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SPC 산재 사망 사고
지난 21일 새벽,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 점검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SPC 그룹에서 반복되는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를 중심으로, 그 의미와 함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합니다. (전화연결 // 인사)
1. 이번 사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지난 19일 새벽 3시경,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기계 장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은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이라고 나왔는데요. 말 그대로 온몸이 부서졌다는 뜻입니다.
A씨의 동료 직원들은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상체가 컨베이어 벨트에 말려 들어간 것 같다', '윤활 작업을 위해 몸을 기계 안에 깊숙하게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작동 중인 기계 안에 신체를 집어넣었다는 말입니다. 그런 작업은 기계 작동을 멈춘 뒤에 하는 게 안전수칙으로 전부 정해져있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SPC 현장에서는 생산라인이 24시간 멈추지 않도록 ‘기계가 돌아가는 상태에서 점검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윤활유 자동살포장비가 있어서 노동자가 직접 윤활 작업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기계를 ‘풀가동’하면 삐걱대는 소리가 나 기계 안쪽으로 몸을 깊숙이 넣어 직접 윤활유를 뿌려야 했다고 동료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해당 기계 또한 상당히 노후화된 것이라고 하네요.
2. SPC 그룹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요?
네. 이번 사고는 SPC에서 반복돼온 노동자 사망 사고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22년 SPL 평택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이송기에 끼여 숨진 사고, 기억하시죠? 당시 SPC는 전국적 불매운동에 직면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8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혼합기, 반죽기 같은 회전식 설비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작업 중 기계 가동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이나 청소가 이루어지다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같은 그룹 계열사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3. SPC 그룹의 반응은 어떤가요?
사고 발생 직후 SPC 그룹은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지난 2022년 사고 이후에도 그룹 총수인 SPC 허영인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또다시 이런 죽음이 반복되면서 SPC 그룹은 반복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게다가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PC 계열 공장에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는 무려 572건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월평균 11회 꼴로 산재 사고가 터진 셈입니다. SPC 그룹은 지난 2022년에 3년 동안 천억 원을 들여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했는데 말뿐이었던 셈입니다.
4. 이번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경찰은 SPC 삼립 시화공장 관리직 직원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입니다.
특히 SPC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허영인 회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이 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법으로, SPC는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두고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법 적용이 아직까지 미흡하다고 지적합니다. 2022년 SPL 사고 이후에도 SPC 그룹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번 사고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이번에는 그룹 총수도 법의 심판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5.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 그대로 ‘중대재해를 막으라’는 법입니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기업에 정부가 실질적인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법은 이름뿐인 허울로 전락합니다. 정부는 더 강력한 수사와 처벌, 사후 감독으로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약속을 지키도록 맡겨둬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반복된 사건에서 드러났으니깐요.
한편 SPC 그룹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출시한 '크보(KBO)빵'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매 운동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야구팬들은 ‘나의 즐거움이 타인의 죽음 위에 올라설 수 없다’면서 KBO에 SPC와의 협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이런 연대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일터의 죽음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SPC는 이제 더 이상 사과문으로 이 문제를 덮을 수 없습니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노동자 중심의 안전 대책, 그리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연대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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