 분향소도 차려지지 못하고, 냉동고에 며칠 머물다 곧바로 화장돼 송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겁니다.
게다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결과는 보통 한두 달 뒤에나 나옵니다. 그때쯤이면 이미 사회적 관심은 사라져 있습니다. 결국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은 기록되지 못하고,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4.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심각하게 지적되는데, 현황은 어떻습니까?
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외국인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3.5배 늘었습니다. 2020년 65건에서 2024년에는 225건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검찰 송치까지 이어진 건 15건에 불과합니다. 과태료 처분도 10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전체 신고의 44%는 5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특수고용직처럼 법 적용 제외 대상에서 발생했습니다. 법적으로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구조적인 사각지대가 이주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전남 나주에서 공개된 영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벽돌 제조 공장에서 이주노동자가 투명 비닐로 결박된 채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잘못했다고 해라”라는 관리자의 말 속에는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사건은 대통령까지 나서 강하게 비판했지만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결국 고용허가제도의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맞습니다. 고용허가제도는 2004년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핵심은 사용자에게 고용의 권한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 제도 하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사업장을 옮길 자유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현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려면 노동부가 알선해 주는 사업장으로만 갈 수 있습니다. 노동환경이 좋거나 임금이 높은 곳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겁니다. 더구나 이직 과정에서 2~3개월은 무급 상태로 버텨야 하고, 이 기간 안에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면 비자가 말소됩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직장을 떠난다는 건, “더는 여기서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절규입니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에서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도와 관련해 포괄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6.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선 이러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애도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가족이 멀리 있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이주노동자 산재사망자의 경우, 공공장례 제도를 도입해 우리 사회가 함께 애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둘째, 노동부 지청마다 다국어 통역 인력을 확충해야 합니다. 현재는 통역이 부족해 피해 진술조차 제대로 접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셋째, 고용허가제를 하루빨리 개편해 이주노동자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업체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인권조차 담보로 삼는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사회 전체가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동료이자 이웃으로 대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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