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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노동3권 빠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2022.12.20.)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12. 20. 13:31

2022년 12월 20일 화요일 ~08:55:30

 

노동3권 빠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

 

지난 12월 12일 고용노동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등 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권고에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안과 2023년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노동 개혁 권고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했던 노동 제도 개편과 맞닿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자유로운 경쟁으로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시장 유연화’ 기조를 주장해왔는데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러한 윤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난 6월 <노동시간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였고, 현행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등을 개편하기 위한 이론적 발판으로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이름의 대학 교수 12명으로 구성된 논의기구를 발족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가까운 기간 논의를 거쳐 만든 노동 개혁 과제를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2. 권고안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어떤 내용인가요?

연구회는 세 가지 면에서 노동시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입니다. 여기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기업의 규모나 노동조합 유무 등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 차이가 큰 구조를 의미합니다. 둘째로는 고령화와 저성장이고, 마지막으로 신기술개발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인한 산업구조 변화와 노동 방식의 변화입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 하에서 연구회는 기존의 근로시간 규제와 장시간 노동 관행, 연공형 임금체계 등을 개혁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연구회는 노사간 자율적인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할 수 있도록 기존의 노동법상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개혁과제를 제시했습니다.

 

3. 실장님께서는 권고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연구회의 문제의식은 현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동, 빈번한 산업재해,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의 양산 등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빗겨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연구회는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사업체를 경영하는 데 있어 골치 아픈 문제였던 주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나머지 노동자의 휴식권, 야간근로의 위험성, 원·하청 간 임금 격차, 업종별·직무별 임금 공정성 등은 구체적인 대안 없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두리뭉술하게 제안하거나, 사회적 대화 또는 노사 간의 자율적인 대화에 따라 정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3권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노동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헌법의 정신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연구회의 관점은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4. 어떤 이유에서 권고안이 노동3권을 정한 헌법 정신과 떨어져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노동3권은 노동자가 자신의 지위와 노동조건을 높이기 위해서 단체로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집단을 이뤄 사업주와 교섭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헌법상 기본권입니다. 노동3권을 정한 이유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노동자 개인이 사업주와 동등한 힘을 갖고서 계약을 맺고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자가 집단을 이루어 기업과의 관계에서 민주적인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어떤 지경에까지 이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기업 권력에 대응하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노동조합 없이 개인적으로 노동조건을 정하도록 두었더니 사업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조건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노동 시장 전체에서는 권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 자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산업구조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노동조건의 격차가 심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회를 비롯한 정부는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노사갈등’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부의 시혜적인 지원과 노사 간의 자율적인 대화, 원·하청기업 간 사회적 대화를 강화하는 식의 노동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는 ‘대화’가 아닌 ‘힘’이 통제하는 엄정한 우리 사회 노동현실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인 기조입니다.

 

5. 구체적으로 권고문의 어떤 내용들이 노사 간의 자율과 자유로운 선택에 근거하고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로시간입니다. 주 52시간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제조업체는 3조 2교대 또는 2조 2교대 방식의 교대제 근무를 하고, IT업계와 서비스업계, 돌봄 노동 영역에서도 장시간 노동과 건강권 침해 문제가 심각합니다. 하지만 권고안에 따르면, 근로시간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까지 대폭 확대해서 노사 간 재량껏 선택하도록 열어두었습니다. 이 제도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과 권한이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규제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사실상 없애고 노사 간 대화를 통해서만 정하도록 둔다면 오히려 연장근로는 늘어나고 기업의 입맛에 따라 노동시간이 불규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연구회는 임금체계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착취 구조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직무별 임금 체계와 성과급 역시 기업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6. 그렇다면 노동법 개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노동문제를 개선하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살펴보기 이전에, 기업이 가져가는 막대한 이윤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전반적인 불합리가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윤이 노동자에게 정당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려면, 자본 권력에 대한 노동조합의 민주적인 통제력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노동3권을 튼튼하게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입법 과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낙인찍고,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과 시혜에 기대지 않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노동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