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연달아 사망한 음성군, 재발 방지 위해서는
2026년 새해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월, 이틀 간격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믿기 힘든 소식들이 연달아 들려왔습니다.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누군가는 지게차에, 누군가는 거대한 화마에 휩쓸려 가족의 품이 아닌 차가운 통계 숫자로 남게 됐는데요. 오늘은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이번 참사의 본질과 구조적 원인을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Q1. 음성군에서 세 분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지금 음성 지역의 분위기, 그리고 유가족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침묵' 상태입니다. 1월 29일 대소면의 콘크리트 공장에서 필리핀 노동자가 지게차 사고로 숨진 지 채 24시간도 안 되어, 30일에는 맹동면 기저귀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네팔과 카자흐스탄에서 온 젊은이들이 그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했죠.
더 가슴 아픈 건 화재 현장에서 아직 한 분의 시신조차 온전히 수습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한국에서 지냈던 유족들은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며 울부짖고 있고, 차마 이 비보를 현지의 가족에게는 전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쇄적인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지역 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산재가 아닌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Q2. 이번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성군의 화재 빈도가 전국 평균보다 10배나 높다면서요?
네, 저도 통계를 확인하고 놀랐는데요. 소방청 화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성군 공장 화재가 35건인데, 전국 공장 화재의 약 2%를 차지합니다. 수치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음성군 인구는 10만 명이 채 안 돼 전국 인구의 겨우 0.2%입니다. 즉, 인구 대비 공장 화재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무려 10배가 높다는 뜻입니다. 진천이나 충주의 경우 작년 공장 화재가 열 건이 채 안 돼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또한 충청북도 산업단지 통계에 따르면 음성군 관내 산단에 입주한 기업의 평균 노동자 수는 충북 평균의 1/3 수준입니다. 이는 충북 내에서도 유독 음성군에 가장 영세한 제조업체들이 밀집했다는 얘기로, 안전 설비 투자에 소홀한 해당 업체들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공장을 돌려오면서 이번 사고가 벌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지자체인 음성군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홍보 뒤에 가려진 민낯은 무엇인가요?
음성군은 그동안 기업 유치와 경제 활성화라는 외형적 성과에만 매몰되어 왔습니다. 기업을 하나라도 더 모셔오기 위해 규제는 완화해주고 편의는 봐주면서, 정작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에는 눈을 감았습니다.
특히 산업 안전 업무는 고용노동부 소관이라며 지자체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 지역 시민이 일터에서 죽어 나가는데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지방자치단체가 할 소리입니까? 음성군은 지금의 참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를 인정하고, 관내 전 사업장에 대한 긴급 전수 점검과 강력한 안전 조례 제정에 당장 착수해야 합니다.
Q4. 이주노동자 대상 안전 교육이 현장에서는 '기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 실태가 어떻습니까?
사고가 나면 기업들은 백이면 백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며 서류를 내밉니다. 하지만 그 서류를 뜯어보면 참담합니다.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로만 작성된 교육 자료를 보여주고 사인만 받거나, 아예 이름만 써넣으라고 시키는 식입니다.
작업 현장의 위험 요소와 화재 시 대피로가 노동자의 모국어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교육입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알리바이 만들기'일 뿐입니다. 노동 당국은 사망 노동자들이 받은 교육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사인만 강요받은 것인지 철저히 전수 조사해야 합니다.
Q5. 이와중에 이번에 불이 난 업체는 과거에도 화재 전력이 있었다고요? 그런데도 어떻게 계속 운영될 수 있었던 건가요?
이 부분이 가장 분노스러운 지점입니다. 해당 업체는 음성군으로 이전해오기 전에도 이미 화재를 일으켰던 전력이 확인됐습니다. 불이 났던 공장이 근본적인 안전 설비 보강이나 시스템 개선 없이 장소만 옮겨서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해왔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실수나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라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줍니다. 불이 나면 보험금으로 때우고 장소 옮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가 또 다른 인명 피해를 낸 것이죠. 사법 당국은 이런 '상습 위험 기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해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해야 합니다.
Q6. 이주노동자들이 특히 산재에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선 '위험의 인종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더럽고, 가장 힘든 공정에는 어김없이 이주노동자들이 배치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안전 장비나 정보는 내국인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무시당하고, 부당한 지시에도 비자 문제 때문에 항의 한마디 못 하는 이들의 처지를 자본이 악용하고 있는 겁니다. 음성에서 스러져간 세 명의 노동자는 우리 사회가 가장 저렴하게 부려 먹고 싶어 했던, 하지만 가장 안전에는 돈을 쓰기 싫어했던 구조적 차별의 희생양들입니다.
Q7.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대책,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지자체 차원의 '이주노동자 안전 보건 통합 지원 센터'를 건립해야 합니다. 모국어로 된 교육과 상담을 상시 제공해야 하죠. 둘째, 중대재해 발생 기업주에 대한 강력한 형사 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합니다. 사람 죽이는 것보다 안전 설비 투자하는 게 더 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음성군은 관내 사업장 중 화재 위험이 높은 노후 시설에 대해 강제 점검권을 발동하고, 기준 미달 시 폐쇄 조치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행정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는 국경도, 인종도 없는 보편적인 인권입니다. 음성에서 숨진 세 명의 노동자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었고, 한 가정의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죽음을 '어쩌다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고 넘긴다면, 다음 희생자는 우리 곁의 누구나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피로 쓴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의 품으로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의 최소한의 양심일 겁니다.
'지역 행동 > 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라디오] 14개월 동안 12명 사망... 대불산단의 '죽음의 행렬' 멈춰야(2026.03.03) (1) | 2026.03.03 |
|---|---|
| [라디오] 노사갈등 아닌 '노로갈등'? AI로봇 아틀라스, 무엇이 쟁점인가(2026.01.27) (1) | 2026.01.27 |
| [라디오] 새해 첫날 해고된 한국GM 하청노동자... 노란봉투법 취지 따라야(2026.01.13) (1) | 2026.01.13 |
| [라디오]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삼보일배(2025.12.30) (0) | 2026.01.13 |
| [라디오] 런베뮤 과로사 사건, '파편화된 고용'의 잔혹한 결말 (2025.12.16) (0) | 202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