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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동/KBS충주라디오 등 매체 출연

[라디오] 새해 첫날 해고된 한국GM 하청노동자... 노란봉투법 취지 따라야(2026.01.13)

새해 첫날 해고된 한국GM 하청노동자... 노란봉투법 취지 따라야

 

2026년 새해 첫날, 여러분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누군가는 가족과 떡국을 나누고 누군가는 해돋이를 보며 희망을 빌 때, 세종시의 한 물류센터 주차장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새해를 맞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120여 명의 노동자들인데요. 오늘은 이들과 함께 현장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온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1. 새해 첫날을 농성장에서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네, 2025년의 마지막 날부터 1월 1일 새벽까지 세종물류센터 앞 ‘희망이 모이는 연대텐트’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영하의 추위보다 더 매서웠던 건, 20년 넘게 일해온 일터에서 ‘해고노동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새해를 맞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참담함 속에서도 서로를 다독이는 온기가 있었는데요. 특히 김용태 지회장님의 배우자께서 쓰신 편지 한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남편은 싸움을 선택한 게 아니라, 부당함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씀이 현장에 모인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Q2. 사태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짚어보죠.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 벌어진 이번 '집단해고', 그 시작과 과정이 어떠했습니까?

시작은 작년 11월 28일이었습니다. 하청업체인 우진물류가 "한국GM과의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120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죠.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나 비인간적이었습니다. 사전 설명회 한 번 없이, 노동자들은 퇴근길 우편함에 꽂힌 해고통지서를 보고서야 자신이 잘린 걸 알았습니다.

세종물류센터는 한국GM의 핵심 거점입니다. 일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닙니다. 물량은 지금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업체 변경'이라는 도급 계약의 틈새를 이용해, 사람만 쏙 빼고 다른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겁니다. 20년 동안 업체가 서너 번 바뀔 때도 늘 자동 승계됐던 고용이, 하필 '노조'가 생긴 이번에만 끊겼다는 것, 이것이 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Q3. 이번 사태, 겉으로 보면 하청업체인 우진물류가 폐업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왜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국GM이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형식적인 계약서 뒤에 숨은 실체를 보아야 합니다. 한국GM 박 모 상무의 녹취가 그 결정적 증거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도급 문제 총책임자”라 칭하며 “진짜 사장 나오라 해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원청이 인력과 운영 전반을 직접 통제해왔다는 자백입니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한국GM 전산 시스템으로 근태를 관리받고, 한국GM 명의의 이메일로 지시를 받았습니다. 우진물류는 그저 월급만 전달하는 통로였을 뿐, 실질적인 지배력은 모두 한국GM에 있었습니다.

Q4. 그런데 한국GM은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무리한 집단해고를 감행한 걸까요?

두 가지 큰 흐름이 맞물려 있습니다. 첫째는 법 회피입니다. 오는 3월 10일이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소위 노란봉투법)’이 시행됩니다. 법이 시행되면 지금 같은 ‘계약 종료’ 꼼수가 통하지 않으니, 그전에 노조를 와해시키려 서두른 것입니다. 둘째는 구조조정 시나리오입니다.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정비센터 폐쇄를 발표했습니다. 정비망을 줄이면서 물류 체계도 외주화하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제거하기 위해 ‘업체 폐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낸 겁니다.

Q5. 사측은 이분들의 업무를 ‘단순 노무’라며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현장의 노동자들이 말하는 진실은 다릅니까?

회사의 큰 착각입니다. 물류센터 현장에는 수만 종의 부품이 있고, 국가별 수출 요구사항이 제각각입니다. 노동자들은 “기본 표준 작업서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 현장의 예외 상황을 해결하는 건 숙련된 노동자의 판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류에는 담기지 않는 20년의 노하우가 물류를 지연 없이 돌려온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회사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부품’으로 보지만, 현장의 일은 ‘오랜 시간 축적된 사람의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Q6.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 논란이 되는 것이 한국GM이 제시했다는 이른바 ‘발탁 채용’입니다. 정규직으로 뽑아주겠다는 건데, 왜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투쟁하는 건가요?

그 제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아주 잔인합니다. 노조 탈퇴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를 전제로 내걸었습니다. 심지어 20년 경력을 무시하고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되, 연고도 없는 부평, 창원, 보령 등으로 강제 이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건 채용 제안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무릎을 꿇리려는 회유와 협박입니다. 수십 년간 세종과 대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에게 삶의 기반을 다 버리고 오라는 것이 어떻게 상생의 대책이 될 수 있겠습니까.

Q7. 정치권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세종, 대전, 청주 지역구 의원 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정치권이 이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더군요?

가장 답답한 대목입니다. 해고 노동자 120명은 모두 세종, 대전, 청주, 공주에 사는 우리 이웃이고 시민입니다. 민주당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정당 아닙니까?

그런데 정작 자기 지역구에서 노란봉투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집단해고가 터졌는데도, 12월 중순에 강준현 의원이 현장을 한 번 다녀간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입니다. "표가 필요할 땐 노동자의 친구라더니, 진짜 싸울 땐 어디 있느냐"는 조합원들의 물음에 민주당은 답해야 합니다. 3월 법 시행만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이 불법적인 '해고 칼바람'부터 막아야 합니다.

Q8. 마지막으로,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며 노동자들과 함께 빈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돋이를 보며 제가 빈 소원은 소박했습니다. "이 정직한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떡국을 먹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첫째, 고용노동부가 이번 폐업이 노조 파괴를 위한 '위장 폐업'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둘째, 한국GM은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직접고용 및 고용승계에 나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120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싸움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면 내 일터가 보장된다"는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2026년 새해, 이들의 소망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