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9일 화요일 ~08:56:00
인간사냥을 멈춰라 - 법무부 단속에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법무부의 출입국 단속으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정사회 시간에는 반인권적인 법무부의 출입국 단속과 그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성우 상임활동가와 함께 합니다.
1. 파주에서 발생한 에티오피아 노동자의 사고는 무엇을 말해주나요?
지난 3월 26일, 경기도 파주의 한 공장에서 에티오피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법무부 단속반을 피해 기계설비 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러나 설비가 작동하면서 그의 오른쪽 발목이 잘려나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던 중이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낙인 때문에 숨을 곳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곳에 몸을 숨겨야만 하는 구조, 그리고 그로 인한 반복되는 사고들이 그 실태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을 숨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입니다.
2. 파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참극들이 있다면서요?
네. 지난 2월 26일 경기도 화성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온몸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같은 날 경북 경산에서는 6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척추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1월에는 인천의 한 공장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숨었다가 며칠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는 입사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고, 가족 생계를 위해 일하던 중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또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이주노동자들을 꿇어앉히고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되었고, 이 장면은 이주노동자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식당이 아수라장이 되고, 일상을 지키려던 이주노동자들이 공포에 떨게 되는 상황은 단순한 단속을 넘어선 인간성의 모욕이었습니다.
한편 지난 18일에는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출석한 이주노동자를 수갑을 채워 연행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석재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온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체불임금 5천만 원을 받기 위해 노동부 경기지청에 진정을 제기, 대질조사를 받고 노동청을 떠나는 길에 회사 대표의 아들이 진정을 취하하라며 해당 노동자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폭행당한 피해자인 이주노동자를 미등록 신분이라는 이유로 수갑을 채워 연행했고, 결국 출입국에 넘겨졌습니다. 이런 일은 결코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체불임금 등 권리를 요구하면 사업주가 이를 문제 삼아 체포나 추방을 유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업주들은 미등록 신분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권리 요구를 억누르고 있으며, 행정기관은 이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8월, 노동 관련 조사를 위해 출석한 외국인에 대해 출입국 통보 의무를 면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올해 초 "임금체불은 인권침해 수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3. 이주노동자들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나요?
경기이주평등연대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법무부의 단속을 "인간사냥"이라 규정했습니다. 공장지대를 새벽에 급습하고, 토끼몰이하듯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붙이며, 교회 예배 중, 시장에서 장을 보는 중, 식당 식사 중에도 무차별 단속을 벌이는 법무부의 무자비한 단속이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 같다는 비판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일상조차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서류상 체류 기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체포되고 강제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런 구조적 환경 속에서 단속을 피하다 다치거나 죽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폭력의 결과입니다.
4. 단속 강화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줄어든 건 아닌가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초 41만 명 수준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현재 오히려 1만 2,000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속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을 지하화시키고,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속 중심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 침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는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행정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경제구조와 이주 정책의 왜곡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5.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단지 서류상 체류 기간을 초과했거나, 복잡한 절차 속에서 체류 허가를 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들을 범죄자처럼 몰아세우고 강제 추방하는 것은 명백한 반인권적 행위입니다.
또한,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한편에서는 대거 이주노동자 도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폭력적 단속을 강화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근본적으로 모순적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입니다. 이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길입니다.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단속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일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인권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다가 숨거나 다치지 않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가 아닌 이웃으로, 동료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인간을 사냥하는 단속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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