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4일 화요일 ~08:56:00
새벽배송,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은 새벽배송, 특히 쿠팡 물류·택배 현장에서 벌어지는 야간노동과 과로사 위험, 그리고 그에 대한 규제 논란을 다뤄보겠습니다. 새벽배송이 소비자에겐 편리함이지만, 노동자에겐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죠. 음성노동인권센터의 박성우 상임활동가 연결돼 있습니다.
Q1. 새벽배송이 왜 문제인가요?
새벽배송이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빨리 물건이 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그 이면엔 야간노동·장시간노동·숙식·휴식 부족 같은 구조적 위험이 깔려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줄이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이런 제안이 나오는 배경엔, 야간노동이 곧 건강권 침해라는 다양한 의료·노동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예컨대 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교대·장시간 근무를 병행하는 노동자는 육체적 건강 문제가 최대 2.3배, 정신건강 문제는 1.9배 더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쿠팡을 비롯한 물류센터·택배기사들 중 다수가 ‘새벽배송 고정’ 혹은 ‘심야편성’에서 일하며, 충분한 휴식이나 건강 유지가 어려운 상태예요. 그래서 ‘새벽배송 제한’이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Q2.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나요?
야간노동은 생체리듬을 깨 뜨고, 수면장애·심혈관질환·우울증 위험이 높습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도 야간노동을 ‘발암 가능성 있는 요인’으로 분류할 정도입니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운송 업무를 하고, 세 번까지 코스를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이나 연속휴식 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주6일에서 7일 근무, 밤새 운반·배송이 반복되면 ‘과로사’ 위험이 현실화됩니다. 실제 지난 추석 연휴에도 쿠팡 배송기사가 과로사로 숨진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새벽배송은 ‘소비자 편의’ 뒤에 숨어 있는 ‘노동자의 희생’이라는 측면이 강해졌고, 그래서 노동계에서 새벽배송 규제를 요구하는 겁니다.
Q3. 노동계 제안이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아니라고요?
맞습니다. 논의 초반엔 새벽배송 전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가장 위험한 시간대인 자정~새벽5시 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민주노총 산하)은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고 했고, “긴급 물품은 예외로 두고, 그 외는 심야 물량을 줄이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정치권에선 이게 “새벽배송 전면 금지”라고 얘기함에 따라 논란이 커진 상황이고 지금은 소비자 편의 vs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상반된 논리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4. 반대로, 새벽배송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업계·기사 측 주장은 어떤가요?
업계 및 일부 택배기사 측 주장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쿠팡 위탁기사 단체) 설문에서 “새벽배송 금지에 93% 이상 반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단체 측은 “심야배송이 직업선택의 자유고, 새벽배송 중단은 기사 생계 위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벽배송이 쿠팡 경쟁력의 핵심이고, 주간으로 몰리면 물류·교통 혼잡·민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도 있어요. 이런 주장들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물론 있지만, 노동강도·건강위험이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도 합니다.
Q5. 새벽배송 규제가 실제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떤 방식이 현실적일까요?
네, 저는 새벽배송에 대한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야간에 일하니까 힘들다”는 수준이 아니라, 공중보건과 노동 안전, 그리고 산업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새벽배송은 의학적으로도 위험한 노동 형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미 야간노동을 ‘2A급 발암 가능 요인’으로 분류했습니다. 또 국내 연구에서도 야간·교대근무 노동자가 주간 노동자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이건 단순히 피곤한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는 고용 구조의 문제입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새벽배송 기사님들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니라 위탁계약이나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감독을 그대로 받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휴식권, 산재보상, 근로시간 제한 같은 기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결국 이런 구조가 야간노동의 위험을 더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사회적 기준의 문제입니다. 소비자의 편의는 시장이 보상할 수 있는 가치이지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공공의 가치입니다. 국가는 경제 효율보다 안전을 우선해야 하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회적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Q6. 그렇다면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요?
첫째, 심야 배송 물량 제한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0시에서 5시 사이, 즉 인체의 회복이 가장 필요한 시간대에는 배송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겁니다. 일본은 야간운송 시 근로시간 상한을 엄격히 두고 있고, 유럽연합은 ‘연속 11시간 휴식 의무’를 법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둘째, 배송 품목의 긴급성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신선식품이나 의약품처럼 반드시 새벽에 배달돼야 하는 품목만 예외로 하고, 그 외 일반 상품은 주간 배송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하면 기존 새벽배송 물품이 줄어들어 새벽 시간대를 규제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물량이 줄어들면 분류나 상하차 등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또한 새벽이 아니라 나중에 배송을 받는 것일 뿐, 전체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쿠팡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도 피해를 받지 않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이번 논의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이번 논의는 단순히 ‘새벽배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이 ‘편의’ 뒤에 가려져도 괜찮은가 하는 문제이자 서비스 경쟁이 노동착취 구조 위에서 이뤄져도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노동자에게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 편의와 효율성만이 우선되는 서비스 구조가 아니라 공정성과 건강이 함께 고려되는 구조,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행동 > 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라디오] 사내 정신건강 복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는 삼성의 막무가내 노동자 통제(2025.11.18) (0) | 2025.11.18 |
|---|---|
| [라디오] 검사가 눈물까지 흘린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수사 무마 사건, 대기업-검찰-로펌의 유착 관계 파헤쳐야(2025.10.21) (1) | 2025.10.21 |
| [라디오] 벌써 15번째 목숨 잃은 급식노동자들... '죽음의 급식실', 이제는 멈춰야(2025.09.30) (0) | 2025.09.30 |
| [라디오] 노동안전 종합대책, '산재와의 전쟁' 해법 될까(2025.09.16) (1) | 2025.09.18 |
| [라디오] 21년 만에 통과된 노란봉투법, 그 오해와 진실 (2025.09.02) (2) | 2025.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