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삼보일배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첫날인 지난 29일, 청와대 앞에서는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청와대 개방 시기 미화·조경·보안·안내 업무를 맡아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삼보일배를 하며 청와대로 향한 겁니다. 대통령은 돌아왔지만, 그 공간을 유지해 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오늘 이 문제를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활동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Q1. 먼저,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삼보일배까지 하게 된 건지, 현재 상황부터 정리해주시죠.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청와대의 ‘용도 변경’입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는 국민 개방 공간으로 전환됐고, 그 운영을 위해 미화·조경·보안·안내 업무를 담당할 노동자 200여 명이 채용됐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청와대재단을 만들어 용역업체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간접고용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노동자들은 재단–용역–재하청 구조 속에서 3년 가까이 청와대 운영의 핵심 업무를 맡아 왔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가 발표됐고, 8월부터 청와대 개방이 전면 중단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택 대기 형태의 휴업에 들어갔고, 용역계약이 올해 말 종료되면 내년부터는 모두 해고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왔지만, 그 공간을 관리해 온 노동자들은 ‘사업이 끝났다’는 이유로 밀려나게 된 겁니다. 이 절박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한 방식이 삼보일배였습니다.
Q2.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맡아온 업무가 ‘상시·지속 업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주장에 근거는 무엇인가요?
청와대 노동자들이 맡아온 업무는 청와대라는 공간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일들입니다. 청소, 경비, 조경, 안내는 대통령 집무 공간이든 관람 공간이든 없어질 수 없는 기능입니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청와대 개방 기간 동안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관람객 안전과 시설 관리를 책임져 왔고, 지난 7월에는 제한적 개방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이 업무가 일회성 이벤트나 임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런 상시·지속 업무는 원칙적으로 직접고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고용 안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청와대 노동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1년 단위 용역계약에 묶여 있었고, 정권 변화와 정책 결정에 따라 고용이 끊길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청와대 개방이든 복귀든, 그 결정의 결과를 왜 노동자가 떠안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Q3. 그럼에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고용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떤 논리입니까?
대통령실은 이 문제를 문체부와 청와대재단 소관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문체부 역시 청와대 개방 사업이 종료돼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즉, ‘사업이 없으니 예산이 없고, 예산이 없으니 고용도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논리가 현실을 외면한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청와대 복귀라는 결정은 대통령실이 내린 정치적·행정적 판단이고, 그로 인해 청와대 개방이 중단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결정의 주체와 결과의 책임을 분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가 “대통령이 사용자다, 고용보장 책임져라”였습니다. 법적 형식 이전에, 실질적 사용자로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겁니다.
Q4.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이번 상황이 강하게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의 고용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왜 정부는 사람을 쓰면서 꼭 최저임금만 주느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고, 1년 11개월 쪼개기 계약과 같은 정부의 편법 고용을 “부도덕하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시정명령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바로 그 대통령 발언이 겨냥한 문제의 전형입니다. 1년 단위 계약, 고용 불안, 정책 변화에 따른 일방적 해고 위기까지 모두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 문제가 단순히 행정 실무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공언과 국가의 신뢰가 걸린 문제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의 말이 실제 정책과 결정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선언에 그칠 것인지를 가르는 시험대라는 겁니다.
Q5.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해결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노동자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청와대 제한 개방이나 시설 관리 등 향후에도 필요한 업무에 기존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경험과 숙련을 갖춘 인력들이 있기 때문에, 새 인력을 뽑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청와대 근무가 어렵다면 문체부나 산하 공공기관에 공무직 형태로 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입니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만든 고용 구조 속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입장입니다.
노동자들은 정부를 공격하거나 정치적 갈등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보일배 역시 극단적 투쟁이라기보다,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직접 나서 달라는 호소에 가깝습니다.
Q6. 이 문제를 청와대만의 특수한 사례로 봐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청와대 비정규직 문제는 공공부문 전반에 만연한 간접고용과 재하도급 구조의 축소판입니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노동자의 고용이 함께 끊기는 구조라면, 누가 공공부문을 안정적인 일터로 인식하겠습니까. 노동자들 스스로도 “청와대 집안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데, 다른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이 사안은 200여 명의 고용 문제를 넘어, 공공부문이 정말로 ‘모범적 사용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입니다. 청와대라는 상징적 공간에서조차 책임 있는 고용 해법을 만들지 못한다면, 다른 현장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이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청와대의 용도가 바뀌더라도 노동자의 고용이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청와대는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지기 전에,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해 온 ‘모범적 사용자로서의 정부’는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돼야 합니다. 청와대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지 200여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한겨울 아스팔트 위에서 삼보일배를 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과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책임 있는 답을 듣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 요구에 정부와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하느냐가 앞으로 공공부문 노동정책의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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