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6일 화요일 ~08:56:00
벌써 15번째 목숨 잃은 급식노동자들... '죽음의 급식실', 이제는 멈춰야
오늘은 최근 잇따른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사망 사건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7월 경기 평택에서 한 초등학교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진 데 이어, 불과 두 달도 안 돼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또 한 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확인된 급식노동자 폐암 사망자는 15명에 달합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합니다.
1. 또다시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숨졌습니다. 이번 사건, 어떤 상황입니까?
이번 사건은 충북 충주시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졌습니다. 고인은 지난 학기까지 현장에서 급식 조리 업무를 해오던 분이었는데, 지난달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지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20년 넘게 급식실에서 일해 온 노동자에게 돌아온 건 허망한 폐암 말기였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2002년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리노동을 이어온 분이었습니다. 노조와 함께 산재 신청을 준비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건, 지난 7월 평택에서 숨진 급식노동자의 사망이 채 잊히기도 전에 비슷한 죽음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또한 이번달 초, 급식노동자로는 최초로 故 이영미 노동자가 순직을 인정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안타까운 죽음이 벌어진 셈입니다. 현장에서는 “죽음의 급식실”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노동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2021년부터 지난 6월까지 폐암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78명이나 되고, 사망한 이들만 15명에 이르는 만큼, 노동계는 이번 사망이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직업병, 반복되는 중대재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이미 성명을 통해 “학교 급식실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15명에 달한다. 도대체 이 죽음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라고 규탄했습니다. 조리흄과 발암물질에 노출된 급식실 환경이 원인이라는 점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특히 환기시설 개선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충북교육청은 2026년까지 환기구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이 폐암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수년째 미뤄온 대책이 결국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게 노동계의 목소리입니다.
3. 그런데 충격적인 건, 동료 노동자들의 발인식 참석조차 학교 측이 거부했다는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이 고인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기숙사 학생들의 급식 때문에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결국 언성을 높이고 나서야 빵과 우유로 대체 급식을 하게 해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급식도 중요하지만, 죽은 동료를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습니다. 심지어 발인식 현장에서 교장은 이미 나와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참여는 막으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이 느낀 절망과 분노는 단순히 한 사건을 넘어, 노동존중의 기본조차 무너진 현실을 보여줍니다.
4. 이처럼 계속되는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구조적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조리흄과 유해물질 노출입니다. 학교 급식실은 열기와 수증기, 기름 연기와 미세먼지가 밀폐된 공간에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조리흄은 아직 유해인자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둘째, 환기시설의 미비입니다. 교육부는 2023년 ‘학교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환기 설비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당장 환기 시설부터 개선해야 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만 8백여 곳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개선된 곳은 4천여 곳에 불과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5년 예산안에서 환기시설 개선 예산을 무려 76%나 삭감했습니다. 충북도 마찬가지로 “2026년까지”라는 계획만 있을 뿐, 당장의 대책은 부족합니다.
셋째, 인력난입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조리실무사 채용 미달률은 29.1%에 달했습니다.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이 60~80명인데, 실제 평균은 114.5명입니다. 결국 과중한 노동이 폐암과 각종 산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학교 급식실 산재 건수는 세 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5.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사회적으로 급식노동자의 폐암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급식실 환기시설 교체가 진행되고 있고, 산재 승인 건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의 경우, 현재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학교는 76.5% 수준이고 내년까지 전체 학교의 95%를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첫째, 조리흄을 법적으로 유해인자로 지정하지 않는 한, 근본적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둘째, 환기설비 개선이 ‘방학 공사’라는 이유로 수년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셋째, 인력 충원이 없는 한 노동강도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결국 교육청과 고용노동부, 교육부, 정부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6. 끝으로, 노동자·학교·정부에 각각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죠.
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권리를 요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산재 신청, 안전 대책 요구, 노조 활동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학교에는, 급식이 중요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예의 없이 대하는 태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정부와 교육당국에는, “죽음의 급식실”을 방치하지 말고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합니다. ▲급식실 환기·배기시설 전면 개선 ▲정기적인 폐 CT 검진 ▲조리흄의 법적 유해인자 지정 ▲학교급식법 개정과 인력 충원이 시급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급식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사람들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책임을 다할 때,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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