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2일 화요일 ~08:56:00
17년 만의 노사합의 이룬 최저임금, 향후 과제는
지난 7월 10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320원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올해보다 290원이 오른, 인상률 2.9%의 결정입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이 결정이 가진 의미와 함께,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합니다.
1. 이번 최저임금 결정,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해주시죠.
네. 지난 7월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급 1만32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올해보다 2.9%, 290원이 오른 수치인데요. 월급 기준으로는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 215만6천880원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결정이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8번째, 그리고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와 공익위원이 모두 합의한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노동계가 1만1500원, 경영계는 올해와 동결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러한 노사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고, 사용자 측과 한국노총 측 노동자위원이 이 범위 안에서 의견을 모은 겁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4명은 이 심의촉진구간이 사용자 측에 유리하다며 수정안 제출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결국 노동자위원 전원이 참여하지 않은 채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완전한 합의’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을 “노동자 없는 합의”라고 규정하고, 공익위원의 촉진구간 제시가 사용자 측에 편향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1만210원에서 1만440원 사이였는데요. 하한선은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1.8%)를, 상한선은 생산성 지표를 근거로 설정한 것이었죠.
민주노총은 “심의촉진구간의 상한선조차 사실상 하한선처럼 보였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심의가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따라 퇴장을 선택했고, 총파업 총력투쟁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노총 역시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 그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며, “심의촉진구간이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나온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 같은 ‘비임금 노동’을 하는 이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부분도 지적되었습니다. 약 150만 명에 달하는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자는 안은 작년에 처음으로 노동계가 제시했고, 올해도 제시하였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실태조사로는 논의 진척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뤄져 노동계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3. 정부와 경영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부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법정 시한 내에 합의로 결론을 도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고, 대통령실도 “표결 없이 합의로 이뤄진 점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영계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동안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고려해 동결을 요구해왔지만, 내수침체 상황을 감안해 고심 끝에 합의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 측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4. 이번 결정이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네, 바로 그 점이 노동계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최저임금 결정이었기 때문에,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습니다.
사실 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전망은 지난 대선 때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대선 공약집에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공약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는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던 것과 다른 행보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 최저임금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죠.
게다가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부 첫해 중 가장 낮은 인상률 중 하나입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는 16.4%, 윤석열 정부는 5%, 노무현 정부는 10.3%였습니다. 이번 2.9%는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의 2.7%와 거의 같은 수준인데요. 경제 위기 상황도 아닌 지금, 너무 낮은 인상률이라는 게 노동계의 판단입니다. 이에 한국노총은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고,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록 완전한 합의는 아닐지언정 노사공의 합의 아래 최저임금이 결정되었고,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어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5. 반복되는 갈등을 막기 위해선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공익위원의 구성과 역할이 사실상 정부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에도 공익위원의 촉진구간 제시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한 건, 그들이 사용자 측에 유리한 중재안을 고수한다고 봤기 때문이죠.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장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단지 사용자 부담만을 강조해서는,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주거비, 교통비, 통신비 같은 사회적 비용 보조도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최저임금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1만320원’이라는 숫자가 그저 올해보다 오른 금액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생존선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책임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시급 1만320원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역 행동 > 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디오]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당한 필리핀 이주노동자(2025.08.05) (3) | 2025.08.05 |
---|---|
[라디오] 첫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장관에게 거는 기대(2025.06.24) (2) | 2025.07.08 |
[라디오] 이재명 정부, 어떤 노동정책 펼칠까(2025.06.10) (1) | 2025.07.08 |
[라디오] 반복되는 SPC 산재 사망 사고(2025.5.27) (2) | 2025.06.18 |
[라디오]6·3 대선, 노동을 말하다 – 네 후보의 노동공약을 들여다보다(2025.5.14.) (7) | 202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