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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의 문제점과 과제(2023.1.3.)

음성노동인권센터 2023. 1. 16. 22:58

202313일 화요일 ~08:55:30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의 문제점과 과제

 

지난 1229일 정부는 이주노동자 인력 수급을 규율하는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장기근속 숙련인력 체류기간 확대, 일부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가능하도록 확대하는 등 비수도권중소기업에서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이번 개편방안에 사업장 이전의 자유, 가족결합권 등 이주노동자 단체들이 요구해왔던 내용은 빠져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고용허가제 개편방안 주요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작은 공장과 산재율이 높은 건설업에 주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주로 위험하고, 어렵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일하고 있죠.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율은 내국인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산재사망자 수와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012월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살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사망한 일은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주노동자는 내국인과는 다르게 사업주의 특별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는 한 직장을 바꿀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있다는 걸 입증해서 어렵게 직장을 바꾸는 횟수 역시 제한되어 있습니다.

 

2.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고용허가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없는 조건에서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거나, 불법체류자가 되어야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즉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정부는 불법으로 낙인찍고, 단속하고 구금한 다음 강제로 송출국으로 송환하는 반인권적인 행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에 불이 나 우레탄이 타 유독가스가 나오는데도 보호소 직원들은 도주 우려 때문에 외부 이중장금장치를 해제하지 않아 미등록외국인 1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도 구금된 미등록외국인이 건강상 조치를 요청하자 보호소가 이를 거부하였고, 보호소의 이러한 부당한 조치에 이주노동자가 저항하자 손목과 발목을 등 뒤쪽으로 꺾어 밧줄로 결박한, 일명 새우꺾기 고문을 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반인권적 행정은 고용허가제 외에도 출입국관리법을 함께 손봐야합니다.

 

3. 이번에 정부가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정부의 고용허가제 개편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과 업종 사업주들의 이해관계에 기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고 고령층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부터 최초로 국내 인구가 자연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25세부터 49세까지 주요 경제활동인구 감소율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비전문인력으로 분류된 이주노동자들이 제조업과 건설업, 농업과 어업에 주로 종사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밖에 일부 제조업 및 건설업 외에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 및 직종에서도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왔습니다. 이주노동자 인력을 필요로 하는 국내 산업과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번 고용허가제 개편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4. 정부는 이번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장기근속 숙련 외국인근로자는 더 오래 함께 일한다며 강조하였는데요. 주요하게 바뀐 내용은 무엇일까요?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E-9’이라는 비전문인력 취업비자를 갖고 있습니다. E-9비자는 한번 입국하면 최대 410개월 일할 수 있고 본국으로 돌아가 6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재입국 신청을 하여 410개월을 일할 수 있습니다. 재입국은 1회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입국 이후에 본국으로 돌아오면 다시 취업할 기회는 없습니다. E-9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거나 내국인과 결혼하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숙련기능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경력과 학력, 재산, 연령 등 여러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야하기 떄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편방안에서는 준숙련인력이라는 구분을 새롭게 만들어서 숙련인력보다는 낮은 기준으로 준숙련인력에게 장기근속 특례를 부여해서 최대 10년 이상 연속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직종이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서비스업의 상하차 직종, 폐기물수집운반처리업, 음음식료품 및 담배 중개업, 신선 식품 및 단순 가공식품 도매업, 항공 및 육상화물취급업 등 업종 그리고 3개월 이내 집중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농수산물 가공 작업과 가사와 돌봄 관련 업종 또한 이주노동자 고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5.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이 요구했던 것들이 개편방안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까요?

이주노동자와 노동단체는 고용허가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부터 전환하길 요구했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으로 국내 중소기업, 농어촌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입니다. 오로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해주는 현행 제도는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 분업 체제의 일환으로 작동합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국민일수록 더 열악하고, 위험한 생산 과정을 대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가 도드라지게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 노동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제도가 정비되어야 합니다. 이 요구 하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숙식비 강제징수 폐기, 농업, 축산업, 어업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휴게, 휴일 규정을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규정 폐기, 미등록 노동자 강제 단속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방안에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들은 제시되지 않았고, 후속 논의로 미뤄졌습니다. 개편 방안대로라면 더 많은 업종과 직종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가능해지게 될 것으로 보여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6.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높이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하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민 경제라는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하는 정책 프레임은 이미 오래 전에 현실과 동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은 국내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갈 우리 사회 조건을 비춰볼 때 적합하지 않은 프레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많은 분들 역시 역시 해외로 이주해서 노동자로, 이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같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이주민들을 대하고, 그들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제도와 행정에 대해 함께 개선의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