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시간 월,화,목,금 10:00~17:00 ○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로 184-1 2층 ○ esnoh5455@hanmail.net

언론보도/인터뷰, 방송

[라디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9개월, 안전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2022.11.1.)

음성노동인권센터 2022. 12. 20. 13:25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08:55:30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9개월, 안전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9월이 지났지만 최근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에서 보듯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는 공중이용시설에 일반 도로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남은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중대재해법을 시행하였지만 여전히 산재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사고들이 있었나요?

한 달 전인 9월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로 노동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SPC그룹 계열사인 SPL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1명이 회전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0월 21일 안성의 한 물류센터 시공현장이 붕괴하면서 3명의 노동자가 추락사하였고 2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충북지역에서만 해도 지난 2달 간 5건의 산재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음성군 원남면에 소재한 제조업 공장에서 노동자 한 분이 추락사하였고 청주에 소재한 삼표그룹 소속 삼표피앤씨 공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 인양작업 중 고리가 끊어지면서 구조물에 맞아 노동자 한 분이 사망하였습니다. 충주 소재한 건설자재 업체에서 지게차를 이용해 콘크리트 기둥을 화물차에 상차하던 중 화물차 위에 있던 신호수가 끼임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단양에서도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광산 사업장에서 갱내 1k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굴삭기 운전자가 벽면 암석이 무너지는 붕괴사고로 인해 깔려 사망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월 12일 청주시가 발주한 도로확장공사 도중 측량에 간섭이 되는 나무 벌목 작업 중 굴삭기가 쓰러지면서 굴삭기 운전원이 깔려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2. 정말 많은 사고들이 있었네요. 산재사망 사고는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이 중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다루고 있는 중대산업재해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하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과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어 법 공포 후 경과한 날부터 시행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 26일에 공포되었으니 2024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게 되는 것이죠. 법 시행 이후 약 9개월 동안 중대산업재해가 443건 발생했고 재해로 인해 44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11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중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고는 156건으로 전체 3분의 1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나머지 287건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2024년 1월부터 적용 받는 사고입니다. 말씀드렸던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 SPL 제빵공장, 안성 물류센터 시공현장 모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충북지역에서 일어난 사고 중에서는 삼표피앤씨 사망사고와 청주시 발주 도로공사 중 사망사고가 사업장 규모와 공사 규모면에서 법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사망사고는 모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에서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노동계는 어떤 입장에서 개정을 요구하고 있나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 환경을 만들 책임은 국가와 기업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폭넓게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관리체계를 기업이 갖출 수 있도록 정부는 관리감독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합니다. 특히나 중대재해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해당 법령은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에 우선 적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동일하게 보호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차별적인 법입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법에서 정한 급성독성물질 외의 질병 재해는 중대재해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과로사, 과로자살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 및 정신질환, 직업성 암 등 직업성 질병의 범위가 다양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첫 기소가 된 두성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도 하였는데요. 두성산업을 비롯한 경영계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두성산업은 일전에 소개드렸던 사업장이기도 한데요.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해당 업체는 유해화학물질인 디클로로메탄 급성 중독으로 노동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첫 기소가 되었습니다. 해당 업체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범부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인데요. 법원에서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고,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 헌법재판소 판단 없이 대판을 진행하는 것이죠. 경영계의 전반적인 요구 역시 두성산업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어느 정도로 갖추고 있어야 법률 위반이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이고, 이는 아직까지 유죄 판결 사례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모호하게 느끼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법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보건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5. 법 시행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실장님께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한민국을 안전사회로 만드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없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시민들의 의식이나 언론 보도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충분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단순히 노동자 개인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안전 문제의 책임이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있고, 산업재해가 단순히 개인적인 행동 요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장비와 방호장치, 안전보건인력 시스템과 가치의 우선순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법의 실효성이 떨어져서라기보다 산업화 이후 생명보다 이윤을 추구해온 정치경제체제가 상당히 강고하게 우리 사회에 자리잡았기 떄문이라고 봅니다. 국정의 전반적인 경향이 기업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인 것처럼 정책을 펼치고, 말하고 있어서 상당히 염려스럽습니다. 중대재해 문제를 개별 기업들의 윤리 의식의 문제로만 치환해서 납작하게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노동자와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해야만 유지되는 무한 성장, 무한 경쟁의 경제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적인 체제를 만들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는 계속해서 되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